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상징
칼 구스타프 융 외 지음, 설영환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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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융과 대화하듯 책을 읽어보려 한거 같다.

정확하게는 융 본인이 직접 쓴 1장을 

가장 정성드려 읽으며 이미 세상에 없는 

한 창조적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로부터

좀더 대중화 된 강의를 듣는 양 

번역된 글들에 최대한 집중하며 

읽어나간 시간이었던 듯 싶기도 하다.

먼저, 이 책의 집필의도가 맨 앞에 실리지 않았다면

저자에 융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이 책은 

누가 쓴 것이고 무슨 목적으로 쓰였는지 나혼자

의아해하고 결국 이해가 안됐을게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친절하게 서문처럼 실어준 

역자의 책내력은 그 배려에 고마웠다.

존재와 상징이란 이름을 보고선 

처음에 존재와 시간이란 책이 먼저 떠올려졌었다.

그런데 저자가 융이란다,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인가 나름 필요없는 상상을 좀 했었다.

기실 전혀 두 책은 관계가 없다.

융이 원치 않았으나 대중의 이해를 돕기위해

쓰여졌다는 이 책은 그 자체로 목적이 있을 뿐.

기존 여러방면에서 꿈에 대한 여러 언급들을 보자면

꿈의 해석은 다분히 프로이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꿈을 다루는 방식면에 있어서

프로이트와 융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좀더 명확하고 쉽게 이해가 될것이라고 느낀다.

예컨데, 책의 설명을 빌리자면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아니다.

프로이트의 꿈은 꿈 자체로의 의미보다는

확장시켜 나가듯 꿈꾼 당사자에게

스스로 연상작용을 부추기며 깨닫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 과정은 그 과정대로 가치가 있다고 융은 인정하지만,

그런 프로이드식 분석법을 융은 결과적으로 

너무 꿈의 효용가치를 줄인 접근이라 봤다.

프로이트의 방법은 신경증의 원인 등을 

찾고 스스로 인지시키는덴 탁월한 면이 있지만,

그런 용도로라면 다른 방법들도 있기에

꿈이란 좋은 소재를 국한지어 바라보는 프로이드 식은,

좋은 재료 꿈을 오류가 날수있게 사용을 유도하는

우를 보일수 있게하니 문제가 있다고 바라본다.

이렇듯, 꿈은 융에겐 프로이트와 좀 다른 대상이었다.

접근자체가 가장 다른 차이점이라 하겠는데

꿈은 꿈 그 자체로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융에게 강하게 느껴졌다.

꿈을 연상의 도구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식이 융의 선택 같았다.

되려 융방식이 간단한 듯도 보이나 

그 분석 나름대로 복잡한 갈림길은 존재한다.

아무리 대중적으로 씌여진 책이라고는 하나,

융 본인이 대중의 이해를 어느 정도

포기하듯 경외시했다는 느낌은

다소 해제처럼 풀어쓰려 했다는 이 책에서도 

전달되어 오는 느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예시와 설명들 중엔

유독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은 한 문장이 있었는데

기억나는 대로 옮겨보자면 그것은, 

꿈에 대한 일종의 물리적 정의같은 거였다.

꿈이란 정교하게 묘사된 공상의 구조라는 것.

꿈이란 대상을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면

이 이상 줄이고 늘인다는 건 불필요할 듯 싶었다.

이 정의에 사용된 단어들 중에서 난

정교하다란 표현과 묘사란 부분에 가장 공감이 일었다.

한편의 영화같은 꿈은 결국 각자의 정신적 양분을 흡수해

영상으로 묘사된 자신만이 소유하는 결과물이니까.

이 책 자체는 5명의 저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역자가 말했듯 융과 프란츠가 가장 핵심적인 저자이다.

특히,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뜻까지 

좀더 풀어 알아볼 수 있는 프란츠로 이어지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융이 썼고

융이론 자체가 소재이지만 말이다.

상당부분은 융의 파이오니아적 느낌을 

물씬 느껴볼 수 있는 그만의 색깔을 

주로 느껴보게 될 글들이지만,

일정부분 이게 뭔가란 생각이 드는 구절들도 꽤 만났었다.

역자의 충실한 원문번역인건지 아님 

번역 중에 꼬여버린 의역 아닌 의역인지 헷갈리지만,

역자의 번역을 신뢰하며 읽으지라

융 자체의 강력한 이론전달에서 오는 

내 자신의 버퍼링 정도였다 생각하려 했다.

여담으로 융이 꿈으로 미래를 예측했다는

2명의 사례는 사실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내용 자체는 어느 문장보다 직설적이고 묘사위주 였지만,

강도있는 등산을 즐기는 남성이 꿨다는

정상에서 하늘을 걷는 꿈얘기를 듣고

사고위험을 느껴 자중식의 자제를 권했다는 것이나,

음란한 꿈을 꾼 정숙한 여성의 꿈얘기에 대해서도 

위험하니 그와 비슷한 환경조성은 조심하라 했다는 말 등에선,

상당부분 현실처럼 되버린 그 꿈들의 결말을 통해

그것을 예측한 융의 실력이 대단해보였다기 보다는,

이런 1차원적으로의 해석까지 가능함을 포함하는

융 스타일의 꿈분석이란게 어디까지 공부해야

그가 아닌 다른사람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융의 자서전이나 융의 전집을 몇번 손대본 경험으론,

이 책이 가장 대중적으로 맞게 씌여졌다는 

역자의 책소개에 다시금 매우 동의하며 

그렇기에 융을 궁금해하는 누구에게라도 

권해볼 만한 내용의 책으로 기억될 듯.

게다가 이 책이 융의 마지막 저작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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