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지질해설 근무 4년차의 해다. 내 포지션의 기본이 수업(受業)이 아닌 근무이기에 공부를 많이 할 여건이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지질에 대해 알아내고 현장에 활용한 정도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친구에게 이제야 공부가 뭔지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공부가 되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이다.

 

지질 공부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연천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질은 물론 역사, 고고학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주의(注意)가 산만하지만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서울 해설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분주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로 인해 이런 해설 저런 해설을 해야 하는 내 사정은 좋은 추억거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늘 퇴근 하고 집 앞에 와 있는 책을 주워들며 감사함과 흥분을 느꼈다. 내가 공저자로 참여한 책이 저자(의 한 사람)인 내게 온 것이다. 공저자들의 글 제목을 일별하고 내 글의 제목에만 창의적이라는 글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쓴 글은 ’창의적 공공역사가가 되는 길‘이다.

 

고양에서 문화해설을 하는 페친에게 출간 소식을 알리자 그는 책 출간이 자신 같은 사람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말을 했다. 마지막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그것이 의미 있는 도전임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어떻든 나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전했다. 이는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은 지구과학 책을 이것 저것 읽으며 보내고 있다. 인문학 책을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10년전 한창 과학 책을 많이 읽을 때는 그래도 한 권을 다 읽고 서평도 쓰고 넘어갔지만 지구과학 책은 사정이 다른 듯 하다. 해설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까닭에 완전히 이해하려는 약간은 강박적인 생각이 독서를 더디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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