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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뿌리
장수영 지음 / 북랩 / 2020년 2월
평점 :

일매가 주인공일까.
준걸이 주인공일까.
아님, 조연같은 민수가 주연같은 승리자일까.
이 이름들은 이 소설의 큰 흐름을 이끄는 등장인물들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들은 또 있긴 하다.
일매의 슬픈 인생방정식을 만들어준 일매엄마,
그런 방정식에 대입할 변수로 등장한 베리베리 해비급 주원오빠,
그리고, 모든 흐름의 핵심을 담당하는
인연의 끈을 만들어주는 듯한 준걸아버지와
그의 애증의 동반자 준걸어머니까지.
이렇게 말하면 이 소설에 대한 등장인물들은
대강이라도 정리가 된든 싶지만,
실제 소설의 내용은 좀더 깊고 재밌다.
심리학적 요소를 깔고 요소요소 담은 책을
그저 재미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작가 자신이 독자 각자의 스마트폰들을
책을 읽는 순간엔 망각하고 놓게만들 정도로
그저 책읽는 재미에 빨려들게 할 수 있는
책을 쓸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썼다는
소회를 밝혔으니 나도 재미란 말을 편하게 쓰고 싶다.
장수영 작가님, 소원 이루셨네요.
딱 중간까지는 일매가 주인공인 듯한 느낌으로 읽었고,
갑자기 이야기 흐름이 바뀌는 듯 느껴진 준걸의 상담사연들에서는
이 상담들 이후엔 과연 일매와 준걸이 어찌 다시 연결되어져 갈지
작가의 상상력을 기대해보며 책장을 넘겨 나갔다.
그리고, 이미 서두에도 등장했던 민수의 마지막 등장에선
짐작가는 듯한 마무리등판 역할임에도
실제 소설 스토리의 결말부분에 있어서,
각 상황들을 잘 엮으며 독자의 이해를 이끌어 나가는
좋은 등장이자 마무리란 기분도 느끼며
이야기를 매만지는 작가적 능력이란게 이런거구나란
기분좋은 리드 역시 느끼며 이 소설책을 끝냈던거 같다.
작가는 자신이 쓴 모든 단어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113페이지에 나오는 골빈 여자를 설명하는
웃음기 가득 언어유희 같은 슬픈 문장들과,
227페이지에 나오는 '가여운 여자를 준걸'이란 문장을 읽을 땐
준걸이란 이름을 그냥 가여운 일매를 '하늘'이 준 것이라고도
독자가 상상해 읽을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그 부분을 썼을지 개인적으론 궁금했다.
여러 인물 중, 준걸어머니는 사실 주인공은 아니겠지만
주인공 못지않은 점점 임팩트 있는 소설속 인물이다.
영화 우상에서 극 중 천우희가 맡았던
그 매서운 역할이 떠오르기도 하는 인간형이기도 했는데,
소설 말미엔 모든 스토리를 마무리하고
독자들의 궁금증 거의를 해소해주는 인물이니
조연같은 주연이라 봐도 무방할지 싶었다.
일매에겐 일매엄마가,
준걸에겐 준걸부모 모두가,
민수에겐 폭력가정이었단 설정이,
각각의 인생 전범위를 개입했다고 봐도 무방할
큰 심리적 영향을 미친 요소들이다.
특히, 일매 엄마는
작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적인 기회가 있다면이란 상상하에,
소설적 모티브와 여러가지 인물관계도들에 대해
재밌게 대화마저 나눠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여러 심리학들 책에 등장하는 단골소재인
Inner child 즉 내면 아이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일매와 일매엄마의 관계는 매우 돋보이는 장치라 느꼈다.
착한 장녀로써 엄마의 짐을 나누는 정도가 아닌
강박과 도덕심이란 도구로 일매를 너무 일찍
철든 아이로 성장시키면서 짐을 지우는 느낌을 받으며,
자기현시성이 낮은 여자아이로 자라나게
정서적 혼란을 주는 동시에 어떤게 맞는 것인지
내뱉지 못하는 양가감정을 자라나게 하는 인물이다.
특히, 일매가 자신의 인생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우연인듯 필연인듯 정착한 심리학과 진학과
이또한 끝까지 마치지 못한채 중퇴로 끝나버린
중단 역시 여러가지를 암시하는 듯 했다.
거기에 준걸마저 심리학과 밀접한 유명 심리상담가란 설정도
글의 마무리와 결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는듯 했다.
준걸 자신이 상담한 다양한 사례들은 결국,
결말로 다가갈수록 본인도 모르는새 처할 환경의 복잡함과
인간사이의 이율배반적인 여러 얽힘들을 미리 설명해주며
왜 이 책의 제목이 악의 뿌리인지를 알게 해주는 듯 했다.
준걸모의 마지막 모습에선 왠지
해피앤딩처럼 보이는 새드앤딩을 만들줄 아는
작가의 상상력을 보여준 듯도 했고.
장수영 작가의 친필사인까지 들어있는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고 소중한 책이 될거 같은데
진심으로 요즘 가장 핫하게 읽었던 책이 되었다.
우연히 읽게 된 켄 그림우드의 리플레이란 책까지
그동안 잘 안 읽어오던 소설장르 2권을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됐는데,
스티븐 킹의 작품도 이겼었다는 리플레이보다
난 이 악의 뿌리를 더 콤팩트하고 재밌게 읽은 느낌이다.
요즘은 좋은 책을 만나면 자꾸 작가에게
고마움이 생기는 스스로의 버릇이 생겼다.
창작의 수고로움을 견디며 이런 책을 내준
장수영 작가에게 다시한번 감사.
그리고, 예전부터 느껴왔던 것이지만
철학가보다 더 철학가스러운 사람들이
소설가일수 있단 그 생각도 다시금
이 책에서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진심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평도
오랜만에 써보는 동시에 말이다.
정말 어둡지만 정신적 살이 되는
소설 한권 공기처럼 잘 마시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