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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더 로드'...종착지마저 정확하지 않는 '길' 위를
계속 걸어가야만 하는 두 부자의 운명...
둘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책의 어느 곳에서도 따옴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들었던 생각 하나...
'그래, 계속 나오는 따옴표가 나왔다면 무척이나 거슬렸을거야'...
잿빛 가득한 세상을 묘사한 책을 읽다보니
나도 어느새 그 분위기에 푹 빠져 있었다.
가뜩이나 추운 요즘의 겨울날씨가 더 춥게만 느껴졌고,
책 속 그들이 덮고자는 방수포의 온기가 내 이불과 비교되어 지기도 했고,
내 밥상의 밥에서 올라오는 김마저 그들이 먹는
음식같지 않은 음식들을 떠오르게도 했었다.
책엔 어떻게 지구가 재로 덮여버렸는지
정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간접적인 묘사만 있을 뿐...
전쟁 때문이었는지 자연재난 탓이었는지 명확히는 알 수 없었다.
당연히 궁금해 질 만한 것들에 대해 작가는 자세한 답을 해주지 않음에도
이 불친절함이 나름 만족스러웠고
한순간이 아니라 책을 덮을 때 까지
책이 이끄는대로 읽어가는데에 대해 불만이 생기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책 속 상황에 맞는 나름의 이유들을
나 스스로 생각해내며 읽어가고 있음도 순간순간 깨닫게되곤 했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조심하라 이를 때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의 심리가 아니냐는 되물음을 받는다.
조심하라는 배려섞인 말과 그 심리적 기저에 있을거란 두려움...
짧았지만 울림이 있는 대사로 남는다.
'더 로드'를 읽은 느낌을 적을 때
'묵시록'적이라거나 '잠언같은'이란 말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순간순간 그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마치 손으로 눌러도 떠오르려 하는 물속의 고무공처럼 말이다.
이런 단어를 의식적으로 쓰고싶지 않다면
과연 어떤 단어를 대신 함축적으로 쓸 수 있을까?...
작가 코맥 매카시는 65세의 나이에 자식을 얻고
이 책을 지었다...책의 내용과 자신의 처지 사이에 꼭 연관은 있었을까?...
있다면 아마도 그 늦은 나이에 자식을 얻은 기쁨보단
아이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자신이 먼저 떠나야 할 시간을 생각하며 덜 행복했을 수도
그러기에 본능적으로 오지않은 미래를 예감하며
이런 소설을 써 낼 어떤 슬픈감정을 키웠던건 아니었을까...
이미 오래전에 집필된 소설임에도 큰 시간적 간격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책이 현대판 고전이라 불릴만한 작품으로만 느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