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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 견디는 힘에 관하여 정신과 의사가 깨달은 것들
조안나 캐넌 지음, 이은선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중반쯤에 ICE란 용어가 나온다.
Ideas(생각)의 I, Concerns(걱정)의 C,
그리고 Expectations(기대)의 E.
이 세단어의 두음을 따서 ICE란 단어를
벽에 붙여놓듯 미국 정신과 의사들로써
환자들을 대면할 때 떠올린다는데,
이 의미있지만 재밌는 언어유희 같기도 한
이 단어가 단순히 병원 내에서만
유용할 용어일지도 잠시 생각해보게 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정신과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기준을 대입해보면
얼추 다 맞는다는 말일 수도 있다는 건데,
그 지념에도 동의하는 바가 있겠지만
일반 누구와의 대화 속에서도
잘 활용되고 건강한 대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좋은 관점이 되어주겠단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매우 늦은 나이, 한국식으로 생각한다면
거의 불가능한 나이에 의사를 도전한 아웃사이더형 인간이
의사수련을 마치고 약간의 방황을 거쳐
정신과의사가 되고 겪는 얘기를 들려준다.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매력을 못느꼈는데
정신과 의사가 되고 나서의 얘기들엔 왠지 그러지 않았다.
다 읽고 이 글을 쓰며 문득 드는 생각은,
그녀가 불안정하고 흔들리더 과정을 적은 중반까지의 글들은
그녀 당시의 느낌처럼 뿌옇게 다가왔다고 비유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듯 정신과에서 안정을 찾고
보람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선 독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며 읽어서 그랬던 건 아닌지 생각도 된다.
저자가 한 조현병 환자의 얘기를 들려주는
굉장히 짧은 한부분에서 마음이 꽤 아팠다.
머리에서 누군가 말거는 듯한 환청을 겪는 한 환자가
약으로 그 증상을 없앴는데 다시 약을 끊었다는 사연.
그 이유는 머리속에서 들리는 그 말을 못듣게 되니
굉장한 외로움이 밀려와 되려 그 환청을 다시 듣기위해
약을 자진해 끊었다는 사연이었다.
책 속 얘기는 내 설명보다 훨씬 짧은
임상에서의 경험 중 흘러가듯 지나가는
그녀가 겪었을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였으나,
저자가 자주 언급하는 약한듯 강하게 살아가는
정신질환자들을 많이 경험하며 느낀 경험 속
저자의 얘기속에는 이와 비슷한 얘기가
공통점처럼 많이 들어있기에,
하나의 얘기더라도 많은 걸 대표하고
내포할 수 있는 이야기로 보였다.
외로움은 나은 증세도 다시 겪기를 원하게 만든다니.
책의 말미에는 이런 얘기도 있다.
정신의 병, 마음의 병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겪으면서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누군가를 도우려고
노력하는 상황을 보게되는데,
자신의 짐만으로도 버거운 이들이
다른 사람의 짐을 덜어주고자 애쓰는 모습은
어쩌면 이들이 강하고 의로운 사람운 아닐지 하는.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마저도 병적인 행동일 수 있다고
보는게 오히려 맞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스스로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승화시킨듯도 보이지만
어쩌면 자신을 더 몰아부치고 학대의 개념으로도 볼 수 있는.
그러나, 사람의 많은 것을 이렇게 결론내릴 순 없을듯 싶다.
정말 아무일 없이 평탄하게 살아도 될 사람들이
더 욕심부리기며 주위를 시끄럽게도 하고,
아무리 설득을 하려해도 설득되지 않는
그러면서 되려 그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여
주위사람을 공격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부류들은 정상이고 앞선 사람들은
병명으로 진단내려야 할지에 대해서는
약간이라도 의학적인 측면을 넘어서는
어떤 부분이 있다고 느껴져서다.
중반부터만 재밌게 읽더라도 충분한 가치를
느껴볼만한 내용의 결론을 담은 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