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3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최지향 옮김 / 부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 스스로 말한다, 이 책의 성격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경제나 인권 혹은 고발성 글도 아닌 정확한 핵심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에 열거했던 모든 사항들을
모두 탄탄하게 포함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읽고난 기억에 의하면
저자는 미국 칼럼니스트지만 현재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
책내용도 좋고 독특하지만 저자의 삶도 보통 이들의 범주에선
쉽사리 평범하다 말하긴 어려울 듯 싶다.
그런 삶이기에 이렇게 자유롭지만 정돈된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나 역시 짐작만 해볼 뿐이고...

작자는 청바지와 관련된 여러 사항을 짚어 보는데
아제르바이젠에서 생산되는 목화,
캄보디아에서 청바지관련 공장 일을 하는 여성들,
이탈리아의 청바지 에이전트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 진다.
이런 일련의 것들이 차례로 매끈하게 일관된 주제로 흐르진 않지만
청바지란 공통 Output를 만들어 내는데 이들은 모두 한 팀일 수 있다는
그 공감대는 독자 스스로 느껴가 보도록 만든다.

책엔 많은 이런저런 청바지 관련 얘기들과 함께
온통 몰랐던 것들의 집합이다.
목화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살충제의 1/4을 사용하는 작물임도 몰랐고,
목화 생장에 호수가 말라버릴 정도의 많은 농업용수가 필요한지도 몰랐으며,
살충제를 많이 뿌린 목화로 만든 청바지기에 몸에 안좋을 수 있단 것도 몰랐고,
청바지 색깔로 쓰이는 인디고 염료도 더이상 오리지날은 거의 없는 인공이란 것도 몰랐다.
나라간 무역협정에 의해 쓸데없는 운반과 조립이 이뤄지는 것도 잘 몰랐으며,
청바지에 그렇게 많은 화학약품이 쓰이는 줄도 몰랐고,
많은 노동자들이 청바지 관련 업무를 하며
이런 좌절 또는 저런 희망을 품고 사는 줄도 몰랐다.
결국, 청바지를 입고 즐긴다고까지 할 많은 사람들은
그 청바지에 얽힌 세계적인 커넥션을 이해하지 못한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모든것을 알아야 하느냐에 대해 생각해보고
반드시 고려해 보는 인생을 살아야 함에 있선 100%까지 동의할 순 없다.
왜냐면, 그런 삶은 불교의 윤회사상에 충실히 사는
스님의 삶처럼도 보이기 때문이다.

참치캔 하나를 마트에서 아주 싼 기획상품으로 구입한다면
배를 타고 나가는 어부, 그 배의 주인, 완제품 공급자, 캔 제조업자,
유통업자, 들어가는 기름공장 사장과 노동자까지 모두 떠올리며
하나하나에 맘을 기울이며 캔뚜껑을 따야 한다는 논리인가?

이는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손에 도달하는 모든 공산품엔
몇개 또는 수십개의 단계가 녹아들어 있는데
그걸 고려 안해본다는 것도 어찌보며 이기적이라 비난할 수 있겠으나,
반대로 이런 과정을 가진 상품이 하나가 아닌 대부분이라 인정해 본다면
우리의 근심과 고민도 그 수만큼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저자의 책 말미엔 프리미엄 진만을 생산하는 한 업체가 등장한다.
비싼 프리미엄 진의 생산이 어떻게 긍정적이라 소개 되었을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싼값의 청바지를 구입한다면 소비자에겐 이익일 수 있다.
허나, 그 싼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분명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는 논리하에
비싼 가격의 제품을 다루고 판매해 나눌 수익을 크게 만듬으로써
그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돌아가게 해보겠다는 의중이 담긴
기업이념과 판매논리인 것이다.

맞는 말이면서도 먹먹하다.
인간의 삶 자체가 어느 하나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아님에
어찌 모든 사항에 있어 이기적이지 않은 정도만 걸어갈 수 있을 것인가?

책을 읽으며 배운것도 많았지만
스스로의 한계 또한 많이 느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덮음으로써
읽은 내용의 결론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았었지만,
이 책이 2007년에 미국에서 왜 그리 유명했던 책이었는지
그리고 왜 분명 장르를 초월한 정체불명의 책임에도
이리 호소력 짙은지 강하게 체감해 볼 수 있었다.

쉽게 와닿는 제목과 달리
진실로 무게감 있게 잘 씌어진 책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이 소개된다면
꼭 다시 한번 구입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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