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컬러링북
켄드라 노턴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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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라 특별히 글이랄게 없지만, 

첫 한페이지 정도에 실린 

저자 '켄드라 노턴'의 생각들은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마음을 사로 잡는다.


'규칙이 없는게 규칙입니다!'

'쓰고 싶은 펜을 쓰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이 정도가 책이 보여준 가이드의 전부인데

실제 펜으로 뭐라도 그려보기 전 이미 

이 글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기대섞인 고마움이었달까? 

왠지 책안에 나만의 자유라도 보장된 듯한 설렘.

컬러링 북임에도 짧게 머릿말은 있는 책인데

거기에 자신의 의도를 담은 저자는

이 책에 사랑을 담는다 적어 놓았더라.




실린 도안들을 다 그리고 나면 

결국 이 책은 소장용이 될거 같았다, 

더이상 손댈게 남아있지 않을테니.

하지만, 실제 해보니 

한번 완성이 완전한 끝이 아니라

본인만 원한다면 몇번이고 

그린 그림 위에 또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할 구조라는게 이해됐다.

이미 색은 덮여있는 종이 위라서

몇번이고 자신의 선을 그려 넣으면 되는 거니까.




다만, 저자 말대로 

완성했다고 생각한 작품이라면,

액자처럼 잘라 걸어놓거나 세워놓아도

좋을거라는 그 말에 동의도 한다.

그래도 책을 손상시켜 가면서 

과연 그럴 용기가 날지...




내가 손댄 그림들은 

모두 왼손만으로 그려봤다.

원래 왼손잡이로 태어났던 난데,

내 왼손은 어느새 오른손의 보조로 산다.


한 독일의 심리치료사는

왼손잡이가 다시 왼손을 써 봄으로써

커다란 해방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꼭 실행해 봐야겠다 마음 먹었었지만

한번도 구체적으로 뭘 해보지 못했던게 

때때로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나름의 용기를 냈다.

내 왼손으로 다 해보기로.

형식이 없으니 뒤뚱거리는 내 왼손이라도

겁먹을 필요는 없어 맘 편히 시작.




그냥 그리기 시작한 선이건만

무작정 그려가다 보니 이것도 조금씩 배움이 생겼다.

더 자유로워지기도 하고

펜의 색상도 달리 해보기도 했다.

주로 색상 위에서 선들이 놀았지만,

꼭 정해진 색의 테두리에서만 놀지않고

잔물결 같은 나선의 형식으로 따라가 보거나 

톱니모양으로도 선을 그어봤다.

나름의 선호하는 방식이 있는지 탐구를 해보 듯.


책 속 어떤 페이지 위에 그림을 그리건,

완전한 흰도화지 위의 창작품은 아니고

이미 색이 덮여진 구조 위에 그리는 거라,

완전한 내 창작의 산물은 아닌거 같다.

하지만, 일반 컬러링 북은

색을 칠함으로써 완성해가는 구조이다 보니,

이렇게 선 위주로 완성해가는 구조보다

훨씬 시간을 들여야 완성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선,

초기 접근이 이 책이 더 쉬우리란 느낌을 받았다.


즉, 선 그리기 만으로 일정부분 완성이 가능하니

이미 그려지 색상 위에

선으로 틀을 만들어가면 

완성에 걸리는 시간이 색칠보다는 줄고

그로인해 끝맺음이 주는 기쁨도

빠르게 느껴볼 수 있는 장점처럼 인식됐다.

게다가, 형식이란 자체가 없으니

사람마다 다 다른 완성도가 나온다는 점도

이 컬러링 북만이 가진 독창성으로 느꼈다.


심리치료적 효과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왼손만으로 그려가면서

글씨를 왼손으로 잘 써보려고 해보다

영 신통치 않아 속상했던 것과 달리,

이 책 속 그림은 왼손이 오른손 못지 않은 

솜씨를 낼 수 있음에 만족했다.


책 광고카피에 외국에서 굉장히 인정받은 형식이라 말한 것도

직접 해 보니 왜 그런지는 감각적으로 느낀 바도 있었고.

만일 컬러링 북을 안해본 누군가에게 선물해보고 싶다면

완성에 부담이 덜한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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