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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카운슬링 - 인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10번의 사적인 대화
체사레 카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10개의 작품만을 뽑아 테마를 잡고
저자의 시각으로 그 작품들에 해석을 달았다.
일단, 각 챕터들의 제목들이
궁금함을 유발시킬 만한 제목의 테마들이라
그 부분들부터 먼저 정리해 소개하는게 맞겠다.
1.하는 일마다 족족 꼬인다면
2.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3.평생 사랑하지 못할까봐 두렵다면
4.스스로 그 무엇도 해낼 수 없을거라 생각된다면
5.이유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면
6.감당하기 힘든 일이 폭풍처럼 밀려온다면
7.이별의 상처로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
8.삶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9.내 감정을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싶다면
10.한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그리고 10개의 소제목들은 다음 작품들과 연결돼 있다.
1.한 여름밤의 꿈
2.맥베스
3.헛소동
4.헨리 5세
5.오셀로
6.템페스트
7.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8.햄릿
9.로미오와 줄리엣
10.뜻대로 하세요
이 책을 단순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작품들을 선별해
각 인물심리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바라볼 수도 있긴 했지만,
더 정확히는 저자가 스스로 설명했듯
이 책을 서적점을 치기 위한 책처럼 쓰라는
직접적인 저자의 조언이 책 맨 앞에 있다.
그냥 다 읽어보는 평범한 책이기에 앞서,
간절하게 자신이 원하는 걸 빌고
마음대로 책을 펼쳤을 때 거기에 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식.
사실, 이 자체도 은근 재밌을 수 있고
뜻밖에 자기에게 필요했을 무언가를 문장 안에서
우연처럼 만나게 될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겐 이 책 자체가 일단 매우 잘 써진 책이었다.
다만 아쉬운 1가지는 내가 정말 원했던 작품
'리어왕'이 없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
더 충족시켜 줬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읽는 순서도 상관없다.
기존에 세익스피어 작품들을 읽었어야 할 필요도 없고.
각각의 챕터끼리는 연결돼 있지 않고
작품마다의 간략한 줄거리는 각각 소개돼 있으니까.
그래도, 이미 읽은 책이라면 더 풍부하게 읽어낼 수 있을테고
기존 느낌과 자연스런 비교도 되니 더 남을 수도 있겠다.
여러 챕터 중에서 일단,
헨리5세를 가장 먼저 읽었고 그다음은 맥베스였다.
책에서 가장 희망찬 내용과 가장 어두운 내용 찾아 읽은 셈.
여기서는 맥베드를 다룬 챕터를 소개해 보겠다.
뛰어난 장군인 맥베스는 복귀하던 도중
3명의 마녀로부터 자신의 앞날을 듣게 된다.
마치 예언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
맥베스에겐 왕이 될거란 예언을
절친이자 또다른 장군 뱅쿠오에겐에겐
자식이 왕이 된다는 예언을 건내는 마녀들.
이는 화근 같은 암시였을까 아님 진짜 예언이었을까?
이 작품을 비극으로 이끄는 2개의 견인차는
처음 등장하는 3명의 마녀들이 건낸 예언이었고,
이를 현실로 옮기는 절대적인 역할은
강하게 예언의 현실을 푸시하는 맥베스의 부인일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짧은 길이의 맥베스,
이 책안에서 만큼은 기존의 맥베스를,
마녀들의 예언과 처의 설득에 넘어간
수동적인 맥베스로만 부각시키지 않았다.
맥베스의 불행은 결국 자초한 것이고
원래 그런 악행의 원초적인 힘은 맥베스 본인이
무의식처럼 가지고 있었던 자기 것이라는 것.
그것을 꺼내도록 부추긴 마녀나 부인도 지탄받을만 하겠으나
오히려 맥베스 본인이 선택한 어리석고 불가피했을
능동적인 운명이었다는데 촛점을 맞춘다.
맥베스를 원전으로 한 2번째 챕터인
이 부분의 제목도 다시 볼 필요도 있다.
'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여기서의 괴물은 맥베스의 드러나지 않았던 내면 중 일부와
믿고 의논했던 레이디 맥세스,
그리고, 예언인 듯 스스로 그런 미래를 만들도록 주입시킨
마녀 3명의 속삭임 모두가 해당된다고 봐야한다.
저자는 결국, 현실 속 맥베스化 되어가는 인물들이 있다면
결국 그들도 그 이전까진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위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괴물의 선택을 받지 않는 우회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신이 되거나
괴물이 달려들지 않기 위해선 역린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괴물로부터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라 조언한다.
책 속에서 말하는 괴물의 예들은
세익스피어 극 자체에서 들지 않았고,
사회에서 만날 수 있거나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컨트롤 안되는 사람과 극악한 범죄자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10개의 각 챕터들이 다 독립적이어서
어떤 부분에 더 공감을 할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순수 세익스피어를 문학으로써 읽는 것과 비교해
이 책이 줄 수 있는 생각의 전환들이
무척 신선하다는 생각은 공통적으로 해볼 만한
잘 쓴 흐름들이 많이 존재한다.
소설이 아닌데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