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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평점 :

아마 처음 책을 출간할 때 이 책의 장르를
정하기가 조금은 어려웠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 자체에는 비행인문서적이라고 표기되어 있던거 같은데
독자로써 느껴지는 느낌은 수준있는 에세이란 느낌도 강했다.
비행기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얘기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실은 책이면서
저자의 의견이 전체적인 소재들에 많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건은 시간대에 걸쳐 일어난 말 그대로 사건들일 뿐이고,
그 사건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평가를 닮은 해석이 부드럽게 섞여있다.
뉴스나 기본적인 사건사고들은 직간접적으로
많이 보고 들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저자가 얘기해주는 상당수 얘기들이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음에 스스로 의아했다.
이미 알려진 KAL기 폭파 사건 등을 제외하고,
6.25를 겪고 난 70년대 전후 한국내에서
하이재킹 사건이 있어왔다는 사실자체를 몰랐었다.
22세 청년이 사제폭탄을 만들어 비행기에 탑승해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협박하다가,
기장과 주변인들의 재치로 상황을 타결한 사건 등은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는 그 자체도 놀라웠지만
이정도로 처음 들어보는 국내사건도 있었음에 놀라웠다.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라 좀더 이 사건을 말해보자면,
화진포를 북으로 속여 착륙하려 하다가
그쪽 지리를 잘 아는 범인이 알아차려 1차 실패 후,
기내 보안요원과 기장이 동시에 총격을 가해 현장에서 범인을 사살,
폭탄은 일부러 끌어안은 기장의 품안에서 폭발해
기장의 하복부와 얼굴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 상태였음에도 기장은 끝내 비행은 마쳤고 이후 사망했다고 전한다.
현재 그 기장은 현충원에 안장되었다는 말로 글은 일단락 된다.
총이 등장하고 보안요원이 등장하는 부분은
그때는 기장이 총을 차고 탑승하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없던 보안요원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기장이란 경력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비행기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에 관심이 있을수 있고
관련 전문적인 지식이 있을 순 있겠지만,
책광고의 카피문구가 인문학적이라고 붙여졌을 수 있었던 건
기장이란 직업때문이 아닌 본인이 말한바는 없지만
저자가 지닌 르네상스적 마인드가 동기가 된 듯도 싶었다.
기장도 결국 직업인이고 익숙해질수록 반복으로 느껴지는
일과 관념 등으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게 보통인데,
단순 지식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관심일거란 표현이 맞을
비행기와 비행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을
책에 실을 수 있는 저자의 지적탐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재미도 주고 독자를 끄는 힘도 분명한 소재들과 글솜씨 같았다.
얼음이 먼지가 없다면 영하 50도가 가까이 되도
녹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시작해 구름 층에서
이런 과냉각수를 만났을 때 발생되는 사고 얘기나,
랜딩기어를 통해 영화처럼 비행기 안에 숨어들었지만
영하로 떨어지는 랜딩기어 안 온도로 인해서
비행시간 내내 고통받다가 결국 착륙시
얼어붙은 몸이 바퀴를 타고 떨어져 버렸던 사고 등도
영화같은 현실로 전해듣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읽기전엔 한권분량이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앞서 말한 얘기들은 초반에 등장하는 매우 일부분이고
계속 이어지는 다양한 얘기들은 그냥 맥락으로써가 아닌
다양한 사건 중심의 비행관련 역사들과
파일럿이기에 정리해 볼 수 있는 특유의 관념적 느낌들이 있다.
해당 필드에 있지 않으면 생각해보기 어려운 시각들이 있다.
어쩌면 이 책은 다양한 사건을 열거해 보여주는
저자의 그 저력에 읽는 맛이 있지 않나 싶다. 알찬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