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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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사회가 지닌 

비과학적 오류들을 지적한다.

전방위적으로 여러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쉬운 표현을 유지해 편안한 독서가 가능한 것도 독특.

특히, 책 초반부 자신을 배웅나온 초면인 버클리와의 대화는

책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모티브로 제공됐다.


버클리는 만나기 힘든 유명과학자 칼 세이건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기존에 쌓았던 지식들을 확인받는 시간을 원했지만 

대화 중 곧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이때, 칼 세이건이 평한 상대를 향한 의외의 지적은

버클리가 꽤 다양한 사변적 사유들을 가졌지만

미묘한 차이점들 또한 알고 묻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칼 세이건은 그와의 대화 대부분을

그가 지녔던 기존 상식을 부정함 씀으로써,

아마도 그간 버클리의 정신세계에 소중한 측면이었을

많은 것들을 부정해 보도록 유도한 셈이 됐다 여겼고,

결국 버클리가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 점점 시무룩짐을 전달받았다 했다.

버클리란 남자에게 그간 쌓은 폭넓은 사변적 지식들은 있었지만, 

우주, 지리, 물리, 천문학 등 주류 과학지식 측면은 매우 부족했던 것.

예를 들면, DNA란 지식을 알파벳으로써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알맹이 지식은 따로 없단 것.

말 잘하고 호기심 많은 지적인 축의 버클리.

어쩌면 그는 좋은 지적성향을 가진 사람에 속했지만,

그에게 도달한 지식은 유사과학에 가까웠고

미신같은 지식들로 인해 진정한 과학과의 접촉은 

결국 걸러져 버린 환경이었던 것이라 평했다.

사회가 허락한 쉽고 사변적 지식들만 접하고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하는 지식만 갖게 된 버클리. 


결국, 과학을 매개로 한 

진실과 거짓의 구분법은 모른단 얘기였다.

유사과학을 신봉하는 셈이고

폭넓은 무작위 독서나 쉬운 답변만을 제공받던 삶.

부지불식간에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필요한 회의주의적 태도는 못 갖춘 사고.

그로인해, 엄밀한 검토는 교묘하게 회피하게 만들어졌다.

개인이 가진 공포심도 무의식적으로 자극됐고

자신의 경험을 천박하게 느끼도록 만들며

경솔함의 희생자로 만드는 구조.


이 책이 다루는 유사과학들은 그 종류가 많다.

지구평면설, UFO, 지구공동설 등이나 종교적인 것에까지.

이런 유사과학이 지닌 교묘한 생존력의 원천은,

실제로는 과학의 본성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과학의 방법과 발견을 유사과학에 사용하려 한단 점이었는데,

거기에 일반인들의 잘 속는 특성이 가미돼 

다수의 넓은 지지자들 확보가 가능하단 얘기로 흘렀다.


책은 비판하기 쉬운 대상들 뿐만이 아닌

신학의 오류나 비판까지 다루지만,

이때 저자는, 과학과 영성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둘이 과학적인 바탕일 때를 조건으로.


많이 알려진 크롭서클 현상의 예들도 재밌었는데,

가끔 영화로나 미스테리한 사건의 대표적 예들인 이 사건들이

이미 사기로 밝혀졌는지 난 모르고 있었기에 더 그랬나보다.

인공적인 힘으로 할 수 없고 인간능력 밖의 일이라고 표현되던 게

사실, 인공적이었고 인간적인 능력으로 해낸 일이었음이

꽤나 오래전에 밝혀져 있었단 것도 뭔가 울림을 주는 사례였다.


책제목과 동일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란 챕터도 들어있는데,

다이몬 즉, 악령도 결국 사람이 만든 여론이라 해설된다.

사람 마음속에 있는 악이 만들었을 중세 마녀사냥의 기록들.

마녀로 몰렸던 희생자들 면면이 너무 평범해

그들의 그런 최후가 너무 답답해지기도 했다.

노파부터 아주 어린아이까지 한가족의 몰살에 가까운 행위들,

그런 행위들이 전쟁통도 아닌 일상에서 벌어진 시대라니.


결국, 수세대가 흘러 더 과학적인 시대가 됐음에도

칼 세이건의 통찰 속 우리의 시대는 

여전히 우려스러운게 너무 많았다.

결국, 완전히 개방적인 사람도 

철저히 회의적인 사람도 없다는 전제하에,

모두가 둘사이 어딘가에 선을 긋는 삶을 살아야 

이런 비이성적인 것들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

순종적인 사회에서는 의심보단 믿자는 쪽에 방점을,

과학자라면 너무 쉽게 믿기 보단

의심하는게 낫다는 기조가 있다고 두 흐름을 평해보는 저자.

그 사이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며 

철저하게 의심하는 사유습관을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소유할 것만이 방법임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은, 

인류공동체에게 수용되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하고, 

무기력하고 호기심 없는 상상력 고갈된 

무비판적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칼 세이건은 미국의 권리장전을 예로 들면서, 

비이성적이고 유사과학이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비판적 사고와 교육이라 말한다.

공감되는 바가 큰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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