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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세계
조영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가족간의 문제를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떠오르는 TV 속 한 장면이 있다.
조금은 오래 전 방송됐던 MBC 라디오스타 방영분 중
유명했던 걸그룹 출신의 한 연예인이 나왔던 회차.
계속 웃으며 분위기도 띄우고 말도 잘하고 있다가,
옆자리 앉은 한 연예인이 본인의 가족으로 인해
힘들었던 사연을 얘기하자, 걸그룹 출신의 그녀가
오히려 더 분노하듯 얼굴이 굳으면서
가족이라도 보지말고 연 끊고 살아야 한다며
단언하듯 얘기에 끼어들자,
먼저 얘기를 꺼냈던 당사자나 진행하던 이들 모두
겸연쩍게 그렇지의 분위기로 얼버무리듯 화제전환을 했다.
보지말아야 할 가족, 부모, 자식.
단순하게 보면 그런 문제기도 하겠지만,
남들앞에서 좀더 능숙하고 해맑은 표정관리를 할 줄 아는
연예인이란 직업군의 한 사람이,
순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경험과
옆사람의 아픈 속마음을 동일시 하듯
돌변하던 그 모습은 사실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누구나 겪기 쉬운 그러나 스스로는
정의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가족내의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임상을 하고 있는 저자이기에
사례들은 더 생명력이 있다고 느껴졌는데,
책 내용중 일부를 인용해 보자면
상담을 받는 사람 중 자신을 모르겠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자신을 모른다라, 이 뜻은 과연 무엇일까.
언뜻 철학적 주제같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말같지도 않을 질문일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면서
어떤 사람들에겐 나도 그렇다는 공감도 얻을 말 같기도 하다.
책은 이런 질문을 가진 사람을 심리적 분석함에 있어
이를 미분화된 자기란 개념으로 분석해 낸다.
부모와 분리된 자신이 아닌 가족이 가진 상황이나,
가족 중 누군가와 정신적으로 동일시 된 듯 수동적으로 자라면서
정신적으로 분리되지 못한 미분화 상태로
자신의 감정은 잘 느끼지 못하고
상대의 심중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차리는
내안에 내가 없는, 진짜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껍데기만 성인으로 완성되었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답을 듣고싶어 한다던가
설명을 알아듣는 사람은 어떤 계기로 였는지까진
자신이 설명할 수 없을수도 있지만, 그나마
문제를 지녔다는 사실만은 어렴풋이 자각했다는 반증같다.
그런 면에서 책 속 미분화 된 자기에 대한
공감과 자각은 작은 출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족내에 잉태되고 내림되는
다양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상담사례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흔히 업보라고 말이 있다.
이를 다른 단어로는 카르마라고도 하겠고
집안 내력이란 표현으로도 맞춰볼 수 있겠다.
업보라고 하면 대단히 저주스러운 느낌마저 있지만,
어느 집안에나 대대손손 전해졌을
심리적 분위기란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세대가 바뀌어 왔지만
교감 또는 은연 중의 심리전달이나
가족 구성원으로써의 학습을 통해,
이전부터 있어왔던 모습들로 되물림 되어가는 상황들.
책은 이렇게 까진 얘기 안했지만,
잠깐 언급된 카르마란 단어엔 이런 긴 해석은 필요해 보인다.
글이 잠시 어두워진 듯 한데,
위에 말한 내용들을 인지하는데서
가족의 문제해결은 시작된다고 본다.
그 인식된 결과가 크던 작던 문제인식 그 자체로
스타트 라인에서 이미 총소리는 들은 주자와 같은 것이다.
다리 근력은 딸리지만 힘차게 땅을 밀어보는 이와
서다 가다를 반복하게 될 사람차이는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단순히 동병상련의 느낌으로 읽기보단
스스로 가족 모두를 돌아보는
심리주치의 같은 느낌으로 읽었봤으면 좋겠다.
본인 스스로도 가족이란 구성원 안에서
섬처럼 독립된 한 개인이 아닌
구성원으로써 영향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그런 쌍방향의 위치이기 쉬우니 말이다.
마음아픈 얘기들이 많으나, 읽으며 알아보기 바란다.
자신을 위해서, 가족 중 누군가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