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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지음, 송용구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 but 주관적 서평]
한번 읽었던 책을 또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겐 10번 이상 읽었던 책도 있었는데
그 책은 재미가 바탕이 된 책이었기에 가능했다면,
데미안이란 책을 그정도로 다독하진 않았지만
언제나 인상깊은 책이 뭐냐고 물을 때면
자동적으로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이 책이 튀어나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런 데미안을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몇십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고자 결심.
나는 데미안이란 책을 읽으며
데미안을 만나려 읽진 않는다.
내게 이 책의 존재 이유는
피스토리우스란 인물에 더 있기에.
하지만 데미안을 읽은 많은 이들이
피스토리우스란 인물은 잘 언급하진 않는다.
어찌보면 그는 싱클레어를 포함한
여러 주요인물들보다는 어른이면서
또한 성직자란 포지션까지 있는 인물인데,
그가 책에서 보이는 모습은
책의 얼개상 주인공들과 매우 중요한
대척점을 이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를 가진다.
쉽게 말하면 싱클레어가 방황은 하더라도
자아를 완성해 나아가는 설정이라면,
피스토리우스는 결국 자신을 안정시키는데
실패한 인물로 보는게 맞을 인물이다.
흔들리고 고뇌하는 수준이
훨씬 절절하게 다가오는 인물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중
데미안을 최고작품으로 꼽진 않는다.
특히 영미권에서나 교육계쪽에선.
데미안 대신 선택된 책은
'황야의 이리'이고.
얼마전 황야의 이리도 읽었고
이번에 데미안까지 읽었으니
기억으로 두 작품을 단순 비교하는게 아니라
가장 최근에 받은 느낌을 바탕으로
유명한 2개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던 것도
나름 의미가 컸던 일이 됐다.
일단, 두 책의 성격은 다르다.
데미안의 스토리 라인이 심적으로 훨씬 촘촘하다면
황야의 이리는 3인칭 시점 같은 서사가 더 두드러지면서
모노 드라마도 연상되는 독백같은 문체로 씌여있다.
왜 황야의 이리를 최고라 꼽는지도 이해가지만
내 성향으론 데미안이 가진 특성에 더 울림이 크다.
데미안에는 비교대상이 인물의 서사로써 좀더 명확하고
스토리가 쭉 끊기지 않고 결말까지 흘러간다는 점에서,
좀더 어른스러운 책이라 느껴지는 '황야의 이리'보다
친근하고 애잔함이 강해서 그런가보다.
누가 데미안을 읽었다고 하면
꼭 피스토리우스는 어땠냐고 묻게 된다.
그럼으로써 안타깝지만 피스토리우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다는 점 때문에 언제나 놀라게 되는 나.
책의 내용증 중간 부분에
그리 임팩트 있게 등장하지 않는
피스토리우스란 인물을 기억해주는
데미안 독자층이 더 많아지면
일종의 동질감으로 행복할 거 같다.
오랜만에 만난 데미안
역시 첫장부터 강렬했던 데미안.
나중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