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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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시형 박사의 강의를 

오랜만에 TV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항상 유쾌한 미소를 잃지 않는 타고난 

스마일러 같았던 그 분의 얼굴이 

전과는 달리 약간 무표정스러워졌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분도 세월의 무게에서는 많이 비껴갈 순

없었구나란 짧은 아쉬움이 내 뇌리를 스쳤다.

노화는 살아있는 모든 삶들에게 주어지지만

왠지 비껴갈 거 같은 사람도 있지 않겠나 했는데 말이다.

여하튼 오랜만에 본 이 책의 저자가 전해주는

여러 말들과 철학들을 TV로 접해볼 수 있던 간만의 시간이었다.

이 책은 공저이긴 하지만,

분량면이나 비중면에선 이시형 박사의 부분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굳이 이 책의 가치를 좀더 찾아본다면

의미치료와 관련해 공저자 2인이 나눈 대화인

마지막 80여 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묻고 답하는 형식이라, 활자로 된 질문과 답변의 모습일지라도,

진행자의 입장인 박상미 심리상담가의 개인적 경험과 견해들

답변자로써의 분량이 많은 이시형 박사의 깔끔한 얘기들은

이미 여러각도로 풍성함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인 이시형 박사가 건내는 사유와

심리학자인 박상미 씨가 전하는 사유는

각각 자신의 몫을 가지고 서로 얽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힘이 분명 있었다.

약간 다른 에피소드이긴 하나

빅터 프랭클의 얘기를 소개하는 한 부분에선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는게 유머인지 실수인지 

지금도 궁금한 부분도 있었는데 패스.

전반적으로 의미치료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기에 가장 와닿았던 부분들을 논해보자.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듯 빅터 프랭클은 

독일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력을 지녔다.

그런 그의 이력은 그를 모르더라도 

기존 독일과 수용소 얘기를 아는 독자들의 

상상력과 일치되는 부분도 물론 있겠으나,

지금 소개하고 싶은 이런 사실도 있었다는 것 또한 

많이 알려지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귀환 그리고 승화. 

이 메인 스토리들 중 하나일텐데,

빅터 프랭클은 패전국 독일을 비난하는 일이 아닌

감싸주는 역할을 자처했었다고 책은 전한다.

용서와 사랑, 그저 그것을 실천한 것으로 보아도 되겠지만

그 이상의 의미도 느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빅터에게 왜 패전국민 독일인들을 변호해주느냐 묻자

그는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한다며 반문한다.

독일인 스스로가 해명이라 말하면 결국 변명으로만 들릴 뿐이지만

같은 얘기도 자신같은 피해자로써의 입장이 얘기해주면 

그것은 설명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변명과 설명 또는 해명이랄까.

이 대화에서 의미치료 창시자의 삶이 

결코 학문에서만 머물지 않았음을 난 느껴볼 수 있었다.

이론을 만든 학자로써가 아닌 실천한 학자로써 더 위대해 보였다.

독일이 전쟁 중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지만

그 분노를 발판으로 독일 모두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그의 행동은 이성적이라 느껴진다.

수용소에서 자신과 주변 동료들을 너무 잘 돌보아줬던 

한 독일인 소장에 대해 고마움을 밝히기도 하면서,

원망과 증오만을 가진 대다수의 피해자에게

피할 수 없는 지탄을 받기도 했던 그.

이런 빅터 프랭클과 그의 이론들을

이시형 박사의 적절한 해설과 가이드로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

또한 공저자 박상미씨의 24살 언저리의 

경험들과 그 이후의 삶은 한국형 의미치료의 실사례로써

대표적 관련학자가 몸소 자신의 사례로써 

실례를 보여줬다는 사실에 책의 가치가 더 느껴지기도 했다.

부디 본인들이 읽어왔던 비슷한 책일거라 상상하지 말길 바란다.

저자들은 이 책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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