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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찾아간 양연로의 한 식당 인근에 조선시대 왕족의 무덤(묘; 墓)이 있다. 이 식당 인근에는 사랑교(沙浪橋)란 다리가 있다. 고운 모래톱 어귀에 있어 불린 사랑이란 예쁜 이름에 걸맞게 사랑교란 이름도 느낌이 좋다. 그럼 사(沙)와 사(砂)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신문에 의하면 사(沙)는 개울이나 강가에 있는 가는 모래, 사(砂)는 물가 이외의 곳에 있는 조금 거친 모래다.

 

사전은 사(砂)를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혈(穴) 주위의 형세로 설명했고 한 책은 사신사(四神砂)를 인간과 인간 이외의 영역 또는 삶과 죽음의 영역으로 구분되는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의 경계로 설명해놓았다. 사신사란 다름 아닌 청룡(좌), 백호(우), 주작(전), 현무(후)를 말한다. 물론 나는 풍수를 명당(明堂)에 묘를 쓰고 그로 인해 자손이 복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발복(發福)의 개념으로 대하지 않는다. 내가 보는 풍수란 근대 이전의 전통사회인들이 공간을 대하던 방책(方策)이다.

 

그나저나 앞에서 말한 묘를 직접 찾아가야겠다. 연천 답사길을 계획하고 있는 나는 지난해 읽은 ‘왕들의 길, 다산의 꿈’을 다시 펼쳐보았다. ‘조선 진경 남양주’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가끔 생각하는 바이지만 연천에는 조선 왕릉만 없을뿐 있을 것은 다 있다. 지질공원과 고인돌까지 있는 등 다양함면에서 남양주에 뒤지지 않는다. 연천에 조선왕릉은 없지만 군(君)의 묘는 있다. 낙선군 묘가 대표적이다. 다만 방치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어떻든 남양주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을 떠올리게 한다면 연천은 미수(眉叟) 허목(許穆)을 떠올리게 한다. 남양주는 조선 진경(眞景)이란 말에 잘 맞는 곳이다.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광릉(光陵), 단종비 정순왕후 송씨의 사릉(思陵), 조선 최초의 황제 릉인 홍릉(洪陵), 광해군 묘, 세종 시대의 천재 천문학자 이순지의 묘, 성종 어머니 소혜왕후 한씨의 오빠 한확의 묘 등이 있는 남양주는 조선 박물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천은 삼국, 고려, 조선 등 다양한 시대의 유적이 풍성하고 앞에 썼듯 지질공원과 고인돌까지 있다. 남양주에 수종사, 봉선사가 있다면 연천에는 오봉사, 원심원사가 있다. 남양주의 두 절이 조선사와 관련된 곳이라면 연천의 두 절은 항일독립운동과 관련된 곳이어서 의미가 깊다. 남양주에는 지난해 5월 개관한 정약용 도서관, 12월 개관한 이석영 도서관이 있다. 연천은 조선 말이나 근대에 활약한 인물의 이름을 내세워 만들 도서관이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나는 연천의 가치는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생각인지 모르나 연천 당포성을 천문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궁금해진다. 심재철 등이 쓴 ‘오늘의 천체관측’에 이런 구절이 있다. ”광해(光害)가 적고 하늘이 넓고 대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찾기 어렵다.“,

 

”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는 해발고도 500미터로 서울에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평지에서는 눈에 담을 수 있는 지평선까지의 거리가 5lm 정도인데 500미터 높이의 전망대에서는 약 80km까지 보인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높이 올라갈수록 멀리까지 보이는 것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 전망대에 서면 사방으로 트인 서울 풍경은 물론 인천 앞바다의 수평선까지 보인다.“

 

연천에서 가장 높은 고대산은 830미터가 넘는다. 작년 11월 간 영월의 별마루 천문대는 높이가 790여미터다. 이 높이가 시민 천문대로는 최적이다. 지난 해 몇 차례 360여미터의 철원 소이산에 올라갔었다. 맑은 날 소이산 높이에서 어디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을까? 연천 용암대지를 만든 북한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은 소이산에서 직선거리로 7km라고 한다.

 

지금 천체관측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당연히 별에 대해 알기 위해서이고 연천에 대해 총체적 시각을 지니기 위해서이다. 열심히 학습해야 할 것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내년부터는 임진강 주상절리, 당포성, 물문화관 등도 해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곳들 말고 차탄천 주상절리, 연강나룻길 등 익숙하지 않은 곳들을 공부해야 하고 두루미도 공부해야 한다. 주자(朱子)와 노론의 송시열을 모신 임장(臨)서원, 미강(湄江)서원(터)도 둘러보아야 한다. 일정이 빡빡하지만 할 것들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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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1-12-20 18:44   좋아요 0 | URL
네..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연천 돌아보며 의미 있는 것 건질 수 있도록 할 게요. 말씀하신 묘 부분도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근 내 주위에 생태(生態)를 입에 올리며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반생태적이다. 사람과 사회를 이용가능성의 관점으로만 대한다. 그들은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개체적 앎을 얻는데 몰두한다. 액세서리 같은 지식을 주렁주렁 단 채 사회 차원에서의 실천이나 자기성찰에는 별 관심도 없다. 생태 지식 과소비자들이다. 생태를 말할 때와는 너무 다르게 일상에서는 삼라만상을 고립적으로 바라본다. 대단히 부조화스럽다. 삶과 지식이 겉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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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이 별로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알게 된 공모전에 정성을 다했지만 부끄럽다고 해야 할 글을 써 보내고 자괴감에 빠져 있다. 스토리텔링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진다. ’톡톡(Talk Talk) 서울 이야기‘에 이런 글이 있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을 내용 전개 방식으로 택하였다. 스토리텔링이라 하면 자칫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서울의 변화라는 주제를 잘 보여주는 소재들을 찾아 가면서 필자 주**와 이**이 주고받는 이야기 정도로 해석해 주면 좋겠다.”

 

종로도서관에서 빌린 ’퓰리처 글쓰기 수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이 책에 존 프랭클린의 글이 인용되어 있다. “스토리는 공감을 일으키는 인물이 뜻하지 않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나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때 발생하는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 스토리란 말이 필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지침은 스토리를 지금까지 내가 써온 식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인화는 “형식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은 사건과 인물과 배경이라는 구성요소를 가지며 시작과 중간과 끝이라는 사건의 시간적 연쇄로 기술된다. 내용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은 사건에 대한 순수한 지식이 아니라 화자와 주인공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건을 겪은 사람의 경험을 전달한다.“고 썼다.(’스토리텔링 진화론‘ 15, 16 페이지)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에 이런 글이 있다. ”예술 작품은 오랫동안 복잡한 탐색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 부분을 내가 하는 작업에 전면 적용할 수는 없지만 고민할 부분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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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1일) 서점겸 카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시벨리우스 곡이지요? 교향곡 2번’이라고 말했다. 영민한 동료 이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자신도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데 제목을 잘 못 맞추겠던데요..다행인 것은 내가 아는 작곡가의 아는 곡이 때맞침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들렸다는 것이다.

 

어제 팀장님 뵙고 책 받은 뒤 식사도 하고 광진 숲나루도 들렀다. 광나루역 1번 출구에서 만났고 돌아올 때는 아차산역 2번 출구쪽으로 갔다. 친구 이 선생님의 새밭교회를 보고 사진을 찍어 톡으로 보냈더니 어머. 제가 만난 듯 반갑네요란 말이 답으로 왔다. 영풍문고에서 ‘숲의 역사’를 샀다. 사고 나서 맥스웰 하우스 마스터 바닐라 블랙 커피를 사은품으로 주는 도서란 사실을 알았다.

 

오늘 시간에 쫓겨 글 한 편을 마무리했다. 1. ‘숲의 역사’, 2. ‘지구의 짧은 역사’, 3. ‘오늘의 천체 관측’, 4. ‘미스터 갈릴레이의 별별 이야기’(남산도서관에서 빌림), 5. ‘지도 따라 굽이굽이 역사 여행 500km’(전곡도서관에서 빌림), 6. ‘한강 역사 체험백과’(전곡도서관에서 빌림), 7.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이 도움이 되었다. 스토리텔링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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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깊어지는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액체의 교환이 있다(시집 ‘뜻밖의 바닐라’ 수록 시인의 말 참고)는 말을 한 시인이 있다. 시인에 의하면 교환되는 액체는 차(茶), 술 등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같이 흘리는 눈물이다. 우당(友堂)은 두주(斗酒) 불사(不辭)하는 원세개에게 술은 차를 대신할 수 없지만 차는 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또 하나의 액체의 교환을 말할 수 있겠다.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무관한 교환이고 일방적 전가(轉嫁)라 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 튀는 김치 국물이 그것이다. 얼룩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얼룩은 액체 따위가 묻거나 스며들어서 더러워진 자국을 의미한다. 하지만 얼룩소나 얼룩말에 길들여진 탓인지 시뻘건 색을 표현하는 것으로는 쓸 수 없을 것만 같기도 하다.

 

어떻든 이 흠은 처음에 시뻘건 색을 띠었다. 마음 한켠에 상처가 난 듯 했다. 하지만 한참 지나니 얼룩은 종이색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이것을 탈색(脫色)이라 해아 할 듯 하다. 바랬기 때문이다. 황동규 시인이나 나희덕 시인의 어법을 따르면 이를 육탈(肉脫)이라 할 수도 있겠다. 주의할 것이 있다. 탈색(奪色)이라는 말과의 구별이다.

 

뛰어난 물건이 다른 물건을 압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압권(壓卷)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여러 작품 또는 답 가운데 가장 잘 지은 것을 의미하는 압권의 주인공 즉 과거 급제자는 임금을 알현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를 관광(觀光)이라 했다. 지금 관광은 그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급제(及第)는 하지 못하고 여행이나 하는 (관광이란 말이 속화된 것과 무관하게 여행이란 말을 좋아하는) 나는 내일 서울에 간다. 1년에 170회나 간 적이 있는 곳이지만 변함없이 배워야 할 텍스트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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