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피엔딩
김태호 지음 / 타래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에 주관적 서평을 기록합니다]


마무리 글을 이렇게 적었던거 같다.

아버지에 대한 용서는 할 수 없지만

이 책을 쓰는 것엔 무관용이나 목적이 있지 않다고.

하지만, 진짜 그럴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이야기를 읽고 저자의 그 시간들을 공유하며

최종적으로 마지막 페이지마저 끝내기 직전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써의 판단이나 감흥은

꼭 그 말처럼 그렇지만은 않다고 보게 되었다.


미움은 흉터가 됐고 과거의 사연들이 된건 맞겠지만

저자의 기록이 자기만 보는 일기가 되지 않고

이렇게 에세이가 담긴 책이 될 수 있었던 건 

단지 스스로 목적이 없다고 말할 결과물은

아닌거 같고 기억하고 있는 그 시간들도

그리 판단하면 안될 시간 같기도 하니까.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누군가와의 공유와 공감,

그게 필요없었다면 출간되는 책으로써의 형태가 아닌

이 한 개인의 이야기는 사실 

자신의 것만으로 존재했어야 됐을테니까.


정신이 아픈 가족, 특히 부모가정신질환을 앓는다면

그로인한 많은 휴유증이 가족들에게

미칠 파급력은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저자의 경우는 특히나 여러가지가 중첩된 경우.

아버지로 인한 문제의 발단은 알코올 중독.

그러나 각종 사건사고와 정서적 불안정,

추가적인 약물중독, 거기에 세월과 같이 지속된 

다양한 일들과 몸을 돌보지 않아 발병된 

각종 질환들까지 다 따지면 단수가 아닌 복수형.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아버지의 폭력성에

무릎꿇고 빌수 밖에 없던 어린 시기를 지나,

가족들로 묶인 테두리를 벗어나긴 어렵던 애매한 시기도 지나,

결국 시간은 흐르고 흘러 저자는 가장 괴롭던 관계에서 벗어났고 

지금은 딸들과 부인을 둔 가장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현재가 슬픔이 지나가고 찾아온 행복같지만

행여 그게 깨질까봐 두렵고 

진정 행복해도 되나까지 걱정해보게도 되는

전과는 다른 행복의 틀 속에서 살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여러가지 많은 기억을 공유한다.

그중 인상적인 에피소드라면

자신의 눈빛에 대한 강한 자제력과 조심성,

그리고 딸이 거짓말을 했을 때 훈육차원의 매를 처음 댔을 때였다.

아이를 때려야 하던 그 당시 스스로가 

두렵고 수치스러운 듯 매우 오묘한 회고로 등장하는 건

단순히 아이를 때려서 그랬던건 아니다.

왜냐면 훈육의 이유는 아버지로써 분명했으니까.

그러나 자신이 자신을 돌아보는 자기검열의 작동이 심한 저자는

자신이 벌이는 모든 행동 안엔 은연중에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의 피가 발동되어

유전적으로 자신도 당연히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걱정을 놓치 못하고

자신의 이유있는 행동마저 스스로 자문하고 번뇌하던 것.

내 이런 모습도 아버지와 같은 광기가 아닐까?

혹시 내 아버지와 같은 눈빛을 아이가 캐치하진 않았을까?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묘사는

아이가 자신의 거짓말을 거짓으로 덮으려 하는걸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애초에 바로잡고자 

의도된 훈육이었다는 짧은 설명에서였다.

그는 이미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한 판단마저 이 글에서 같이 보여주는데,

안좋은 일이 더 커질까를 걱정하는

사전에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자신의 심정엔,

깊게 새겨진 불안으로부터 나왔을거란 생각을 묘사했기에.

저자 자신의 성향을 부인에게 설명할 때

스스로를 예민하다 평하지만 한편으론

부인에게 이게 삶에 도움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던 장면이 있다.

부인은 그 대답으로 단순한 답변 대신

예민하다는 쪽 보다는 예리하다고 듣는 쪽을 

바라며 사는게 더 괜찮지 않겠냐고 조언 해준 것과 

어쩌면 같은 맥락의 에피소드는 아닐까도 생각들었다.

그는 일상의 짧은 순간들마다 자신의 상황을 되집어 보듯

훈육의 순간에도 상대방인 딸의 반응을

자신의 영역 안에서 같이 고민한다.

상처받은 아이로 큰 저자같은 사람에겐

어쩌면 당연한 슬픔이고 한계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던 장면.


상처는 없어지지 않겠지만

상처를 말해도 될만한 환경으로 바뀐건 분명한 현재의 시간들.

저자의 모든 우려가 해피앤딩으로 끝날 순간을

독자로써 같이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