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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 BLISS - 내 안의 찬란함을 위하여
임현정 지음 / CRETA(크레타) / 2024년 7월
평점 :

이 에세이엔 마치 자기계발서 같은 힘이 담겨있다.
처음엔 자신은 인정 못할지 모르지만
약간은 오만한 나르시시스트 같단 느낌도 살짝 들었는데,
들려주는 그 생각과 그 목소리 그대로를
음악처럼 받아들이며 임현정이란 사람의 본질을 담은 글로써
조용히 따라가듯 읽으니 진실됨이 느껴져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어느 대목에서부터 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그녀의 말이 점점 더 옳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부분들이 시작됐고
피아노 소리처럼은 아니겠지만
글들을 마치 음악처럼 더 경청해 들어갔다.
책의 시작은 파리에서 생활할 당시 겪은
인종차별적 경험으로 적은 에피소드.
정작 본인에겐 그 추운 비 내리는 새벽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인종차별로 남은
어릴 적 경험담이었겠지만,
독자로써는 그냥
프랑스나 한국이란 문화나 지리를 떠나
어떤 파리 공무원 특유의 비합리성과
반대로 그 실랑이를 도와준
여유가 느껴지던 한 경찰의 합리적인 중재가
대비되며 돋보이던 각박한 에피소드 같았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려고
오래 기다리던 자리를 잠시 비운 같은 줄의 소녀.
그녀의 접수누락을 막기 위해
새벽 5시부터 같이 순서를 기다리던
본인과 그 소녀의 처지가 당시엔 더 오버랩 되서였을지,
저자는 대신 나서주며
당황해하던 그 소녀의 난처함을 해결해 준다.
책은 그런 당시의 기억으로 시작됐다.
생활인 임현정으로써나
음악인 임현정으로써 겪은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 일부를 향한
데시벨 높은 비판적 의견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녀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대상들의 본질은
어떤 이야기가 됐건 크게 음악과 벗어나지 않는다.
피아니스트이니 피아노이야기 위주일거라고 볼 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그녀는 예술로써의 음악쪽을 더 이야기 하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음악인이면 감성을 다루는 예술을 하니까
세상 물정에 어둡거나
돈에 무감각 할 거 같냐고 물어오던 부분이다.
그녀의 답은 NO.
쇼팽이 자신이 만든 곡을 더 잘 팔기 위해
얼마나 셈에 밝은 사업가처럼 흥정해 가며 활동했었는지와,
베토벤 또한 쇼팽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도 얘기하던 부분.
예전, 다른 책에서
아예 유명 클래식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이런 점들만을 다뤘던 부분을 읽었던터라
쇼팽이나 베토벤의 이야기가 크게 놀랍지는 않았으나,
같은 음악가인 그녀의 목소리로 들으니
세상물정에 밝다는 게 결코 예술가이던 아니던,
물욕없는 사람만이 곧 선함의 트레이드 마크는 될 순 없다는 게
다른 어떤 누구의 설명보다 크게 와 닿기도 했던 부분.
유학시절, 콩쿠르 시스템, 음악, 자신감, 자존감, 돈 등
다른 주제들 같지만 일관되게 볼 수 있는 건
주위를 바라보는 피아니스트 임현정만의
굳은 신념이 묻어있는 상황이나 주제들마다의 강한 소신들.
나는 그 정도로 열정있게 살지 못해 부끄러운 부분도 있어서
더 대리만족처럼 빠져들던 부분들이 무척 많았던 책.
누군가에게 배워서 쉽게 찾아가던 길이 아니다.
커리어를 쌓기위해 도와주는 가이드란 없었고
자신 스스로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됐던 순간들을
크게 불평불만하지 않고 산 그녀.
길을 찾다가 당황할 때도 있었지만
피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경험이 됐고 남았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여전히 안주하진 않는 듯 보인다.
쌓인 경험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쪽으로
길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차근차근히 접근해 갔지만 양보없는 그녀의 심지나 심성이
독자로 느끼는 그녀만의 인생 노하우로 다가온다.
파리의 어떤 지도교수는
공부에 도움을 주는 선생이 아닌
그녀를 추방하기 위해 이민국에 민원을 낸 이야기에선
한편으론 프랑스다운 부딪힘이었단 생각도 들었다.
앞서 잠시 자리를 비운 소녀가 돌아왔을 때
반론하는 저자의 항의에 경찰을 부르며,
서류를 걷을 때 없었으니 그건
본인탓이라고만 반복하던 그 냉정했던 공무원 사례처럼.
책의 딱 중간쯤엔,
본인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썼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방법 10가지를 정리해 보여준다.
거기에, 장례식을 가정하여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질문리스트도 있다.
스트레스 관리를 다룬 부분은,
그녀의 당차 보이는 멘탈 관리 방법이 뭔지
독자들이 많이 궁금해 할거라고 배려해서 써 준
공유된 정보라고 보면 어떨까 싶다.
그 다음에 등장한
장례식을 상정해 작성해보는 그 답변리스트도,
인간으로써 누구나 가질 마지막길을 상상해보니
결국 겪게 될 그 상황설명을 자기 안에서 찾아보는게
어떤 성찰의 계기보다 큰 화두처럼 다가와
귀한 제안으로 남았다.
어쨌든, 내가 아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은
임현정 같은 정도의 큰 스타일은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글로만의 만남이지만
더 귀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던 책이었다.
임현정이란 피아니스트를 잘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들의 무게감에 많이 놀라며 읽었던 책이었고,
사고의 깊이나 솔직함, 직설적인 화법들은
유독 더 좋게 남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