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거리, 1미터
홍종우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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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란 직업이 글에 녹아있음을 모르고 

그냥 글맛으로만 읽게 됐더라도

이 책은 재밌게 읽을만한 가치가 느껴진다.

그냥 글로써의 가치도 좋았고

글의 흐름을 이어가는 저자의 능력도 편안하다.

관계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 

책의 모든 내용이 앞으로 나아갔다고

보진 않지만, 그래도 관계가 여러 상황속

매듭고리처럼 책이 흩고 지나가는

다양한 사례와 얘기들을 묶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몇개의 에피소드를 떠올려 보면, 

자신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보이기 싫어하는 속마음으로 인해

양가 모두를 모아 치뤄야 하는 결혼식이란 행사가

한 예비신부를 견딜수 없게 만드는데,

그걸 듣던 의사로써 무심코 짧게 던진 한마디에

그녀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마움까지도 느낀다.

저자 스스로도 예상치 않은 상황에

추후 농담처럼 건내는 말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전달도 되면서

그 예비신부가 어떤 사람인지도 그려지는 장면도 있었다.

어찌보면 실제 한 행위자의 본심보다

다른 뜻으로 읽은 관찰자에 의해

선의로써 피어난 상황이기도 하면서,

솔직한 저자의 일화소개 과정도 좋게 되집어보게 되더라.

또, 본인이 정신과 의사가 되고서

그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중학교 선생님을 찾았는데,

그 선생님이 그 후 얼마 안있어 저자의 병원을 찾아와선

자신이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란 식의 말을 건낸 후

어색해진 그 선생님과의 연락이 끊어진 사이가 됐다고도 한다.

훈훈한 사제지간이 아닌 서로가 다른 방향의 설정.

그러고보니, 첫번째 얘기나 두번째 얘기가

연관지어 기억에 남는 이유도 알거 같다.

단순하게 말하면 동상이몽.

이렇게 너무 단순화 할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두 얘기는 책의 거의 처음과 끝을 구성하고 있는데,

관계란게 무언인지를 누군가 단독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써도 서사는 구성할 수 있지만

결과는 낼 수 없는 간단치 않은게 각 개인의

상황과 결론이란 것도 하나의 느낌으로 남는데,

무엇보다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올 저자 본인의 

다양한 경험 중 인상적인 부분들이란 느낌이었다.

이런 큰 틀의 느낌도 인상적일 수 있었지만

내게 좀더 세세한 느낌으로 남는 부분은 

사실 따로 있다, 그런 요즘 시대의 가족관계.

어느 페이지에선가 이런 표현으로 적혀있었다.

경제력이 보장되는데 가족관계가 불편하다면

굳이 그 관계를 지속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많아졌다고.

정신과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는 피하라는 식의 조언으로 

대처하라 말하는 경우가 많음을 인지해 볼 때,

이는 야박한 대처도 아닌 적절한 초이스라 할 수도 있다고.

그러나 이어지는 글의 느낌들은 포괄적으론

단절하지 않는 사람들,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관계의 단절이나 회피란 보편적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들보단

관계유지의 유불리를 떠나 대개의 관계들을 지속케 하는

실제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실생활 속 모습이 아닌가 하는 느낌.

가족내 역할을 3가지로 봤을 때

중간에 등장하는 긴장하며 지켜보는 역할자.

바로 이런 불안한 위치의 사람들이 

스트레스란 총대를 매고 

관계와 관계를 유지하도록 보조하는게 인생은 아닐런지.

씁쓸한 구성이고 현실이지만 말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관계의 거리가 1미터인지 아님

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 꼭 읽어봤음 좋은

많은 좋은 사례들이 저자의 생각들과 버무려져 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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