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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ㅣ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평점 :

불경을 해설한 책은 언제나 옳다.
좋다라는 표현보다 옳다가 맞다고도 느낀다.
이번에 읽은 반야심경은 매우 편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뭣보다 쉽고, 내용이 난해하지 않아서.
그런데 읽다보니 기억으로 남는 건 별로 없었다.
다만, 매 페이지마다 읽었던 그 느낌만 남았다.
책의 어느 부분에선가 '반야'란 단어가 나온다.
우리의 언어로는 '지혜'. 하지만 그또한
우리가 편히 사용하고 부르는 그 지혜는 아니다.
반야라는 단어가 내겐 낮설진 않았다.
왜냐면, 오랜 기간 인연이 있는 한 절의
큰 진도개 이름이 반야라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사실 그 뜻을 이런 뜻인진 몰랐다.
항상, 볼때면 큰 덩치나 외모와는 다르게
그 개는 햇빛 좋은 곳에 게스츠레한 눈을 하고
누가 주위를 오가던 자기 생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그 개는 병으로 세상엔 없다.
헌데, 기억속 개 반야의 모습이
책 속 등장하는 반야란 지혜의 속뜻과
그리 달라보이지 만은 않았다.
그냥 지혜가 아닌 속세를 벗어난 지혜,
그것이 책이 말하는 반야인데
속세를 버리고 번뇌를 떨쳐 낸 지혜를 말한다.
그냥 나의 느낌 뿐이지만
보통 생각하는 개의 습성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산중 생활을 즐기고
오가는 이들의 쓰다듬을 받아들이던 반야의 모습이,
속세를 버리고 번뇌를 떨친 불경 속
반야의 현세라고 말하면 어불성설이 될까.
외지인을 경계하고 산속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거나
반가운 누구를 위해 배를 뒤집진 않았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소리소문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따뜻한 경내 한구석에서 그냥
오가는 중생들을 지켜보며 한 생 살다간
반야의 행동거지가 내겐 지혜로써 느껴진다.
또하난 습기.
습이란 단어는 익숙하지만 습기는 다른 뜻 같다.
반야심경 속 습기는 좋진 않은 뜻이다.
크진 않지만 사소하고 반복적으로 축적되어 온
습관이자 버릇인데 버려야 할 것들로 부른다.
저자는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그 답으로 제시해 주는데 실제 들은 예는
완전 공감키는 어려웠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왜냐면, 중국 유명 작가의 사례였는데
왜 굳이 자살했다는 설명이 붙었는진 모르겠다.
처음 들은 작가의 이름이면서
그녀의 습기와 관련된 경험담과는 전혀 관계 없지만,
자살한 누구라는 그 형용사가 묘한 여운이 남는다.
그녀가 행한 일탈의 경험은 습기를 지워본 예이지만
그런 그녀는 정작 자살을 했다니 말이다.
어린시절 그녀는 학교를 자의적으로 안 가고선
시장통을 돌다가 다음날은 등교를 했다.
그런데 그때 아무도 그녀가
결석한 사실을 지적 안했다고 하면서
그 때 그녀가 느낀 건
자기가 그냥 학교에 등교했다면 못 경험했을
학교 출석과 맞바꾼 시간으로써
같은 시간 내 존재하던 다른 곳의 흐름을
무단결석함으로써 경험한 것의 의미였다고 했다.
선문답 같지만 의미는 전해오던 이야기.
책의 서문에 가장 중요한 말이 등장한다.
인생에 답은 없다고.
그렇게 반야심경은 말해준다고.
반야심경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해답이 없는 걸 가르쳐주는 해답을 원치 말아야하는 책.
불경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