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임세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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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이란 이름은 잊혀졌어도

아, 그때 TV뉴스에서 봤던 그 사건이라며

그 일은 기억난다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을 수 있을거 같다.

외래환자였던 가해자가

자신의 정신과 주치의를 찾아와

기어코 끔찍한 일을 내고 말았던 

그 말도 안됐던 사건.


저자는 그 사건으로 인해 고인이 되었다.

다행이라는 표현이 맞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의사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이 과정에서도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가도 싶은게,

단순 대피하려다 생긴 일도 아닌

난동부리는 정신질환 환자를 홀로

대치하다가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진정 의사자가 아닌가 싶은데,

최종 의사자로써 그를 선정하기까지 

꽤 기간이 소요된것으로 보이는 그 자체에선 

상식적이지 않은 처리의 시간이였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의사 임세원이 사고 전 냈던 책이지만

그를 기리는 이들로 인해 고맙게도 

다시 그를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새옷을 입고 다시 나오게 된 듯 하다.

약간 추가된 미정리 원고도 추가됐다.

그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당시엔 미루며 못 읽었다가

이번 기회에 이 책과 만날 수 있었고

그 인연에 감사했다.

왜냐면 내용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느껴졌고

임세원이란 사람에 대해

좀더 알 수 있게 되어서.

읽으면서 계속 좋은 의사이면서 좋은 사람이었던 

임세원이란 존재가 느껴져

전혀 인연이 없었던 그의 부재 사질이 

새삼 많이 안타깝기만 했다.

책속엔 그가 아직 살아있는 듯 

저자의 생각과 마음이 생생히 존재하니 말이다.


책은 우울증이 걸린 한 의사로써 

육성고해같은 성격도 있지만,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써 

생 자체의 힘듦과 그 직업적 교차점들을 부드럽게 오가며 

자신의 속얘기들을 차분히 풀어내고 있다.

여러개의 에피소드 중엔 

개그콘서트를 보며 웃는 가족들의 소리를 들으며

홀로 방에 누워 있던 아픈 자신의 처지가 비교돼 

그들이 순간 밉기도 했다는 솔직한 얘기도 있는데,

그런 그의 속내에선,

미숙하거나 이기적인 단면으로써 보단

자신을 좀더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그가 지닌 진솔함과 묘사에

더 의미를 두고 읽기도 했다.


그는 이미 생의 마지막 행동으로 

자신에게 내재한 진정성 일부를 

세상에 보여주며 떠났다.

누구나 가진 그 보호본능을 뛰어넘어 

급작스런 상황에서 보여준 결정과 행동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계산적이지 못한 행동과 그 결과로

그를 그리워 할 이들을 만들었고

최종 본인의 생명은 잃게 됐으니

좋은 최선으로만 보이진 않는다는.

만약 그렇다면 그건 일정부분 

남은 사람으로써의 평과 

그 아쉬움의 측면일 수도 있을거 같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걸 잃은 이는 본인이고 

타인에 의한 사고의 희생자였음을 감안할 때,

그냥 당시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한 그를 떠올리며

그와 짐을 나눠 질 동조자도 없었던 그 상황과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해자와 함께한 그 상황을

그의 판단미스로 치부하면 안된단 생각도 해본다.


책을 읽으면 못내 그의 부재는 계속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스스로의 주변환경들을 이정도 인지하며 살아가고

그걸 뿜어내는 마음을 지닌채 진료하는 의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 약하면서도 옳은 결정을 하고자 노력했고 

마음맞는 사람들과 결과를 만들고 싶어했던 의사.


책은 우울증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주려 쓴 책은 결코 아니겠지만,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이미 대부분이 

의사로써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라

밑바탕에 우울증에 대한 지식과 경험치가 어느정도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분명 우울증을 경험한 이의 순수 에세이.

본인에게 우울감을 선사한 그 허리통증에 대해선

정확한 병명은 나오지 않는다.

흔히 부르는 단순한 허리디스크 정도라 부르기엔

그가 겪은 신경에서 기인한 통증의 강도는 매우 힘겨워 보였다.

스스로 발바닥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라고 썼다.

정신과 전문의로써나 가족구성원으로써의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은 우울증 환자로 만들어 버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지속적이고 큰 고통이였을까 싶다.

그러다, 명상과 유사한 방식으로 어느정도

자신만의 탈출구를 찾은 것으로 보였지만,

완전히 나아 우울증도 같이 치료됐다는 이야긴 없었으니

그 고통과 우울은 계속됐다는 말 같기도 했다.


저자를 기억하는 한 친구는

입관자리에서 마지막 그의 어머니가 건내던

모자의 작별인사를 들으며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던 

당시의 눈물을 회상한다.

이 책 한권엔 이렇듯 의사 임기원을 기억하는

소중하고 안타까운 기억들도 귀한 부록처럼 담겨있다.

좋은 사람의 좋은 글

그리고 그를 기억하려는 기억들이

좋은 책에 다시 생명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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