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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품위를 지키는 삶, 자존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힘들 때 버티는 비결
손은경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책제목을 처음 봤을 땐 오히려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끝에 꽝 박아놓은 자존이란 글자는
마치 훈계하는 듯 울리는 옳고 강인한 표어 같았다.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소개하다 얘기해야할 꺼리겠지만
저자가 강아지를 데려오던 어느 날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그냥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이 부분에서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자는 재치있고 유쾌한 사연들과 글솜씨를 뽐낸다.
첫책임에도 이런 수준급의 글솜씨임이 신기하기도 했고,
강아지를 만난 그 순간을 묘사한 한컷의 회상만으로도 상쾌했다.
당시 나는 귀엔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지라
주위는 나만 홀로 고요를 느끼고 있었을 뿐
실제론 조용하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그 순간 소리내 웃고 말았다,
작은 귀여움과 언어묘사로 그린 그 재치에 말이다.
강아지가 5마리 정도 있던 시장에서
가장 발랄하고 귀여움을 펼치던 한 강아지를 보니
저자를 향해 그 녀석이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듯 했단다,
'뭐해요, 어서 저를 쥽쥽하세요'
난 쥽쥽이란 단어를 처음봤고 쓰진 않지만 그래도
책 속 어감을 통해 어떤 의미인지 알아는 들었기에
순간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강아지가 저자에게 쥽쥽하라고 말을 거는 만화적 묘사력에.
그건 그렇고, 나만의 이야기로 너무 길어진 탓에
자존의 이름을 단 이 책의 본질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버렸다.
책은 31살된 한 직장여성의 그간 인생을 쭉 보여주면서
자존이란 것이 그녀의 눈엔 어떻게 정의됐으면 하는지
그걸 똘망똘망한 기운들로 소개해 나간다.
별거 중 고독사로 사망한 아버지와의 중1때의 기억,
그로인해 더 똘똘뭉친 가족애로 살아온 남은 가족들.
그후, 어머닌 재혼도 했고 아까 그 강아지는
실제 동생으로 포함되면서 본인 소개
총인원 5명으로 소개되는 가족이 되어있다.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느낌이 전달되면서
주인공 시각 중심으로의 성장기와 학창시절 이야기
그리고 취업 및 이직시도에 재취업 등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사실은 쉽지 않았을 결심들과 흐름들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이 책은 자존이란 거창한 겉 타이틀이 아닌
자존이란 껍질을 두룬 각자의 삶의
알맹이들을 보여주는 듯도 했다.
우선, 소설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인연이 안됐다면 영원히 몰랐을지도 모를 이 책이
이렇게 인연이 됐고 소중히 읽게됐음에 기뻤다.
경험없던 사시공부에 건강이 상해 시험을 포기하고
그냥 홀로 울고있던 당시의 저자에게 다가와
자신이 가족 모두를 먹여살릴테니
걱정말라는 말을 하던 그녀의 여동생의 진심에서,
겉으론 까칠하지만 실상 하나의 몸처럼
정으로 묶여있던 부러운 친자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선천적 병으로 죽다 살아나 이젠 어엿한 개가 된
그 강아지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치료병원에선 스타도 됐다던데.
아, 맨 마지막 즈음, 저자는 자존을 정의하고 끝낸다.
일단 자기가 가진 자존감이 자신의 지금까지의 무기였다는 것을,
그 자존감이란 일단 스스로 사랑해야만 갖출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 배풀겠단 마음 전에 자기가 갖추어야
그럴 수 있음도 매우 중요한 경험담으로써 얘기한다.
누군가 돌본다는 막연한 이타심 보다는
그냥 자신을 참 잘 돌보며 잘 살아가는 그 자체가
서로의 자존이자 상대에게 힘이 된다는 점도
책의 어디쯤에선 본 듯 싶다.
스피닝에서 헬스로 이어가며
몸의 건강에서 정신의 건강까지 이룬 그녀가 참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