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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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통해서 간혹 저자의 글들은 읽어왔다.

책의 서문에 그리 실렸던 글들을 모은게 이 책이고

약간은 다듬어서 발간하게 됐음을 밝히고 있다.

실제 읽다보니 예전에 그의 칼럼에서 읽었던 

몇편의 글들은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기도 했고 실무적이라서 그랬을까,

책을 읽으며 이미 낮설지 않았던 내용으로

정신분석가와 내담자간의 관계형성에 대해

그의 칼럼에서 읽었던 그 글이 기억이 나더라.

한권의 책으로 만들면서

저자는 하나의 주제로 일단

판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어쩌면 이 단어는,

꼭 책 내용으로써가 아니라도

심리학적으로 많이 요청될 수 있는 

많은 이들의 이슈란 생각이 들었고

잘 이해한다면 두루 적용되고 

여러모로 참고가 될만한 의견이라 느꼈다.

지나간 아픈 과거,

지금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는 과거.

그 과거에 대해,

제일 많이 들을 수 있지만 

또한 제일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들.

그것은 바로 과거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아픈 과거는 잊고 살아야 한다, 

고칠수 없는 과거는 뒤로하고

현재를 살아라는 말은 

이미 많은 책들에서 회자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그 표현을 달리해 판으로써 이해해 보는 시도는

별로 없었던거 같고 아니면 아예 없었던 거 같다.

그런 의미에서 판이란 표현은 새로운 의미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분명 물리적으로. 

과거는 심리적으론 불가역적인 영역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판은

과거를 바꿀수 있는 영역으로 

이끌어주는 신기한 단어다.

판을 바꾸라는 말은 흔히 쓰듯,

과거를 과거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판을 새롭게 짜는 도구로써 받아들이면,

그 과거는 실제 아픔으로 고정된게 아닌 

그걸 토대로 새로워질 수 있게 

겪은 이를 만들어주는 기초가 된다는 말.

그렇게 과거는 현재 자신을 움직이게 되고

결국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조작가능한 대상으로 탈바꿈 될 수 있음을 

책 전체의 흐름상 책 서문에서 시작해

어느정도 이어가며 밝히고 있다.

만일, 바꾸고 싶으나 바꿀수 없는 

그 상태의 과거에서 못 빠져 나온다면 

쭉 외상성 장애를 지니며 살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가능성도 덧붙였다.

또하나 책 중 많이 와닿은 부분은,

굉장히 짧은 단락이었지만

의미심장하게 와닿는 저자의 경험담에서였다.

저자가 한 학회에서 애도에 관한 연구자가

함부로 남을 추단하지 말라는 식의

감정적 폭발을 보였다는 장면에서였다.

내 기억이 정확진 않아서

폭발까진 아닌 그저 격함 정도의 

표현일 수도 있겠는데 그것도 정확진 않다.

그 부분이 인상적으로 남는 건,

대부분 연구자들은 배운대로 행동한다.

그런 알고리즘이 내재되어 있는 연구자가

사연있는 내담자와 같은 감정표시를 내보이고

애도 이론에 반론을 가하듯 

적극적으로 밝히는게 쉬울까하는 점이었다.

이론적으로 그리 가르쳐왔고 인식하고 살아오다

실제 그 연구자처럼 자기가 아들을 잃었을 망정,

자신의 직업과 사회적 위치 또는 장소를 고려해

기존 지식에 반하는 그런 본심을 

드러내 얘기하는 건 사실 쉽지않은 장면이라 느꼈다.

간접적으로 나마, 흔치않은 교과서 안의 일이 

자신의 일이 됐을 때 연구되었던 학설들이,

실제 겪어보니 달랐더라는 인간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누군가를 저자가 설명해줬다고 봤다.

저자가 책에 넣지 않았다면 몰랐었을 수 있는

매우 귀한 현실 속 한 사례란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은 애도에 대한 전 챕터 중 매우 작은 부분이고,

본 내용에선 애도로 자책하는 상황들을 

점차 깊게 설명해 들어가며

독자로 하여금 인식의 오작동을 피하도록 알려준다.

책은 이렇게 판으로 시작해 

그 판을 스스로 구성해 볼 수 있는

인간 생로병사 희노애락의 대부분을 건드려 주고 있다.

애도, 환상, 자기애, 초자아 등등.

책이 모든 소재들을 편안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심리적인 부분들로 매우 깊숙히 들어오고 있음을

독자 스스로 느낄 부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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