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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이로움 - 일어나자, 출근하자, 웃으면서
조훈희 지음 / 프롬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책을 어느정도 읽어가다가
이 책을 정의할 좋은 문구들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그냥 보통의 문구는 아닌
법률용어에 속하는 몇몇의 것들.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
신의성실.
혹시 이 말 뜻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관통하는 메세지들과
그 내용들이 어떤 뉘앙스로 매치돼 있을지
어느정도 짐작 갈지 모르겠다.
책 속 에피소드 하나.
저자가 상무님에게 결제를 받으러 갔을 때다.
내가 느끼기엔 반 농담조로 건내온
상무님의 주의섞인 말로 인해 벌어졌던 상황.
저자에게 메세지를 담아 던지긴 한 말이었지만
윗사람으로써 평범하게 던져본 듯한 말로써
애매하게 얘기는 길어졌던 상황 같았다.
상무님 왈 회사돈을 자기돈처럼 쓰지 않길 당부하며
결제건에 싸인을 하는 도중 나눴던 대화였다.
그때 저자는, 회사돈은 당연히
내 돈처럼 못 쓰는 돈이라고 했고,
그 이유로 든 건 그 회사돈이란 게
내 돈이 아니란 이유로 설명을 해갔다.
이 간단한 듯한 대화 속 회사돈과 내돈은
두 사람의 의견차이로 인한 생각들로 인해
그 대화상 말로써는 접점이 없었다.
왜냐하면, 상무는 내 돈처럼 아낄 것을 권하며
막쓰지 말라는 뜻으로 말을 건낸 것에 반해,
저자는 회사돈을 결코 내 돈처럼 생각 안함을 강조하며
회사돈을 내 돈이라 생각하며 쓴다면 결코
조심스럽게 아끼며 쓰지 않을거란 전혀 다른 의견 표출.
내 돈이 아니니 난 쉽게 쓸 수 없다는 직원과
니 돈 아끼듯 회사돈도 관리하라는 상무님의 걱정은
서로 말로 엮이다 종국엔 접점 없이 끝났다.
짧은 책속 얘기지만 길어졌다.
그러나 책이 전하는 의미를 가장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예로 보여졌기에
상황과 설명을 재구성 해 보았다.
어쩌면 상무님은 저자의 본심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냥 그 자체로는 말대답처럼 들었을수도 있고
회사돈과 내돈의 개념도 저자와는 달랐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말뜻과 의미는
분명 이해했었을 테지만 말이다.
저자는 사회생할 중 여러 시행착오를 거처가며
타산지석의 생활을 체득하게 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간의 시행착오는, 밥벌이라 느껴온
의무같기만 했던 어려움들 속에서,
그것들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마치 신성시 느껴 볼 수 있게 된
스스로의 사고 전환들을 이끌어 냄으로써
이직들을 통해 스스로 힘들었던 태도와는 다른
현실에 적응하는데 유용한 세계관을 경험하며
이제는 살게 된 듯 보였다.
어찌보면 아직도 사회생활을 하는
보편적인 샐러리맨인건 여전하지만,
이젠 주인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주체가 됐다고나 할까.
그의 생각과 실천은 마치 도시 속 마천루 사이를 걷는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과 사연일 수 있지만,
그가 행하는 많은 부분들은 일반 생활 속
깨달은 도인처럼도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걱정되던 바는 상무와의 대화처럼
저자의 의도나 말은 분명 맞지만
이리 살면 보통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그 이질감으로 인한 대립도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저자와 같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가 결국엔 잘 시스템화 된
건강한 사회란 생각도 들었다.
한편, 이것이 서양이 말하는 개인주의가 아닐까도 싶었는데,
나는 나, 너는 너의 경계가 분명함으로써
피해를 주지도 않고 필요 이상의 기대도 하지 않는.
저자가 다른 예로 들었던 것중엔,
출근길 만원 지하철 안에서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타인들 속에 섞여 자신의 공간을 지키고자
그 와중에도 몸에 힘을 꽉 주려하기 보다는,
누구에게 밀리기도 하고 내가 밀게 되기도 하는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들 속에서
물흐르는 듯 인정하고 감내하는 처신법이
저자 스스로가 발견한 지혜 같았다.
그런 생각들 하나하나 보다는 각각의 나름대로의 실천들을
스스로 잘 지켜나가고 있음을 독자로써 느끼고 배워봤다.
남의 물건을 내물건처럼 관리하고 돌려주라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란 법적표현 속엔,
내 물건은 그보다 덜 주의깊게 다뤄도 된다는
역발상의 메세지도 담긴 표현으로 안다.
그렇다면 상무님과 지은이의 대화 속
옳은 사람은 어쩌면 분명 저자.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구성원과 사회 속에서
제 몫을 해내고 사는 긍정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상.
크게는 그게 저자가 바라보는 인간관 같이 느껴졌는데
다른 독자들은 어찌 느낄지도 궁금해진다.
전하는 바가 옳곧게 잘 느껴지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