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 상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틱낫한의 치유 수업
틱낫한 지음, 권선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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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한 책이나 서평은 주관적 작성]


틱낫한 스님의 책을 오랜만에 읽는다.

그의 책 '화'가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거 같은데

워낙 많은 책을 거쳐오다 보니 

저자의 다른 책들 중 무언가를 또 읽었더라도

화 이외에는 이순간 기억해 낼 수 없다.


이번 책은 애도와 관련한 책으로 광고됐으나

생활과 연계된 명상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명상에 대한 언급이 많다.


여러 감정들을 다스리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에

애도와 슬픔도 분명 다루고는 있지만,

책이 강조한 누군가를 잃었거나 떠나감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논하고 있는 책은 아니었다.


명상의 궁극적인 도달을 

굳이 꼬집듯 언급하진 않고 있으나,

그 중 가장 명확했던 키워드는 

signlessness(무상)이었다.


내 자신이 하나의 형상으로 존재하나 

결국 흙이요 그러나 지금은 흙이 아닌 형상을 띨 순 있다는.

모두가 무상의 존재라는 말뜻 자체의 이해가 아닌

그냥 이미지처럼 내게로 잘 들어오는 

확실한 느낌이 들던 표현이었다.


화장장을 가본 사람은 나같은 생각을 해봤을까?


요즘 화장장은 신형 화로들로 지어져서 

작업장 안과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공간은 매우 다르다.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받아보듯

버거킹의 모니터 안내처럼 순서가 되면 받는다.

기다릴 필요도 없이 장례지도사가 예상해 준

시간에 다시 모여 받는 시스템.


그래도 안이 어느 정도는 개방형 주방처럼 볼 수 있기에 

안에서 처리되는 상황을 알 수 있다.


유골이 분쇄되어 나오면 망자의 임플란트 라던지

금속들이나 신체보철들은 따로 챙겨주는데,

그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유골들이

계속 공유되어 사용되는 큰 트레이에 옮겨지고

거기에서 긁어 모아서 주기 때문에 

순수한 자신 가족만의 유골분이라고만은 보기 어려운 구조다.


즉, 그 공간에 모인 모두의 유골은 

얼마간이라도 다 섞여버린다.

그걸 각자 담아 왔던 길로 돌아가는 

반대 순서만이 남을 뿐.


흙을 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 가능한가?

사람은 몸 상당수가 수분으로 구성됐으니 

우리는 훍이 아닌 물이라고 해야하나?


틱낫한 스님은 슬퍼하지 말라고 다독인다.


왜냐면,

죽은 이가 산자의 슬픔을 원치 않는다며.


그말에 동의한다. 

보이지 않지만 죽어 떠난 누가 

자신을 그리워하라 하겠는가.

그리움은 산자의 몫.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해 스님이 얘기하지만,

그래도 그의 언어라서 남다른 공감을 제공한다.

속세를 떠났다는 공식 자격이 발부된 스님이기에.


속세의 눈으로 보는 이가 아니니

보편적인 위로라고는 보기 어렵겠다.

그러나 96p에 나오는 걸 인용해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갑작스럽게 버려지거나

홀로 남겨진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을 영원히 잃어 버렸다고 믿으며

깊은 고통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들과 단절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과 다시 연결될 때

사랑하는 이들, 조상들 그리고 생명의 흐름 전체와 

다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내면의 집으로 돌아가,

우리 안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단락에서 와닿는 표현은 2개.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믿음,

내면의 집으로의 회귀.


누군가를 잃은게 아니라 떠났고 

살아있는 이는 자신의 마음으로 복귀한다.

복귀가 슬픔의 회복을 표현하는 

간단한 단어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라도 연결된 걸 느껴 봄으로써

잊은듯 간직하고 살라는 설명의 종류일 뿐.


각자가 지닌 슬픔의 총량에 따라 

와닿는 바나 와닿지 않는 바가 나뉠 수는 있겠다.


그래도 사라졌다는 메세지 보다는

사라지지 않았음을 언급해주는 

약간의 버팀목은 되줄 수 있을듯.

마음으로 세상사를 바라봄으로써

좀더 여유롭게 관조할 수 있도록

불교적 세계관으로써 개인을 이끄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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