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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 - 나를 잃지 않고 우울증을 앓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지민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1월
평점 :

예상보다 훨씬 좋은 내용의 책이었다.
제목만으로 책 내용을 짐작해 봤을 때 예상된
그에 합당한 내용들도 물론 있었지만
이 책이 좋게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울증, 화병, 범불안증세 등을 언급하면서
관련된 당사자 뿐만이 아닌 주변인의 반응과
환자 본인의 적절한 대응을 같이 실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 부분들도 단순 나열식이 아닌
그걸 본인이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느끼게 해주는 측면이 잘 언급됐기에
의사로서의 설득을 넘어선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변화를 독려할
깔끔한 정보공유의 측면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고 싶은 부분은
여러 내용 중 3개 논점에 관해선데,
첫번째, 우울증을 겪는 부모의 자녀가 겪는 고통.
두번째, 상실과 애도감에 비유된 우울증의 자가인식.
세번째, 공감과 동감의 차이.
먼저, 자녀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정리한 파트는
5개의 카테고리로 자녀의 마음을 진단해 놓았다.
'슬픔, 분노, 죄책감, 절망과 무력감, 불안'
이 5개의 목차와 같은 분류는
책을 읽은 후 기억해두기에 분명 필요할 요소들이지만
실제 그 안에 해설된 설명들을 보노라면,
일반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상같은 부분이면서
감정기복으로 인한 분란으로 확장해 이해해봐도
도움될 내용들이라 느껴지기에 좋았다.
우울증 환자 못지않게 그 보호자를 자처하는 주변인들이라면
반드시 자각해 봐야 할 마음의 변화라고도 느낀다.
여기서는 우울증 환자의 대상을 부모라 한정지었기에
모든 상대방을 부모라 놓고 들어보기로 한다.
1.슬픔
평소 알던 부모님과의 일상이 변하면
자녀 스스로의 역할에 혼란이 올거고
변한 부모의 모습에선 마음이 아플 것.
왜 하필 자신에게 벌어진건지 원망이 생길 수 있음.
(저자평: 소중했던 걸 잃은 건 매우 슬픈 일)
2.분노
자녀의 노력에 오히려 부모쪽에서
화를 내거나 생각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런 반응에 자녀입장에서 분노가 생길수도.
오히려 이때 자녀는,
자신의 고민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여김과 동시에
노력마저 무시된 걸로 받아들여져 헛되다 여길 수 있음.
만일, 노력의 정도마저 무척 컸다면 더욱
몰라주는 태도에 야속함도 클 수 있다.
(저자평: 서러움과 분노의 해소가 상황 속에서 벅찰 수 있다)
3.죄책감
가족의 우울증이 자신의 탓이란 생각에 사로집힐 가능성.
특히, 돕고 싶단 의지가 강할수록
반대로 강한 죄책감을 느깰 가능성 큼.
화를 내야하는 순간이 생긴다면
이 또한 아픈 환자에게 화내는게 맞나 고민을 만들고
화와 죄책감으로 괴롭게 될 수 있다.
또한, 아픈 부모나 가족에게
그걸 받아주는 식으로 되지 않는단 느낌에,
지난 과거를 두고 죄책감을 자초하거나
때론 인간이기에 힘들어 무시나 방관으로
회피하려는 류의 감정에 죄책감이 들수도 있음.
(저자평: 잠깐의 행복이나 즐거움도 일상의 죄책감으로 다가올 수 있음)
4.절망감과 무력감
끝이 안보이는 누군가의 우울증 지속에 끼인 감정.
노력에 반응없기에 절망감 커짐.
타인의 도움이 전혀 없다면 오롯이 가까운 이의 몫이 됨.
차도없는 것과 더불어 환자 본인의 거부감이 크다면 힘겨움.
(저자평: 끝모를 고통이라 느낀다면 보호자로써 매우 힘듬)
5.불안
부모의 차도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다
어느 순간 그 합리화의 모순을 접한다면,
오히려 그간의 오판에 대해 의심이 들 수 있다.
지나친 실수라 생각하면서도 걱정은 안 없어지더라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 인식해 보기.
(저자평: 부모에 대한 걱정이 클수록, 그 불안감도 커질 수 있음)
여기까지 5개로 보호자의 심정을 정리해 봤는데
꽤나 포괄적으로 이해해 볼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죄책감이란 말이나 불안이란 말을
'자책'이란 말로 바꿔본다면
이해 측면에서 훨씬 그 깊이를 넓힐 수 있을거 같고.
2번째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만든 애도의 5단계를
환자가 느끼는 우울증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다.
'부인→분노→타협→우울→수용'
현실을 부인하다가,
왜 하필 나인가에 분노가 일며,
다른 선택을 했을 걸 상상해 보다가
더이상 바꿀게 없음에 좌절에 이른다.
그러다 결국 상실을 인정하면
그냥 살아가게 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이를 우울증을 빗대어
앓는 이 본인의 마음을 해당설명으로 응용했다.
다음은 공감과 동감의 차이.
공감(Empathy)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입장'에서 느끼고 이해.
동감(Sympathy)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에 대한
연민, 측은함, 걱정 등의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과거감정과 경험으로 미루어
상대감정을 느끼는 것.
저자의 핵심설명은,
내가 상대의 마음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시작할 것과,
상대마음이 자신과 같을 것이고
자신처럼 생각할 것이란
주관적인 전제를 꼭 버리라는 부분에 있었다.
상대의 잘못된 생각이 강화될 걸 우려해
공감해주길 꺼려했었다면
공감이 아닌 외면할 상황을
열어놓았음도 주의하라 일러준다.
혹, 우울증 환자가 여러번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걸 권하며
그에 맞게 올바른 대응을 해볼 수 있기도 권해준다.
어려운 말들은 아니나,
대부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거나
아는 듯 오해하고 살았을 이야기들도 보인다.
특히, 공감과 동감은 꼭 구분해야 할 이유가 보이고.
책제목이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라서
저자 본인가족의 우울증 투병기거나
에세이 느낌의 정신과 의사의 글로써
우울증을 단순소재로 다룬 글이라 오해할 수 있는데,
오히려,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내용이라 놀라웠다.
정확하고 간결한 내용들이어서 더 좋았던 책.
우울증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해봤는데
가장 정확한 시야를 제공해주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