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안흑심 - 승자들의 이기는 본능,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책을 찾아 읽다보면 출간된 지
꽤 오랜 시점까지 내려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꼭 느끼게 되는 반복된 진실이라면 그건,
필요한 건 이미 충분히 존재해왔단 사실과,
그걸 인연에 따라 만나고 못 만나고 식의
우연같은 필연만이 존재한는 것 같은 기분,
또, 지식이란게 꼭 새것이 더 발전됐고 좋은게 아니라
책이 담은 일정한 종류의 것들에서 만큼은
옛것이 오히려 지금의 것보다
나을 때도 많다는 것 사실 등이 그렇다.
발간된 건 더 오래겠지만 그 시기보단 좀 지나서
그래도 이번 버전 이전에 후안흑심을 읽었었다.
후흑학이라는 원전도 있는데
이를 현대화 한 이 책까지
당시 같이 읽어보게 됐던건데,
원전 후흑학은 읽어보면 매우 얇은 분량에
직설적인 중국스러운 내용들이라
와닿은 바들 보다는 약간의 거부감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되려 한번 소화해내고
같은 듯 다르게 써내려간 친닝 추의 후안흑심은
꽤 읽을만했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이, 올해 다시 번역됐다고 해서
이 책만의 또다른 느낌을 찾아 다시 읽게 됐다.
개인적인 소감은, 이전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내 환경도, 내 생각도 이전 읽었을 때와는
많이 바뀌었단 뜻일 수도 있겠고,
그냥 피상적으로만 느꼈던 당시 저자의 의도나
책의 행간들도 조금은 더 의미있게 읽어보게 됐다고
스스로는 자평해 보고싶기도 했다.
이 책은 마치 소설의 도입처럼 꽤 드라마틱하게 시작한다.
1949년, 마치 군사작전하듯 중국을 떠나던 시점을 회상하며
저자가 피난길임에도 간직했던 2권의 책을 소개하는데
그런 긴박한 시간, 단촐해야만 했었을 짐들 속에
한 자리를 차지했던 2권의 책중 한권이 바로
이 책이였다는 걸 영화의 한장면처럼 회고하면서
몰입감 있게 책의 가치를 높이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흑학이나 그걸 개인적으로 해석한 후안흑심 모두
단순하게만 받아들이면 오해가 될 소지가 많다.
악하게 살거나, 독하게 살라는건지,
뻔뻔하게 살거나, 냉정하게 사는 거를
결코 나쁘게 보지말고 숭상하라는 교리같은게 아니니까.
저자가 설명한 일부의 내용 중에선
후안흑심의 본질이란게 굳이 중국인이라면
굳이 이런 책의 내용을 통해
특별히 배워야 할 필요가 없을거란 언급이 있다.
중국인 문화와 피속엔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들이
본래 태생적으로 간직한 DNA처럼
세대를 이어가며 간직되어 온 개념이기도 하다는 것.
하지만, 중국인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처세의 규칙들이
서양인들에게나 다른 민족들이라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이해하고 설정 발전시켜 가는 과정에 있어서
유독 감정적이 돼 실패하게 되거나
낙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의 원인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면서
그 이유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고 다시 재현하게 될 때도 있는데,
이런 다양한 낭패들을 재차 경험하지 않고
타인과 나란 그 경계를 잘 이해해 보며
재설정하며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게
이 후안흑심이 가진 참뜻이라 말하는 듯 보이는
다양한 주제와 풀이들을 소개한다.
거기에, 한권의 자기계발서로써도
매우 존재감도 지니는 부분이라면 특히나
일에 관해 말하고 있는 16가지 항목에서 드러나는데,
일은 일로써 대하돼 반드시
자기만족을 대비시키려 하지 말것이며,
일을 줄 수 있는 누군가의 앞선 노력엔 감사하고,
무언의 힘으로 뭔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믿거나
그저 시간에 기대지 말라는 조언 등은 통렬한 부분이기도 하다.
자주 등장하는 크리슈나 등의 인용 등을 보면서
저자는 실존하는 삶에 대해 진심을 다하며 살기도 했지만,
일부러 더 노력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쪽의 노력으로써
명상 등에도 꽤 조예가 깊었음이 느껴지는 글귀들도 많이 눈에 띤다.
스쳐지나가 듯, 자신의 경험을 읊어보듯 건내기도 하는데
지금 알게 된 걸 미리 알았더라면 겪지는 않았을테지만,
그런 쓰라린 경험을 겪지 않았다면
이 책에 적을 수 있게 된 심오한 지혜는
스스로는 체득하지 못했을 거라는 등의 말로써 전하며 말이다.
많은 부분에서 저자는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강조하는듯 한데
이게 아마도 후안 그리고 흑심의 본질일 거라 느껴진다.
이 책은,
사고방식과 돈,
운명이나 고정관념,
인생철학과 처세 등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 다루는
대개의 모든 항목들을 건드려주면서
깊이는 이런 각 항목들이 1권의 책으로 나온 구성보다
오히려 깊고 때론 직설적인 임팩트가 강하게 들어있다.
책표지마저 책이름처럼 매우 검은 책.
표지가 띈 검은 어두움 속에서는 그냥 어둠자체만을 느낀다면
책 속에서는 오히려 빛같은 지혜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