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지음 / 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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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일요일, 소설 한권을 

하루에 다 읽은 것도 오랜만 같다.

한국작가의 한국소설이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외국이름들이라 

마치 번역된 외국소설처럼 이뤄진터라

그 세계가 좀 낯설기도 했지만,

눈물에 의미를 둔 이 특이한 소설 안에서

이또한 저자의 의도였다 믿으면서

가능한 이런 생소함도 익숙함으로 만들며

나름 노력하면 읽어나갔던 책.


개인적으로 예상치 못한 뭉클한 장면이 많던 책이면서

결국은 눈물로 모든 상황을 풀어가는 

스토리마다의 통일성도 흥미로웠다.

엠마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인연인듯 아닌 듯 

결국 눈물로 엮기게 되는 여러 관계들로, 

그 각각을 기대하고 마무리를 궁금해하며 

쭉 읽어가는게 스토리의 큰 흐름인 책.


아래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일단 이 책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는,

어느 해 1월 1일부터 기존 화폐를 세계적으로 없애고

눈물을 공용화폐로 쓰겠다는 전세계적 협정발표다.

이것부터가 판타지스럽기는 했는데 

더 판타지스러운 장치라고 느껴지던 건, 

눈물의 커튼같은 흐름이 외벽인 관리청 구조나

전세계 모든 개인들에게 저마다 몸에 붙인

눈에 안 보이는 아주 작은 나노로봇들이 

인구수대로 눈물을 모아 전송할 수 있다는 기술력, 

남이 울어주는 눈물은 '기체눈물이란 건

특별한 분류로 또다시 특별관리된다는 설정 등 같다. 

이 세계관을 더 판타지스럽게 만들었다고도 느꼈고.


눈물도 불법유통 되는 세상이지만 

그렇게 모인 눈물은 결국 폐기되는 

관리청으로 모인 눈물들의 순도관리.

눈물이 돈이라서 남의 눈물도 

사고 팔수 있다는 발상이기에

'돈되는'이 아니라 '눈물이 좀 되는'

행복한 기억은 개인적으로 팔고 

그렇게 돈을 융통하는 암시장도 등장한다.


엠마라는 여주인공은 타인을 향한 

순수한 연민이 특히나 아름다운 여자다.

남의 눈물을 매번 자기 사정처럼 여기니까.

작가가 엠마를 중심인물로 이끌어 가고자 했던건

여러 사건들을 정리하고 풀어가는 역할도 됐겠지만,

정많고 감수성 풍부해 보이는 이 엠마가

스스로를 위해선 흘려본 눈물이 없다는 그 설정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큰 마무리인 동시에,

각각 달렸던 많은 이야기가 엠마 개인의 이야기로써 

하나처럼 뭉쳐지는 느낌도 줄 수 있을

어떤 뉘앙스였겠단 생각도 해본다.

남을 위해선 기꺼이 울 수 있는 엠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운적 없는 자신을 

돌아본다는 걸 강조해 봄으로써 말이다.


만년 꼴찌인 한 축구팀의 긍정적 감정을 끌어올리려

사기를 북돋아 주는 훈련을 시키는 것도

눈물관리청 직원들의 업무로써 등장하는데,

이 훈련 후 처음 열리는 시합에서 

그 결과를 생동감 있게 보여 준 경기전개는

예상되는 결론 같으면서도 감동으로 뭉클했고,

엠마를 자기 대신 신설된 관리청에서 일해볼 수 있게

기회를 넘겨줬던 여교수와 연락이 되지 않던 사유,

기억을 팔아서라도 허영을 이어가고자 했던 여자,

일부분만 기억을 팔려다 모든 기억을 뺏겨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은 이름도 모를 중년남자의 관계도가,

판타지스러운 연결과 인연으로 하나인 듯 풀려나면서

마무리 됐던 그 부분도 좋았던거 같다.

아마도 읽으며 눈물이 나는 독자도 많을 법한

책내용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부분들이였다.

아, 100마리가 넘는 개들을 돌보듯 기르는 여자가

자신의 눈물로는 필요한 돈이 모자랐지만 

남이 흘려준 눈물이란게 존재해 그걸 인출하러 

관리국에 들리면서 벌어지는 얘기의 결말이 

어쩌면 더 뭉클할 수도 있겠다.


소설책이라 스포같은 얘기를 피하다 보니 여기까지만.


초반부는 눈물이 돈으로 유통되는 

비현실적 세계관을 이해시키는 

설명들로만 채워진 그 분량이 꽤 되서 

이런 여러가지를 인내심있게 읽고 넘어가야,

각자의 사연들로 풀려가는 

본격적인 눈물 스토리가 시작된다.

너무 흥미진진하다기 보다는, 감성적 깨달음과 

정서적 순화까지도 느껴볼 만한 스토리다.


객관적으로만 본다면 유사점이 없는 듯 하지만

왠지 '불편한 편의점'과 비슷한 종류의 감동 같기도해

묘한 끌림도 줬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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