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태스크포스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 수상작
황수빈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작가는 시작과 끝을 소설 작법상 

발전하게 될 주인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미에 적었다.

단순히 좀비이야기가 아닌 

좀비 때문에 고립된 같은 사무실 내 3명.

그들은 직장내 상하관계로 묶여있기에

알고지낸 회사원 3명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데

좀비가 아닌 사람관계 속 이야기로 읽어봐도

꽤 재밌을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었다.


박부장과, 최, 그리고 실제 주인공 김대리는

회의 도중 좀비로 변한 오부장의 들이닥침으로 인해

이유도 모른채 영화에서나 보던 좀비일거라는 판단하에

생존모드에 빠기게 되고 3명은 함께 동고동락하게 된다.


말이 좋아 함께가 된거지,

업무적으로 얽혀 지내는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하던 상대방들이란 존재들.

갑작스런 좀비들 출연에 3명은

같은 방에서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는  

한마디로 가족과 같은 상황으로 

생활방식이 확대변형된 셈이니,

소설이지만 참 이들의 고행시작은

좀비 뿐이 아닌 사람 때문으로도 

봐야할 근거가 충분한 이야기로 흐른다.


좀비들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니

당연히 살아남는 이야기가 등장할 수 밖에 없지만,

의외로 같이 모여있게 된 이 세 사람들끼리의 갈등이 

책의 중반까지는 주를 이룬다.

김대리를 중심으로 묘사된 부분은

더 많은 건 그가 가장 중간적 입장이면서

상식이 통하는 무색무취한 사람이기 때문인거 같다.


거기에, 

스스로도 의외같다 느끼며 읽은 건

바로 이 3명에 대한 이야기들 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였고,

좀비로 인한 스토리들이 예상보다

덜 끔찍하게 등장하고 있는 소설 분위기 때문.


당연히 좀비 이야기가 더 재밌고 중심이 될것 같지만

이 3명의 생존을 쫓다 보면 좀비는 조연이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실제 핵심 이야기 같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좀비 세상속 누군가의 일기를

소설처럼 읽는 기분이랄까.


군대라면 부대안에서나 고참이지

나가서나 고참이냐라는 말이 있는것 처럼,

붕괴된 회사 안에서는 

끝까지 회사 서열이 유지되는 설정도 특이했다.

회사내 서열관계가 3명만 남게 된 상황에서도 유지되며

매일 자기들끼리 평소처럼 회의를 하고

직위 그대로 부장과 대리가 존재하는 

망가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그들이 직장이었단 그곳...


민폐 캐릭터인 최는 

평소라면 쓸모없게 느껴지던 모습들이

국가 재난상황이 되자 가장 MZ스럽고

예측하기 어려울 상황들을 풀어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관련 소식들을 취합하고 

대비하기 위해 각종 자료들을 

누구보다 가장 손쉽고 빠르게 조달해오는 인물이 되니까.

하지만, 이런 인정도 금방 사라지고 마는 건

인터넷도 더이상 터지지 않게 되고

전기도 정상공급 되지않는 상황이 되버려서다.

어두워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나는

그냥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태초의 인간생활 패턴으로 하루를 보내는 그들.


예전 유아인이 나왔던 '살아있다'란 영화처럼

책에서는 김대리쪽 사람들이 있는 건물 근처옥상엔

닥터 윤이라는 인물이 포착된다.

반대편 건물 옥상에서 박신혜처럼 

생존해 있는 걸로 나오는 먼 거리의 사람으로써.

뭔가 이어질 대상처럼 기대가 되게 만들며 등장하지만

책은 계속 닥터윤과 이들의 이야기를 연결시키지 않다가

말미에서 김대리의 생존에 지대한 역할을 한

닥터 윤의 "호의"가 등장하게 되면서

책의 결말은 마무리하는데도 일조한다.


책에서 나오는 좀비사태 정도라면

브레드 피트의 월드워Z 같은 세상보다는

훨씬 오래 생존할수 있을거 같고 

나름 의지가 꺾기지 않은채

삶을 살아낼 수 있겠다란 상상도 해보게 되던 

나름 어둡지만은 않던 스토리 같다.


김대리는 자신들만 남게 된 사무실 안을 돌며

그동안 동료였던 사람들의 가방들을 뒤져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는 장면이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물건들이 나오지만

의외로 김대리가 몰래 챙기기도 했고

있을거라 생각 못했던 물건 중 하나는

신경안정제나 우울증 같은 약들이었다,

왜냐면 이런 약을 먹는지 

알 수 없었던 분위기의 사람들에게서 나온터라.


소소한 클리셰 같지만

작가가 나름 회사원들의 고충들 중 일부를

이렇게 묘사하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던 장면들이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각자 지니고 살던 

회사내에서의 밝은 모습 뒤의 노력으로써.


좀비를 너무 기대하며 읽기보다는

좀비 안에서 생존하는 보통사람들의

현실성 있는 생존기로 읽어보면 더 재밌을 내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