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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평점 :

책을 다 쓴 후 첫장에 실을 글이 제일 어려웠다는 저자.
그 글부터 시작해,
부담없이 책장을 넘겨갔다.
한장 또 한장.
글의 몇몇은 독특한 소재에 눈길이 같다.
남자 샤워실에서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회원 한명에게 몇일 동안 그 소감을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했느냐, 아 여친한테요.
아픈가요, 금새 익숙해지더군요 등등의 대화를 하며.
그러다 3일 정도쯤 상대방이 되묻었다.
제게 참 관심이 많으시네요.
문맥상으론 반어적이고 적당히 하자는 말같기도.
하지만, 그 브라질리언 왁싱을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도 눈길이 많이 감을 저자도 느꼈고
그 와중에 개인적인 호기심과 질문을 던진 사람은
본인이 유일했으니 어찌보면
궁금증 해소와 함께 끝이 보이는 소재와 대화였기도 했다.
그런 상황을 묘사하는 당시의 글들이
약간 멋적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굳이 묻고 싶어지고 좀더 궁금해 할만한
그 마음도 공감이 가더라.
이런 일기같은 에세이를 읽다보면
다른 사람의 하루를 보게 된다.
연속되는 하루는 아닐지라도
그 하루 속에서 타인의 인생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 이해범은 참 운동을 좋아하는 듯 했다.
본인 말대로 이것저것 아주 잘하진 않더라도
두루두루 찔러보고 다니는 운동러 같다는 느낌.
그러나 강사도 하고 보통 사람은 경험하기 어려운
해외 트래킹까지 다니는 인생이기에
말이 그렇지 보통 수준이상이라 봐야 할 듯.
복싱시합까지 치뤘다면 생활체육인 중에서는
수준급이라고 봐야하기도 할듯 하면서.
그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가
가장 마지막 주제없이 마무리를 찍은
정리의 글에서 아는 얘기였지만
모르는 듯 다가서는 말이 있었다.
걱정거리가 10개라면 지나보니
대부분은 그냥 해결될 일이었고
하나 정도 걱정해야 될 듯한 일들은
많지 않더라고. 그가 자신의
예전 일기를 본 후 그 소감을 적은 글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다.
굳이 누군가의 머리나 입을 빌려야만
알 수 있는 어려운 말도 아니다.
헌데, 이 저자 스타일의 느낌과 글을 타고
그 문맥을 읽고 있으니 남다른 뭔가가 전해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데
당신의 글을 통해 좀더 쨍하게 와닿는군요 라는 느낌.
본인을 크게 포장하지 않고
여러가지 소소한 경험들을
글로 적어놓았고 그걸 공개한 걸 읽다가
그 마지막 글을 읽었기에 한 주제로 쓰여진 글이 아님에도
와닿는 바가 다른게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담담한 듯 자신의 소신있는 인생기록.
독자의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이상하게 밝은 오전의 햇빛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어두운 부분이 전혀 없는데,
염소냄새 나는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고
한 오후 6시쯤 노곤해서 나오는 느낌같달까.
히말라야에 가서 잔뜩 동영상을 남겨
그걸 발판으로 유튜브에 진출해볼까
생각했다던 약간은 농담같던
저자의 여러 발상과 더불어
다른 여러 그의 그간 족적이 이 책에 담겨있다.
전문가는 아닌데 너무 전문가처럼
자신들이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에서
이렇게 소소한듯 상쾌한 느낌의 에세이는
그 가치가 있다고 본다. 편하고 재밌게 읽은 책.
끝으로, 기술전수 해준다던 그 찬스를 못받고 헤어진
돈까스 사장님과의 인연이 왠지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