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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걸음 - 박이도 詩 선집
박이도 지음 / 시간의숲 / 2019년 1월
평점 :

시집을 오랜만에 읽게됐다.
예전엔 그래도 이정도 까지는 시와 거리있게 살진 않았는데.
뭔가 전개가 있는 글만을 읽고
거기에 익숙해졌다는 것도 모른채 살아온 듯 싶다.
저자 박이도 시인을 모르지만,
책 내용의 소개를 보다가 덜컥 용기를 냈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어보자고.
이 시집을 읽으며 작가의 마음속 겨울을 많이 느꼈다.
내 느낌이 맞다고 해줄런지.
시 속 물소리가 들려도 얼음속 흐르는 물줄기 같고
조형이라 표현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만들어 낸 그 구조를 같이 떠올려봐도
영화 랍스터에서 나오는 차거운 정서처럼 느껴졌다.
시집을 랜덤하게 읽어가며
굳이 더 내 눈길을 끄는 시를 먼저 찾아 읽고자 뒤적였다.
그러다 오열이란 시를 발견했는데
그 시작이 눈길을 끌었다.
울고 싶은 밤이다란 그 문구가.
이 정서로 그날의 밤을 소리로 느끼는 듯 했다.
근데 본인의 진실이 울고 싶은 밤이라 쓴 부분이 있는데
그가 느끼고 있는 그 울고 싶은 진실이란 무엇이었을까.
그 뒤 결별에 관한 연작시가 이어지는데
마치 오열의 이유를 설명하고자
연이어 배치한 시들은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시집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가끔 자신의 감정이 매말랐다 느끼는 사람들을 본다.
나이가 먹어서, 어떤 일을 겪어서.
그렇다면 이 말은 감정이 매말라서 좋다는 얘긴 아닐테고
지금과 다른 감정회복의 느낌을 가지고 싶다는 말일게다.
시집을 읽으면 어떨까.
근데 지금 읽어본 이 시집은
희노애락 중에 애쯤 와있는 거 같아서
감정의 따뜻한 회복보다는
동병상련이나 카타르시스의 눈물을
자신도 모르게 베어나게 만드는 역할을 해줄듯 한데
혹시나 부드러운 감흥과 같은 감정의 기복을 주기엔
다소 무거움이 있으니 조심.
겨울에 읽는 겨울느낌의 시적 감성.
나쁘지 않다.
헌데 시집을 읽으면서
자꾸 시인의 외로움이 걱정되는 건 나의 오버인가.
시적 감수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여러 모티브 중 하나로 차용된 것인지
아님 시인 자체를 휘감고 있는
주된 관념이 낙엽지는 쓸쓸함과
북풍한설 속 홀로 서있는 겨울나무 같은
그런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적 감흥과 실생활의 시인은 달랐으면 하는 바램을 바래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들이
이렇게 시와 생활이 분화되어 있다고는 들어본 적이 없음에
그의 감수성을 이렇게 느껴본 바에 감사하고
그리고 그의 감수성을 지탱해줄 겨울 속 행복을 바래본다.
오랜만에 겨울에 겨울을 보여주는 시집을 읽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