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은 장편대로, 단편은 단편대로, 그 '맛'이 있다...

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책은 초창기 단편 7편을 실었다.
자기 방을 친구의 러브 공간으로 대여했다 벌어진 황당한 사건,
고교 야구선수였던 범죄자의 쫓기는 중 벌어진 인생회고,
일만하다 살해당한 순진한 계장의 미스테리 살인사건,
2명의 친구 모두 바닷가 등대지기와 얽혔던 묻혔던 과거사,
청첩장에 끼어 온 얼굴 모를 여자를 찾아나섰다 겪는 의혹,
해외지사 근무 후 귀국을 앞두고 기념여행 중 겪은 황당한 강도사건...
이렇게 총 7편이고, 각각의 분량도 미리 고려된 듯 비슷비슷하다.

이 책을 읽으며 뜸금없이 해본 생각이 있었다.
"왜 유명작가가 장편이 아닌 단편집을 낼까?"...
물론 이 책은 유명해지기 전 씌어진 단편들을 묶었기에
지금 시점에서 일부러 이런 상상을 할 필요가 없긴 하다.
그렇다면 왜 작가들은 보편적으로 단편집을 낼까?...
짧은 스스로의 질문에 정답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답을 내봤다.

1. 장편을 쓰려다 단편정도의 글로 마무리?
2. 소재발굴 차원의 끄적끄적한 글쓰기 모음?
3. 운동선수의 트레이닝처럼 솜씨 유지하기 위한 연습용?

괜히 묻지도 않은 답도 못찾을 상상을 왜 하고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소재의 이 책을 읽으며
책과는 별도로 꽤 진지하게 문득문득 떠오른 순수한 스스로의 의문이였기에
나름 떠올랐던 자문자답의 편린들을 옮겨봤다...

단편집은 양면성을 가진다.
한권으로 여러종류 글들을 읽는 재미 & 짧은 내용이 주는 아쉬움 또는 산뜻함...
때로 재밌는 단편집일 땐 재미보단 아쉬움이 큰 듯 느껴질때도 있긴하다.
이 책이 그러한데 재밌어서 단편집이란게 못내 아쉬웠지만
괜히 군더더기를 더 붙인다면 재미없는 장편이 되는 부작용도 있었을 터이니
독자로써 이 아쉬움은 좋은 책 한권 잘 읽었단 만족으로 대신했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낸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정한 대표작은
'붉은 손가락, 방황하는 칼날, 백야행' 이렇게 3편이다.
모두 장편이고 개개인의 취향과 상관없이 가장 검증된 책들이다.
혹, 위의 3편을 모두 못 읽어 봤고,
이번 기회에 이 작가의 작품을 한번 접해 볼 요량이라면
이 책 '수상한 사람들'을 먼저 권한다.
작가 자체가 TV 방영용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
같은 작가의 작품들임에도 매 작품마다 글깊이가 다르다.
다른 작품들을 평가절하하는 건 아니고 목적이 내제된 글이기에
재미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지만 글맛이 얕고 전개가 빠른면이 있어,
이 작가의 책들은 기본적인 느낌이 매우 비주얼스럽다고 것이다.
글맛을 곱씹으려 하는 독자에겐 이게 때론 아쉬움이 될 수 있다는 말...
하지만, 이 책과 앞서 말한 장편 3편은, 이런 특유의 흐름에 있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깊이까지 있는 부류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언급한 4권 모두 좋은 책들인데 굳이 읽는 순서를 언급했던 것은
모두 한번 읽어본다는 전제하에 코스요리를 먹기 전 디저트를 먼저 먹는게
본요리와 디저트의 맛 모두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것처럼
단순히 선경험자로써 조언해준 것 뿐이다.

그렇다고, 이 '수상한 사람들'이 소박하기만 한 디저트란 얘기는 아니다.
이 책이 보증된 장편 3편을 읽기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의 팬으로 만들어 줄 훌륭한 단편집이란게
모든 말의 핵심포인트 되겠다.

책이 작아 휴대하기 좋고, 가격 저렴하고, 들고 다니기에 가볍기까지 하니
구입 후 어딘가에 앉아 편안하게 이 책을 펴볼 수 있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군더더기가 도리어 너무 없는
콤팩트한 유명작가의 단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