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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 오늘도 잘 살아 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
성유미 지음 / 서삼독 / 2023년 6월
평점 :

시를 중요하게 매 주제마다 쓰긴 했지만,
이 책을 심리학스럽게 만들어 주는 건
저자인 의사 성유미의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을 담은 글들이다.
정확히는 세상 그 자체가 아닌
자신이 경험한 타인의 인생 속 포인트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인 환자들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면 좋을
고민의 포인들을 잘 집어준게 느껴진다.
의사이니 필요하다면 약을 썼을테지만
마치 진짜 약대신 시도 처방했을 것 같은
사람이란 느낌의 글으 써놨다.
처음 등장하는 주제는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기력이란,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
불편하고 힘든 극복 불가능했을 상황들이 이어지며
그 부담들이 중첩되듯 심리적 부담을 주면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체화된 무기력을 뜻한다.
어느 자료에선 이 학습된 무기력이
단순 우울증을 만들기도 하지만 길게 지속될 땐
조현병으로까지 진행되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반드시 중요하게 취급되야 할 습관이자 계기 같다.
무기력에 '학습된'이란 수동형 형용사가 붙게 된 건
그걸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의지가 담긴
아이러니한 무기력이란 뜻일거다.
그걸 뛰어 넘기 위해선 그런 환경을 벗어나보는 경험을 늘려
스며들듯 본인이 만들어 낸 마음 속
무기력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할테지만,
이론이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 땜에 생긴 용어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감옥은 오히려 늪에 가까울지 모른다.
저자는 몇가지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준다.
가령, 본인이 끈기가 없다는 식의 무기력이 반복된다면
이런 태도는 학습된 것임을 먼저 인지하고,
진짜 없는건 끈기가 아닌 자신감임을 재인식하고,
그로인해 자연스레 끈기를 발휘할 일을 느끼듯 찾아보라는 것.
이 부분을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이어진 한줄의 문장이 난 더 좋았던 거 같다.
아마 파블로프의 개실험에 빗대어 말한거 같았는데
스스로에게 '땡'이라고 종을 쳐주라는 주문이었다.
학습된 무기력을 만든 상상 속 땡소리 대신
자조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스스로 들려주듯 쳐보는
자신이 울리는 종소리로써의 '땡'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게 마무리하는 이어지는게 '시'다.
이 주제에서는 '긍정적 사고방식'이란 책으로 유명한
노먼 빈센트 필의 '진심'이란 시가 들어있는데,
이 시가 학습된 무기력을 주제로 씌여지진 않았겠지만
왜 저자가 이 시를 이 주제 마지막에
인용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시 중엔 이런 구절이 있다.
'...바로 앞에 어떤 담이 놓여 있나요?
당신의 마음을 그 담장 너머로 던져 버리세요...'라는.
시라고 보기엔, 이 책에 등장하는 어떤 시들보다도
설명하는 듯한 내용들이 에세이처럼 담긴 시지만,
많은 문장들을 생략하고 그냥 시답게
노먼 빈센트 필의 좋은 글을 음미하기엔
위 문장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마음...
마음을 담너머로 던지는 상상....
그런 상상만으로도 뭔가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책 내용들은 다 이런 식이다.
외로움이라던지, 두려움, 무기력, 타인을 의식하는 등
여러 고민들을 굉장히 심플하게 조언하듯 이야기하며
글의 마무리엔 내용에 맞는 시들을 얹었다.
이 책을 읽기 몇주 전,
정말 우연하게도 이 저자의 1번째 책을 읽고 있었다.
이 신간을 읽으려고 보니 이번 책은 저자의 3번째 책이었다.
이번 책이 좋았던 사람이라면
1번째 책도 읽어보라고 해주고 싶은데,
그 책은 '마르틴 부버'의 관계에 대한 견해를 서두에 이야기하며
전체적이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좀더 사례집에 가까운 책으로써,
저자가 진료실에서 느꼈던 여러 사람들의 공통점 중엔
가해자처럼 의식되는 상대의 일방적 관계형성 때문만이 아닌
쌍방향으로 작용된 관계의 관점을 많이 투영했다.
그로인해 넓은 시각으로 나와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길러준다.
치우치지 않는 내용을 선보이는 좋은 의사이며 저자인데
생각보다는 많이 안 알려진 부분은 아쉽다.
이 책부터 읽어보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저자의 다른 전작들도 읽어보길 권한다.
늘어질 수 있는 상황의 설명들을
특유의 정서로 잘 정리해주기도 하지만,
그걸 이성보단 감성적인 느낌으로 써내면서
그 안에 분명한 메세지까지 담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저자를 돋보이게 만드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