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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각자의 보폭은 다른 거야 - 57회 사법시험 합격자가 들려주는 공부의 기술
이광웅 지음 / 해피페이퍼(HAPPY PAPER)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글을 참 잘쓰는 사람이다.
책을 읽다보면 드는 갈증의 요구들이 생긴다.
좀더 자세하고 원인과 결과를 잘 이해시키는
섬세한 글을 만나고 싶은 그런 갈증들.
아예 갈증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러프한 글들에게선 아예 없을 감정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기대가 생겼다는 것은
아쉬운 글들 속에서 원하는 만큼
가공되지 못한 재료의 느낌을 찾았다는 반증일수도.
이 책은 그런 갈증의 요소를
저자가 작정하고 없애면서 쓴 책인지
아님 자신도 모르는 성향이
글로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책을 읽는 독자에겐 행운이자 기쁨이다.
예상보다 자세한 그리고 솔직한 얘기들이 많다.
솔직함은 나는 솔직해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읽다보면 느껴지는 편 같다.
어떤 감정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
읽는 이도 표현하는 이도.
화나, 미숙함이나, 우쭐함이나, 치기 등에서.
그런데 이런 감정들마저 솔직함이 잘 매치가 됐을 땐
읽는 이에겐 공감의 힘으로 자석처럼
그 글 안으로 끌리는 느낌을 가져볼 수 있다.
저자는 법조인이다.
그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
그 꿈을 이루고 나서의 현실감 등
어쩌면 읽기 전부터 책의 전반적인
스토리텔링을 예상하고 쫒아가듯 읽으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고 있게 될거 같은 그의 얘기 안엔
앞서 말했던 그의 글을 표현해내는
경험의 묘사들이 많은 것들을 영글어 내고 있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하던 때의 이야기들이나
어떤 방향성들을 가지고 움직였을 때의 얘기들이
진솔한 교훈처럼 느낌을 품는다.
어쩌면 사소한 얘기였을 수 있다.
다음 2개의 얘기는.
사법시험의 출제관련 위원으로 활동도 하던 교수가
수업시간 중 저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확하진 않은데 저자는 그날처럼 그 질문을 기억한단다.
독자로써의 기억으론 착오에 의한 법률행위에 대한
취소여부를 물었던거 같은데 내 기억은 부정확하다.
어찌됐건 그날 저자는 그냥 그 질문에 모른다 했다 한다.
거기에 그 질문을 던진 교수는 이랬던가,
그럼 죽어야지.
요즘같은 시대에 누구는 이 교수의 당시 말에
더 질타를 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위해 패스하자.
이 얘기로 지인들과 나눈 대화들도 유의미하다.
누군가는 교수를 힐난했고,
누군가는 교수의 그런 대답을 만든건
직설적인 너의 답변을 무례로 받아들였을 수 있게 한
저자의 책임같다고 한 친구 등의 얘기들.
이날 저자는 영어에 빠져있던 인생에서
본래의 두근거림이었던 법조인의 길로 인생핸들을 확 꺾는다.
당시 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를 앞두고 있었다 한다.
그리고, 행시와 고시 1차 모두를 붙은 후
학교 여후배가 자신을 시험했던 일도 유의미하다.
시험지 한장을 시험을 실제 보듯 풀어봐 달라고 했고
그 요청에 싫었으나 해줬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란
저자의 전후이해로 당시를 해석한 일 등.
책은 흡사 일기 같기도 한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읽는 가치를 배가시키는 듯 하다.
평범한 듯 약간은 평범하지 않은 개인사적인 일들이
저자의 기억에 해석을 가미해 놓음으로써
맞던 자의적이던 수준높은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동안 이런 식의 글들을 참 읽어보고 싶었는데
정말이지 우연으로 이 책을 읽게 됐다.
인연이 고맙고, 저자의 섬세한 경험의 복기력에
감사와 훈훈함을 전한다, 매우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