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함께 쓰는 어린이 감정일기 - 감정 심리 안내서, 어린이 감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
조연주 지음 / 자상한시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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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난 오늘 이 책에 실린 아이들의 일기 속 

단순한 문장들에서 여러 추억들을 만났다.


어릴 땐 왜 그리 일기가 쓰기 싫었을까?


그 모든 걸 지금 가지고 있다면,

심리학 책들을 읽으며 얻은 지식들보다도

좀더 명확해 질 수 있는 나를 만날텐데란 1차적인 아쉬움...

쓰레기처럼 버려지기 전 

몇년이나 집 마당 구석에서 비를 맞으며 지낸

어린시절 내 책들이나 공책들,

흙먼지에 뒹굴던 내 일기장들,

그땐 어른이 되어 그게 궁금해지고 후회될 줄 몰랐다...


난 후회란 걸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때 땅바닥에서 종종 내 발에 치이거나 보이던

그때의 일기장들을 그냥 철지난 신문처럼 버리게

내버려 뒀던 어린 시절의 결정이 아쉬움과 후회로 남는다.

후회란 결국 돌이키고 싶은 무언가 아니겠는가...


이 책에 아이들의 일기가 실렸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꼭 이 책을 읽겠단 마음을 먹기도 했고.


떠올린 구성은, 여러 아이들의 일기들이

롤링페이퍼처럼 모여있을 거나

문집처럼 모여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짧은 아이들의 일기가

저자가 이야기 하려는 감정일기 표현법들마다에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이거 너무 짧은데'가 

어른인 내 시선엔 먼저 잡혔던거 같다.

그러나 이건 내 섣부른 속단이라 곧 느꼈다.

바뀌며 등장하는 여러 아이들의 짧은 일기속 구절들은

충분히 그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비참하다는 단어를 쓰네?'

'결국 소중한 가방을 다시 복구하는 건 실패 했구나...'

'아이가 물리적, 심리적을 구분해서 가정환경을 설명해? 와...'


내가 어른이라고 아이는 어리다며 얕잡아 본 것일까?

아닌거 같다. 그저 내가 어릴 땐

이런 표현은 안했다는 그 나이때의 나를 떠올리며

이 아이들을 어린 내가 되어 만나고 있었던 듯 싶어서.


책 초반에 등장한 3학년 아이의 일기엔

동생과 동시에 문밖으로 나가려다

자기 가방을 잡아당긴 동생 때문에

직접 만든 소중한 핸드메이드 가방끈이 

끊어진거에 화냈다가 엄마에게

그게 니 동생에게 화낸 행동에 비해

가치없다는 질책처럼 느낌을 받고는 

속상했던 마음을 일기에 담은 글이 실려있다.


저자는 이 글의 후속편처럼

그 후의 아이 일기도 실어놓았는데,


아이는 다이소에 가서 같은 색 실을 구입해 

그 가방을 수선하려 했지만 실패한 거 같았다.

그리곤 그 실망감과 함께

그래도 앞으로 예전처럼 들고 다닐 수 없을지라도

끊어진 가방은 방에 고이 모셔두겠노라고 일기를 썼다.

직접적으로 그 감정이 무엇이라 말하고 있진 않지만

충분히 자신의 감정을 실은 문장으로써

그 가방이 보낸 최후의 운명을 기록해 놓았다.


어른인 나는 먼저

'다이소에서 재료를 구해 만든 가방이

그렇게 소중할 수 있다고?'

이게 먼저 다가왔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아이의 감정도 읽으며,

지금은 잊었지만 나도 어릴 땐 

분명 이랬으리라 떠올리며 생각을 바꿨다.

'그래 소중하겠네...'라면서.


어른에겐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일기쓰기로써 분명히 알려주려는 

의도와 역할이 담긴 책이지만,

아이 본인들의 감정 그 자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배움과 치유처럼 많은 글들이

다가올거라 느껴지던 책이었다.


올해 내가 몇권의 에세이를 읽었는지

몇권의 심리학 책을 읽었는지

구체적으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올해 만난 가장 보람된 책이 될 것 같다.


어디 그런 책이 흔하겠는가?

아이였을 때의 나와 현재의 나를

계속 번갈아 오고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담긴 책이.


읽으면서 뿌듯하고 행복했고 

약간은 저렸다, 마음이.


책끝에는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2개 정도의 심리테스트가 실려있는데

그것도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었으며,

특히 아이가 있다면 부모와 같이 검사를 해보며 

서로 좋은 말할 꺼리가 생기겠구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일기쓰는 습관이 있다면

어른들은 그 노트들을 잘 모아줬으면 싶다.

본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분명 커서 자신의 어릴 적 글들을 만난다면

그걸 간직할 수 있음에 한번은 행복해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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