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건 - 융 심리학으로 보는 친밀한 관계의 심층심리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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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을 많이 다루지만

넓게 볼 수 있는 사랑이란 틀을 근간으로

다양한 관계 속 사랑이 등장한다.

그 중 한 미국 여성의 가족관계와 깨달음도

일종의 사랑 속 내용으로 그려놓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은 베키라는 사회복지사로

어릴 적 역기능 가정 내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일찍이 부모화를 경험했기에 

성장해서 정착한 직업도 결국 자연스레 복지사가 됨.

역기능 가정 속 자녀란,

아이가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런 자기여야만 부모가 자신에게 역할을 해줄 거라

기대하고 희망을 품으며 자란 자녀란 뜻.

하지만, 어머니는 미성숙한 감정소유자였고

아버지는 자기애가 강한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홀로 유랑을 떠나듯 떠난 아버지.

그 후로 어머니는 베키 몫이었다.


커서 베키는 동성애자가 되는데

애초 부모관심을 못받고 자란 탓에

연애이력조차 가정 내 그녀의 했던 역할과

별반 다를게 없는 관계로 엮어간다.

자길 강렬하게 돌봐주길 원하는 파트너이자

요구사항은 많지만 자기 몫은 하지 않은

아버지 같은 여자파트너에게 끌린 베키.


어찌됐건, 역기능적 가정내력을 통해

영웅적 역할을 해내는 걸 체득해 온 베키는

2가지 역할을 감내해내는 삶을 산다.

그렇지만 늘 슬픔에 빠져 있고 

가끔은 갈팡질팡 하면서

겉으로는 의연한 베키.

안으로는 병든 그녀다.


어느날 집나간 아버지가 베키에게 돌아온다.

이젠 나이든 자신을 베키에게 기대려는 존재로.

먼저 분노를 느꼈지만 동시에, 

아버지란 존재에 선을 긋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아버지의 변명을 들은 후 그녀는 스스로

자라며 해왔던 익숙한 역할과 반응을 보이고

홀로 남은 어머니까지 떠맡게 된다.

결국, 성인이 되어 지켜 온 

그간의 결심은 무너지게 된다.


좀 긴 사연이지만, 비슷한 사연을 다룬 책들과는 

차이도 있고 명확한 해석도 첨부되어 있다.

책이 설명하려는 부모는 '원초적' 타자다.

즉, 원초적 타자로 인한 분노는

자식으로써 명료함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촉발된 퇴행적 에너지는

성인으로써 맺는 관계들을 변질시킨다.

왜 이 원초적 타자 속 관계와 에너지가 특히 강할까?

그건, 부모란 원초적 타자가 실제 어린시절을 함께 한 

성인이 된 자식의 눈앞에 나타남으로써

어떤 과거 핸디캡보다 그 영향력이

엄청 강화되게 만드는 힘을 내포했기 때문이다.


베키의 모습을 책은 누구나 지닐 수 있는 딜레마로 설명한다.

이처럼 과거의 영향이 강력할 때,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정확히 판단해 보고

하려는 목적에 맞게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무엇을 생각해보길 바라며.

거기에 저자가 또 덧붙이는 한계라면 한계는,

지난 날이 준 과거의 경험이 휩쓸고 지나갈 때

제대로 된 의식을 붙잡기란 너무 힘듦이다.

지금 가능하다 느끼더라도 내일은 또 바뀔 수 있다고.


이에 책은 일단 해답은 내놓는다.

가야 할 남은 인생계획을 마음 먹었다면

발목잡고 가로막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내면화 된 패턴을 의식화 해보는 노력이 있어야 

최종적으로 성숙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


이 사연은 약간 슬프게 끝나고 있다.

그 영악한 아버지의 귀환을 

오히려 기원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저자는 이런 베키에겐 2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봤다.

하나는, 거리를 유지한 채 혼란을 아버지에게 쏟아내거나

부모를 위해서란 명목에 자신을 놓아 버리거나.


마지막 선택권은 사실 번역문제인지 

그냥 정신분석가로써의 단순한 예측인지 다소 헛갈린다.

경계 짓고 화를 낸다면 물리적 거리는 존재 않는거 같아서.


이 부분은 다소 무겁지만 

대다수의 내용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가족보단 남녀의 사랑도 많이 다룬다.

특히, 투사적 인연과 지속의 한계를.


강의처럼 달리는 내용의 책이면서

단순 심리학자가 아닌 정신분석가의 이야기라

섬세한 내용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특히 환영받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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