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나 - 내 인생의 셀프 심리학
캐럴 피어슨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20년 5월
평점 :

예상보다 더 좋은 책이었다.
융이 생각한 심리적 원형을 6가지 정도로 분류함으로써
대개의 사람들이 가진 내면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이론을 다룬다.
이 원형 중 어디 하나에만 순수하게 속한다고 볼 순 없다.
책에서도 말하거니와, 마치 몇개의 원형이
섞여있는 듯한 각자의 원형 모습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경우들을 말하는데,
읽으면서 느껴졌던 건 순수한 원형 하나하나의 느낌들보다는
이 중첩된 후자의 경우가 훨씬 와닿는 경우라 보였다.
심리적 원형이란 말은 잘 모르더라도
그 원형을 나타내는 각각의 단어들만 알더라도
대강의 뜻은 짐작할 수 있을 대표성이 느껴지는데,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 등이 그 용어들이다.
참고할 만한 몇개의 단어들이 더 있긴 하지만
이는 이 책을 직접 읽게될 이들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
나의 경우엔, 처음엔 이타주의자,
다음엔 고아와 전사의 원형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와 각자의 원형들과 관련해 대화를 나눠보기엔
고아로 상징되는 원형이 가장 폭넓은
대화소재가 될것이란 상상도 됐었다.
왜냐하면, 가장 어둡고 고독한 흔할 수 있을 내면이란 생각 때문이다.
방랑자도 어찌보면 비슷한 느낌은 있으나
고아는 머무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방랑자는 떠나려는 선택의 자유는가 더 있어 보였기에
고아가 가진 특이성을 더 생각해 볼만한 것으로 느꼈다.
언뜻 내용을 읽지 않은 상태에선
각각 원형들 마다의 단어적 정의만으로도
명확한 뜻들이 보여지는 듯도 싶겠으나,
고아원형 하나의 예 속에서도
전사의 원형과 섞여보일 수 있음을 논하는 부분을 보면,
다른 듯한 2개의 원형이 하나처럼
한사람의 내면에 천착할 수 있음을 지적하기에
그냥 선을 긋듯 분리된 원형의 정의는 어려울 듯도 했다.
고아원형의 예로써 좀더 얘기해 보면
말 그대로 심리적 고아로써의 삶의 느낌이란 건,
나이듦에 따라 매번 난해한 새로운 명제를 부여받는 삶 같았다.
아기로써의 고아, 어린이로써의 고아
어른으로써의 고아 등 그냥 책 내용과 상관없이
한번 상상하며 책의 설명을 따라가 보듯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 될 수 있을 듯 했다.
나이를 먹으면 어떤 원형일지라도
내보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변형되어가고
모호해 질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부분들 또한 있다.
고아의 내면을 주로 지녔지만
겉으로는 이로 인해 전사적 원형같은 모습을
표출해 보일수도 있음을 상상해 볼 수 있겠는가.
그걸 상상해 볼 수 있다면,
이미 삶을 관조하는 성숙도가 어느 정도
스스로가 지니고 있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반대되는 두개의 상징성이
연결되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니까.
읽는 내내 매우 좋은 책임을 많이 느꼈었다.
류시화란 작가겸 번역가 또한 대단하다 생각이 들게 한다.
일부러 그가 선택한 책들을 찾아읽는 것도 아닌데
괜찮은 책들이라 느꼈던 책들 중에
읽고 난 후 저자나 역자를 보면
류시화란 이름을 보게 될 때가 상당히 많았다.
이번 책도 그러하고.
그렇다면 류시화란 이름만으로 책 한권을 선택해도
나쁠 건 없겠단 생각도 해본다.
융의 직접적인 이론들을 학문적으로 다룬 책들보다
오히려 이 책의 유용성이 난 더 돋보였다.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