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 점으로 연결되는 어떤 삶의 이야기
이인 지음 / 다할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무빙이다.

저자는 책에서 본인의 변화를 점의 이동처럼 설명했는데,

필연적이면서 운명적이었던 자신을 이동시켰던 

지난 시간 속 이동들은 모두 무빙 같았다.

무빙을 단순 이동이란 말처럼 봐도 되겠지만 

책이 말하는 무빙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이사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대구에서 살던 소년이 서울로 올라와 

신분을 바꿔줬다고 생각할 만한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미국으로 출장을 갔던 경험은 아예 본인을

미국으로 이사가서 새로운 세상을 살게 만들었으니

결국 움직이며 이사 이사하며 벌어진 일들.

너무 단순해 보이는 이런 독자로써의 설명이 

저자가 외국에서 이뤄냈던 고차원의 성공과정을

너무 일반적으로 묘사해 버린 기분도 들지만,

우선 제목과 느낌의 작은 매치를 만들면서 이렇게 글을 시작해본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어디쯤 가야 좀더 

감정적인 부분이 등장할까도 궁금했다.

왜냐면 전체적인 글의 느낌이 절제되어 있기에.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런 부분이 특별히 등장하진 않았다.

왜지? 평소 한국 책들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없지?

그렇게, 읽은 느낌을 다시 정리해 보려하고

나름 이유를 찾으려다 보니 조금은 이해로써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게 아닌 

당시 그는 성인이 된 이후의 도미였다.

하지만 짧게 소개된 그의 한국에서의 삶은

떠나며 돌아가고 싶은 그 어떤 그리움, 후회, 회한도 없어 보였다.

정확하겐 일반적인 감정들이 어느정도 있긴 하겠지만

역시나 대부분은 피상적으로 남지 않았을까.

과거는 묻고, 과거의 자신은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에서 새롭게 자신을 써내려 가고 싶었을 것 같은 그.

그렇다면 그런 이유로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덜 보인걸까?

반대로, 이 책에서 어떤 강한 감정의 기복이라도

꼭 보여졌어야 했다는 말을 독자로써 하고 싶은 건가?

가족의 얘기도 자식에 관한 몇줄 뿐이다.

난 여러가지 저자의 서사와 이런 점들을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시간 자체도 없었다.

처음엔 노력이었을지 모르나 그런 선택과 의지가 그의 방식이 됐고

새로 만든 길, 만들고자 했던 길이 새로이 장착된 그의 인성이 되버렸다고.

동양인이지만 서양방식의 사고와 유사한 탓하지 않는

습성, 냉철함,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프라이버시,

많은게 미국 문화와 기업운영 방식에 맞춰졌을 

저자의 프로페셔널 한 측면들이 책에 담겨졌으니,

긴 시간들의 함축안에서 사사로운 건 생략한 듯 보이는

담백한 묘사들로 나타났다고 정리하는게 맞겠다 싶었다.


힘들지만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지 않았던 어린 시절.

그 시기, 책에선 산에 올랐던 얘기가 계속 등장한다.

산에 오르던 이유가 구체적으로 설명되야 하는 부분들도 아니다.

하지만, 짧고 고생스럽게 저자를 스치고 지나간

그 시절을 견디게 한 매우 현명하고 유일한 방법이었으리라 느꼈다.

망한 집안, 돌아가신 양친, 그리고 혼자 남겨진 소년.

좌절 보다는 어떻게는 그 청소년기를 건너온 이인이란 소년.

그러다 아버지와 막역했던 인연의 도움으로

현재의 LG그룹 전신이었던 기업의 신입사원이 된 그.

그때 그는 큰 걸음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듯 

삶의 변화를 모색했고 그러길 원하던 첫걸음을 내디뎠다.

기운이 없어 쫓겨나거나 차 하부를 기름걸레로 일일이 닦는 일을 하던

그 소년이 당시 선망 직업이라는 상사맨이 된 그 궤적이 

어쩌면 지금의 시대상으로는 이해 안 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기회를 원했고 잘 살렸다.

그 조직문화에서 배운 업무능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삶이 아닌 미국에서의 새출발까지 해냈으니까.


미국으로 이주한 후, 급속하게 꿈을 이뤄간 그.

앞서 이어지듯 계속해서 꿈을 이야기 하고 

어느 부분에선 무모한 듯 당시를 회상하지만,

이미 어느정도의 인적 네트워크와 짧았더라도 회사생활을 통해

자신의 선택을 뒷받침 해 줄만한 어느 정도의 기반은 가지고

불안정했지만 능력은 있는 사업가로써의 시작을 결국  시작했고

그 불씨를 지금까지 꺼뜨리지 않고 쭉 이어온

벤쳐캐피탈리스트로써의 그를 만나게 하고

그의 커리어를 들어볼 수 있는게 바로 이 책이다.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온 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선별된 인연들을 특히 소중히 여기고

추리고 또 추려낸 소수의 성공가능성에 집중하는 안목을 가진 기업인.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로 세상을 등져야했던 

아꼈던 어떤 이에 관한 짧은 회상 등도 이와 대비하듯 등장한 이야기.


저자의 삶을 쫓아가며 들여다 보면서 

멈추지 않는 삶의 의지가 계속 아웃풋을 만들어내고 

그걸 동경하는 이들에게 다시 그 진취성을 나누는 삶을 사는 그.

괴로움에 매몰되지 않았고 몇가지 성공에 안주하지 않은 인생을 사는게

어떤건지 보여주는 살제사례가 될 속도 빠른 이야기들을 담은 책.

한사람의 삶으로써나 기업인으로써 쉽게 도달할 경지 같지 않다.

배운다기 보다 겸허하게 저자의 기록을 쭉 따라가며

인생 선배이자 꿈을 현실로 만든 한 사람의 역사를 배웠고

소중하게 한문장 한문장 읽어갔던 책이었다.

좋은 경험 책으로 공유해 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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