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째 - 휴일 없이 26만 2800시간 동안 영업 중
니시나 요시노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번째 읽으며 드는 생각은 '각박'한 삶...

일본의 한 편의점 점주의 삶은

반복되는 하루, 

휴일 없는 일상, 

그렇게 계속 도는 1년 그리고 또다른 1년, 1년...


그러나, 저자의 이런 삶을 영위시켜 주는 건,

힘들더라도 익숙해진 편의점 업무에 

당연히 베테랑이 됐을 주인 부부만의 

직업적 노하우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건조한 태도에 있었다.

그들이 편의점 안에서 세상사를 바라 볼 때

세상의 각박해짐 자체를 무시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와 

협조관계를 잘 유지하고 인정하며,

본인의 주 업무인 편의점 오너로써의 중심을 

30년이란 시간 동안 잃지 않고 

해내고 있음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한국에서도 너무 많아진 편의점.

그 원조는 당연 일본일거다.

한국의 많은 것들은 일본 내 유행이 먼저였듯

편의점 또한 일본에서 우후죽순 불어난게 

한국보다 먼저 시작된 일본의 풍속도였다.


30년.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해 온 편의점의 존속기간.

근래 3년은 업무로 인해 아예 휴일은 없었다.


여러 이유 있겠지만, 

한국의 문화와 달리 일본만의 참는 문화가 

중년은 넘어섰을 이 일본 편의점 점주 부부가 

오랜 기간 편의점 일을 버텨 올 수 있었던 

또다른 비결 같기도 하던 이야기들.


다음은 기억나는 책 속 에피소드다.


자신의 가게에 냉동식품을 납품하던 업주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자신의 중학교를 중퇴 아들을

알바로 써 줄 수 있겠냐고 물어 온다.

이 부탁 자체에 대해서 사실 거부감은 없었다던 저자.

자신의 남편도 자수선가한 케이스라

어떤 핸디캡을 너무 과하게 보진 않는게

경험상 있었다는 부연설명으로 이 상황 해석을 대신했다.

하지만, 중학교 중퇴나 은둔형 외톨이란 점을

자신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알바로써 연결했을 땐 

그저 초월할 수만은 없는 다른 문제라 판단했다.

일을 맡겨야하고 호흡도 맞아야 하니까.

고민하고 거절의 의미도 좀 비췄지만

믿고 자식을 맡길 사람은 당신뿐이라는 식의 

압박 아닌 압박이 결국 아이를 채용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그 외톨이 아들은 이 가게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이 책이 무슨 드라마 각본처럼 흐렀다라면

일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었을 모든 예상을 깨고 

이 알바생이 능력치가 의외로 대단했더라는

환상적 결말이 됐을지 모르지만,

이 아이는 저자의 예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고 인내력을 요하는 힘든 아이였다.

계산대 업무나 응대 능력이 굉장히 떨어져서

평소 2인 1조로 근무하는 편의점 루틴을

이 아이가 익숙해 지게하기 위해

1명의 추가 헬퍼를 투입해

총 3명이 근무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그래도 더지지만 아이는 긍정적인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며 나아갔다.


그런 식으로 어느 정도 아이가 

편의점 일에 익숙해 져 있을 때,

처음 면접 때 만났던 그 때처럼 

저자는 그 아이를 앞에 놓고

이젠 혼자 해낼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너를 위해 지금껏 보조를 붙여 줬지만

이젠 당연히 혼자 해줄 수 있어야 함을 

간략히 설명해 주면서.


아이는 많이 주저하긴 했지만 

호기있게 결정한다....'Yes'


그 후, 아이는 스스로 변모해 나간다.

동료에게 의지하고 누군가는 도와줘야 했던 

외롭고 미숙했던 한 사람에서,

스스로 추진하고 끝을 맺을 줄 아는

한명의 동료이자 알바생으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은 흘러 아이는 그 편의점을 자연스레 떠난다.

다시 학업도 시작하면서.

건축사가 되기 위한 전문학교에 입학도 한 그다.

그 곳에서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걔 엄마로부터 전해듣는게 아이의 이야기 자체로는 끝.


짐스러워 보이고 부족해만 보이던 한 아이가 

한마리의 은혜갚은 까치가 되어가는 이야기도 아니고,

저자가 일본사회를 향해 일갈하는 

망가질 수 있던 가능성 있는 한사람 인생 구하기란

메세지를 담은 스토리도 결코 아닌,

그저 어쩌다 편의점에서 만나 점주와 알바로 만나

성장하고 떠나 보내고 

바라보고 사라져 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 이야기 같았다.


실려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모두 

이런 독립적인 에세이들의 합으로써,

매번 다른 사연들이 시작되고 

결말 지어지는 구조로 되어있어 좋았다.

30년간 저자가 경영하는 편의점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사실감 뿜뿜의 소재와 역사들이다.


재밌다면 좀 오만한 감상평일거 같다.


그래도 막힘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던 글들이기에

읽는 재미를 겸비한 책이라 꼭 평해주고 싶다.

일본 특유의 정서를 드러내고 얘기하고 있진 않지만,

읽다보면 한국과 절로 비교가 되면서 읽게 되고

의외의 동질성도 느끼며 읽게 되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의 묘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성 짙은 내용들로 알차게 채워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