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이창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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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책읽기란, 

저자의 생각을 독자가 따라가며 읽어가는 과정이다.

'대개' 하나의 주제가 꼭 있어야 하는 책이란 존재.

하지만, 시집만은 예외인 듯도 싶다.

어떤 책이던 책을 펼치면 그 속엔

다양한 표현법과 의식흐름이 있지만,

재밌게도 한권의 책이 선택되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유 속엔,

이미 어떤 카테고리를 읽고 싶었는지

독자가 정했던 의도된 순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주도적인 책선택을 했더라도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되면,

독자는 저자가 제공하는 지도를 받아들고

그 흐름을 타는 수동적 존재가 된다.

이런 느낌이 완전한 표현이라 생각진 않지만

보편적으로 책과 독자가 맺게되는

관계라 생각하고 우선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서 

굳이 위와 같은 말을 해본 이유라면,

이 책 저자가 외국작가 빌 브라이슨 같은 

박학다식한 면을 수치심이란 주제에 맞춰 

이 한권의 책을 탈고했고,

그 흐름이 하나의 주제를 형성하면서 흐르긴 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지식을 수치심이란 

하나의 주제로 엮어가는 저자의 노력과 시선이 

그 위에 가미되고 얹어졌기에,

필히 저자의 의식이 이끄는 그런 바대로

잘 따라가는 부분이 독자로써

많이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양의 심리학, 동양의 사서삼경,

남명 조식의 신명사도와 같은 

한국적 이론들, 거기에 그리스로마 신화나

성경같은 부분들에 이르기까지,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대한

저자의 정의나 생각에 부합되는 

다양한 예들까지 결합된 것들로 초이스 된

각종 지적 재료들이 등장한다.


사실, 수치심이란 주제로 책을 읽어보려 했을 때

생각보다 관련 주제의 책들이 별로 없음에 

좀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워낙 다양한 컨텐츠들이 지천이고

자연스러워진 세상에 살고 있기에,

수치심에 대한 주제의 책들도 

어느정도 꽤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적었다.

이 책의 저자도 책의 앞부분에서

이런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로 공부한 부분들을 융합해

앞서 말한 신화나 고전들 속에 각각 녹아있는

수치심의 다양한 표현들과 강도를

분류해 보는 기록을 이 책으로 남겼다.

그 과정들을 보면서, 독자로써

제일 유사하게 떠올려지던 작가가 빌 브라이슨이었고,

몇 안되는 수치심 관련된 책이라 할 만한

내면아이를 많이 다루는 책을 썼던 

죤 브래드쇼의 수치의 관점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책이란 생각도 가져봤다.

같은 수치란 주제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브래드쇼가 수치심을 보는 시각은

전형적인 심리학적 관점이라면,

저자가 정리하고 있는 수치심의 관점은 

감정적이거나 심리적이기 보다는

인문학적 관점이 우세하게 구성됐다고 느꼈다.

그 과정 중, 독자로써 아쉬운 점은

저자가 수치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면서 정리해 간 그 과정을,

빌 브라이슨 같은 백과사전식의 구성으로써 

참고서적인 방대함으로써 공유해주고 있지만,

수치심이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퀼트처럼 이어 붙여가는 작업으로써는

완성도가 미흡한 부분들도 있다고 느껴졌다.

워낙 다양한 원전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그것들을 저자가 의욕한대로

하나의 이야기틀 안에서 공감하게 만들어 나가기엔

그 연결고리들이 다소 언발란스한 부분들도 느껴졌었다.

일례로, 신화 속 오이디푸스가 보인 행동을 분석할 때

저자는 2개의 관점을 부여한다.

부끄러움과 치욕스러움.

단어의 뜻자체로 누구나 공감할 바는 있지만

어쩌면 너무 분석적으로 인용돼

신화의 사례와 매칭시키다 보니

쉽게 다가설 부분들마저 

필요이상으로 깊어진건 아닌가 싶었다.

바라보는 그 시점이 맞고 틀리다의 관점으로써가 아니라

그냥 도덕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이디푸스가 보인 신화 속 행동과 결정이,

책 속 어떤 논거의 흐름근거로써 

활용되야 하는 상황에 맞춰져 

너무 단언되는 이론으로 재구성되는 느낌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바이블적인 구성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며

저자가 말하는 수치심의 흐름을 따라 읽어보면,

다양한 지식과 저자가 보여주는 사유의 다양성을 

경험해 보기에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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