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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평점 :

독자에게 가르치듯 말하지 않고
그저 자신 위주의 이야기를 담담히 한다.
그런데도, 비슷한 소재의
다른 심리나 의학책들보다
훨씬 공감도가 높은 문장들이 많다.
그가 독자의 심정을 잘 파악해
이런 현상이 가능했다기 보다는,
맞는 이야기를 소신있게 들려주고 듣는 과정에서
당연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극히 상식적인 공감대로 느껴졌다.
독자에게 공감해주는 의사로써가 아닌
독자가 의사에게 공감해보는
일종의 방향전환처럼도 받아들여 졌고.
평소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할 때,
이걸 다 병으로 지칭하는게 맞나 의아했다.
의사들이 병으로 명명한다거나
많은 이들이 우울증이라며 호소하니,
병이라 불러주는게 당연한거 같으면서도
살아오면서 느낀 본능으론 왠지
이건 좀 과한 일반화 아닌가란
스스로의 의문이 이런걸 제기했다.
화병도 한국인들만의 어필로
DSM에 등재가 가능케됐다 하지 않던가,
우울증도 어느정도 이런 화병과 비슷한 느낌처럼
너도나도 우울증이라고 폭넓게 호소하니,
일종의 대중적 동질감이나 여론 호소처럼
감정과 처지가 하나의 병으로 관철되는
분위기 조성이 된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다소 애매했던 우울증란 병에 관한
나의 인식에 어느정도 정확한 답을 얻은 건
이 책의 중간 정도에서였는데,
꽤 명쾌하게 이해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 느꼈다.
저자가 진료실에서 접했을
우울증이라 찾아온 환자들 저마다는
그 이유와 사연이 다 다르다.
결국 이 모두를 우울증으로 불를지라도
좀더 세분화해 봤을 땐 각자 종류를 달리했다.
죽음이나 이별이 주는 우울은 상황적 우울로,
먹고 자는데 생긴 우울은 생물학적 우울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건 인지적 우울로,
삶에 대한 허무는 실존적 우울로 분류했다.
책에선 그리 딱딱하게 정리된 부분이 아닌데
기억을 바탕으로 추리다보니 좀 건조한 정리가 된거 같다.
자세한 설명은 책을 통하길.
여하튼, 이렇게 4가지 정도의 분류로
내가 의문을 가졌던 우울증의 정체들에 관해
상당수 명쾌하게 설명해줬다.
내가 부조리하다 느낀 우울의 정의는
어느정도 실존적 우울에 속한 것들 같았다.
병이 아닌 삶이 주는
자연발생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우울들,
난 그걸 우울로 부르기 싫었던거 같고.
이런 상황들을 병이라 부르기는
다소 부적절하다 여겼나 싶었다.
굳이 이런 상황들 모두를 병이라 이름 붙이고 확대한다면,
세상만사 많은 부분들이 우울증이어야 될
평범한 사유들이 너무 많아 보였다.
분명 우울할 만한 일들이긴 하겠지만
반드시 우울증이란 병명으로 불려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아함은 이렇게 짧은 정리로써 풀렸다.
저자는 시험이나 사건 등
걱정이 될만한 분명한 일들 마저도,
불안이 생겼다며 병원을 찾아
이 우울증을 제거해 달라며 요청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흔한 생활 속 조바심을
거부만 하려는 건 이성적이진 않다고도 첨부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이 책이 꼭
우울증 관련돼 한정된 책같아 보이는데,
전혀 우울이란 주제 하나로 된 책은 아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바람직한 시각으로 실려있다.
사람, 과거, 환자, 책 등 많은 이야기가 담겼고
분명해서 쉽고 솔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다가오는 주제들 면면이
만만한 건 아니다, 저자의 철학을 담았으니까.
필요한 것들을 평범한 서술 속에 넣었어도
결국 숙제처럼 많은걸 남기는 깊은 느낌이 있다.
이전에도 저자의 책들을 몇권 읽었었는데
이 책이 내겐 가장 좋았다.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