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령 - 윤보인 장편소설
윤보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의 제목이 된 인생의 답 뒤에 이어붙일 단어로써

'느껴보려'가 맞을지 '찾으려는'이 더 맞을지

이 한단어의 선택 만으로도 나름 고민이 됐다.

아마 책이 다루는 소재가 명리학이였기에 더 그런거 같다.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이다. 하지만 구도적 색채도 있고

무엇보다 명리학이란 학문을 도구로

보통사람들이 말하는 사주팔자 이해를 해나가면서,

각자 지닌 인생외형의 퍼즐을 맞추려는 시도를 한 책 같다.

나는 사주라는 소재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됐지만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건 이 함축적인 학문적 소재를 

어떤 소설 스토리로 그렸을까란 궁금함이었다.

저자도 그런 점을 고민하진 않았을까 짐작도 해보면서

조금씩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보니,

재령과 주인공의 인연의 얽힘도 얽힘이지만

왠만한 사주책보다 용어이해가 잘 되도록

명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읽혔다.

헌데 하나 더 궁금했던 건, 사주를 이해하기 위한

기준점은 어디에 두고 읽어야 좋을까란 부분이었다.

책은 8글자와 육친 그리고 사주란 4개의 기둥을 중심으로 

용어 위주의 이해를 위한 설명들이 많았다.

이와같은 사주 4개의 기둥을 해석의 기준으로 보느냐

아님, 월지란 환경을 해석의 기준으로 보느냐도

소설의 스토리마저도 180도 바꿀 수 있을 

큰 요소였을거란 생각도 해본다.

애초 소설의 소재로 사주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느낀다.

이해를 도우면서 줄거리를 진행시켜야 하는 창작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어떤 상상력이라도 흡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어느 독자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면야 쉬운 글쓰기가 되겠지만,

스토리의 도구로 쓰인 사주도 이해시켜가면서 

인물 중심의 이야기도 전개시키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어느정도 이해를 도울

자세한 설명들이 따라붙어야 함은 어쩔수 없었을 부분이다.

한편으론 매우 당연시 되는 것이고

한편으론 소설의 흐름을 순간순간 끊을수 있는 요소이지만.

저자는 여러사람이 소설의 흐름을 느끼며 

이해 안가는 사주 학습서처럼만 받아드려지지 않도록,

설명을 어느정도 친절하게 덧붙여 나가는 

친절한 방식 쪽을 택한거 같다.

그럼에도, 아예 모르는 장르라면 

그 어떤 것이던 어려울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수학이 아닌 산수라도 아라비아 숫자는 알아야 

계산이란 진도를 뺄수 있는 법이니까.


소설 스토리는, 재령과 주인공 큰아버지와의 인연이

결국 많은 것을 만들어낸 바탕으로 묘사되었다.

그 중, 여주인공의 인생 속 가장 컸던 의문점은

한날한시 태어났지만 같이 간 등산의 하산길에

홀로 사고사한 자신의 남자쌍동이의 그 운명과

살아남은 자신의 운명이 왜 달라야만 했던가였다.

인생이 방정식이라면 사주라는 공식으로

이 하나의 의문정도는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와 함께.

이미 스스로 명리학자 집안이란 배경에

미국으로 이민간 큰아버지와의 다시 이어진 인연으로,

사주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낮선 이국에서 자신의 인연이 만들어지는

여주인공의 삶과 주변인들이 책의 주된 종착점 같았다.


소설이라고는 하나, 왠지 저자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녹아있는 책같단 느낌을 주는 건,

책의 마지막 즈음 저자의 짧은 맺음글 속에서 전해온다.

하지만, 책의 어디에서도 저자는 분명하게 

어디가 자신의 상상이고 무엇은 경험인지

명확한 얘기는 해주고 있진 않다.

그저 독자로써, 여주인공을 보면서 

저자의 인생 또한 오버랩해 볼 수 있을

저자가 준 여지만 느껴볼 볼 뿐.

난 그저 그녀의 지휘대로

책을 통해 잠시 음미해봤을 뿐인거 같다.

인연의 얽힘.

인생들이 지닌 8글자 속 소명들.

좋고 나쁨이 없는 이해의 틀로써의 사주.

불완전하다는 사주란 학문을 이해해보려

인생속 많은 시간들을 건 사람들.

자신이 답을 찾았던 방식으로

다른 인생들을 읽고 도와주려는 사람들.

책을 보며, 명리란 학문의 느낌도 재정립해보며

주인공의 삶의 궤적도 이 틀에서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던 독서같다. 난 재밌게 읽었다.

추가적으로, 222페이지에 亥가 海로 쓰인 오타는

재판시엔 꼭 고쳐주면 어떨지 싶다. 

의미나 책의 의도상 중요한 부분인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