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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책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받는 시대다.
홍보가 미진하면 좋은 책도 사장될 수 있고,
별볼일 없는 책도 소문을 타면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엄연한 자본경제에 입각한 시장이 존재하는 지적상품...
그러니, 그런 틈새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는 인연을 갖게되는 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자기계발서가 출판시장에 홍수를 이루고 있다지만,
내가 보기엔 몇년간 출간된 경제서들의 양 또한 만만치 않다.
유명 경제학자들의 책만 해도 많은데 게다가,
재야 경제학자들의 개인적 소견까지 담은 책들도 많아졌다.
요즘 경제서적의 대세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사각지대
특히, 미국발 경제위기의 원인으로써 기존 경제역사를 되집어 보는 책들일 것이다.
올들어 비슷한 경제 신간들을 3권 정도 읽었는데
모두 비슷하면서도 다른 견해들을 다룬 책들로써 꽤 훌륭했다.
허면, 그간 읽어 온 책들을 포함('야성적 충동'은 4번째 책)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려 볼 수 있을까?...
별 5개 만점에 별 6개를...아니면 조금 의외겠으나 별 4개를 주고 싶은 '잘 쓴 책'이다.
저자들(2명의 공동저작)의 명성에 맞게 담겨있는 내용 또한 새롭고 알차다.
책을 읽으며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는 별로 없고
'그럴듯 하네...'가 많다면 만족해 읽는데 이 책이 딱 그러했다.
특히, 초반 쳅터들은 케인스의 야성적 충동에 관한
몇몇의 중요한 심리적 요소들을 소개함으로써 기본지식을 쉽게 풀어놨고,
책 절반을 넘어갈 쯤 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요소들의 현실대입 사례들을 실어놨다.
또 하나 주목해 볼 건, 원서의 분량은 200페이지가 조금 넘던데
한국어판은 꽤 두툼하단 사실이다.
앞뒤에 추천사와 감수자의 글이 하나씩 실려있고 그 사이엔 작은 소책자 분량의
참고문헌까지 실려있으니 원서와 다른 한국어판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해도 될 듯 싶다.
책 내용도 훌륭하지만 부록처럼 실린 글들 또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내가 느낀 이 책이 주장하는 가장 큰 강조점은
현대 거시경제학에서 외면됐던 야성적 충동에 대한 단순한 타당성 호소나
미국발 불황을 예측해 예방치 못한 그 책임소재를 찾아
분노의 대상을 삼아보고자 함은 아니라 느껴졌다.
저자들 스스로도 구체적인 해결책 제시가 아닌 앞으로 등장해야 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위한 동기부여에 책 집필의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듯 말이다.
파생상품으로 이익을 꾀한 '그림자은행부분'들과 계량경제학을 최고로 맹신해 온 세계적 분위기...
아시아의 높은 저축률과 애국심을 닮지 못한 여타 여러 국가와 국민들의 미래없는 소비관념들...
이 모두가 룰 없이 경제란 경기에 임하고 그저 간섭없이 즐겨만 보고자 했던
보통인간들이 창조해 낸 종합선물세트식 누적된 재앙임을
저자들은 더 말해주고 싶었다고 보여졌다.
책 자체에 대한 평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서양학자들이 쓴 잘 씌여진 글들을 읽을때마다 느껴지는 부러움이 그것이다.
동양적 사고에선 쉬 찾아볼 수 없는 합리적 시각과 설명이 느껴질 때가 그런데,
좌파적 케인스 경제학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음에도 불황시엔 오히려
근로자들의 임금이 감봉되어야 경제이론상 맞다는 설명을 건낼 수 있는 사회분위기,
백인이면서 흑인들의 정서적 분노의 원천을 조곤조곤
이치에 맞게 설명해 줄 때 보여지는 지적 여유들...
경제학자의 기본적인 능력도 뛰어나겠지만 한가지 학문에 일가를 이룬 그들의
균형있는 시각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의 묘미라 말해 주고 싶다.
아, 별점을 만점이 아닌 4개도 줄 수 있다고 한 이유를 끝으로 설명하고 마쳐야 겠다.
책 전체를 합쳐 평하자면 좋은 점수가 당연하겠으나,
개인적으로 몇개의 장에서는 다소 설명이 부족하다거나 비약시켰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 부분들은 옥의 티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좋은 책이기에 다른 책이였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부분들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봐 주지 못하고 더 냉정하게 평가하려 했었을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이런 내 개인적 리뷰를 떠나 여러 독자들에게 평가받고
더 읽혀진다면 만점이 아깝지 않을 책이란 사실은
읽게 될 당신과 먼저 읽은 내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