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잉 - 미래가 이끄는 삶, 보장된 성공으로 가는 길
안도 미후유 지음, 송현정 옮김 / 오월구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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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았다. 강릉 여행을 다녀오니 집에 와 있어 반나절 동안 재미있게 읽었다. 책이 얇은 편이고, 손에 딱 들어와 한 손으로 읽기에도 좋았다. 노잉이라는 개념은 흥미롭게 읽었던 왓칭이라는 책과도 닿아있는 느낌이다. 책날개에서 저자는 노잉(Knoing)을 ‘미래에서 오는 직관의 메시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감에 이끌려 움직인 결과,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이 일어나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마음 상태’라고 말한다. 왓칭이 자신이 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그림이나 글로 적은 후 계속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내용과 비교하면 노잉은 자신의 의지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미래의 어떤 메시지에 마음을 열어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개념이고 마음을 맑게 하여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긴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 심리학자이자 신경정신과 의사인 융이 만든 개념인 싱크로니티(Synchronity)를 가져왔다.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는 뜻으로 살다 보면 우연히 일어난 일인데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거나 인류의 역사에 변화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알아차릴 수 있는 안테나를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어떤 기회도 민감한 안테나가 없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잉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기 신뢰다.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충실한 삶을 살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찾아온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미래지향적인 사람만이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나고 보면 신기하게도 어떤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있다. 내가 태권도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국기원의 미국 공연 영상이었다. 그걸 보면서 검은띠를 맨 나를 상상했고 2년이 못 되어 실제로 이루어졌다. 부끄러웠던 공연 끝에 바이올린을 전공할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책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시작점이 남편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던 것도 그러하다. 기독교에서는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고 한다. 어떤 일이나 고난이 결국 다른 일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어떤 일에도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실제적인 실천 방법이 나와 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자신을 책망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두고 하나씩 해내며 성취감을 느끼기를 권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 편안한 음악, 꿈 일기, 몸 따뜻하게 하기, 마사지나 명상 등을 통해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 좋다. 과거에 얽매어 후회만 하는 것이 아닌 미래를 기대하며 설레는 삶을 살기를 이 책은 말한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쁜 중에도 자기 전이나 아침에 하루를 정리하고 계획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AAF5qugtJdU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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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에이미 하먼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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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흥미로운 소설을 읽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의 역사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미국의 역사에 대한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서부로 이동하던 시기의 이야기는 오래전 서부 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미국의 역사라기보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미시사를 통해 들여다보는 미 대륙 횡단 시대였다. 


미국이나 호주나 원래 살던 원주민과의 갈등 혹은 박해가 역사의 어두운 면으로 얼룩져 있다. 어느 민족에게나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인디언 역시 밀려들어오는 백인과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그들과 싸우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로 상대가 보기에는 악해 보이지만 어쩌면 자기 부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존과 나오미 두 사람의 관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미국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존 라우리는 암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를 파는 아버지를 돕는다. 인디언 어머니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아버지에게 존을 데리고 가 존은 그곳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마을에서도 백인의 가정에서도 그는 이방인이었다. 말도 당나귀도 아닌 노새처럼 말이다. 하지만 노새는 대이동 시기에 중요한 수단이었고, 존은 양쪽의 장점을 모두 지닌 듬직한 사람이었다. 그를 사랑하게 된 나오미는 어려운 이동을 존이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마음을 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존은 쉽게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 지치고 힘들고 위험한 서부로의 이동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이나마 쉬웠을 거라는 짐작을 해 본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일들은 나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짧지 않은 이야기의 맨 앞에 급박한 상황이 소개된다. 첫 부분을 읽으며 이야기에 바로 쏙 빠져들게 된 이유였다. 이후 이들의 만남부터 목마름과 계속되는 도강, 끝없이 이어지는 길, 고단한 야영이 낯선 단어들과 함께 진행된다. 이야기를 읽으며 한국전쟁 때 피난민을 떠올리기도 했다. 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프거나 지친 가족을 이끌고 피난길에 올랐던 우리 조상들처럼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머나먼 대륙 횡단을 결심했다. 처음에 가졌던 희망은 점점 누더기로 변해 가는 옷가지처럼 전염병으로 죽어 가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수많은 고난으로 인해 빛이 바래 간다. 횡단을 끝내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고, 누군가는 제대로 된 무덤도 갖지 못한 채 노상에서 생을 마감할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이들의 여정을 눈앞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글로 담았다. 


저자는 남편 조상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이 책을 썼다. 많은 이들이 남긴 횡단 일기를 통해 이야기의 부분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강인한 여성 나오미는 당시에 있었을 법한 상상 속 인물이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와샤키 추장이나 나르시샤는 작가가 상상을 더한 실존 인물이다. 끔찍한 장면도 간혹 있지만 대륙 횡단 당시 사람들의 모습과 인디언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재미있고도 유익한 책이었다. 작가의 묘사와 서사가 너무 좋아 원어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원서가 있었지만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 온라인 헌책방에서 그녀가 쓴 다른 작품을 찾아 바로 주문했다. 

​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zctk3BfkNIc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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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트루트 ㅣ 헤르만 헤세 선집 5
헤르만 헤세 지음, 황종민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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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의 글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데미안을 세 번 정도 읽고 그가 쓴 에세이들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 조금 안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싯다르타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저서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느꼈다. 문장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데미안이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건 잘못된 게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그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데미안보다 싯다르타가, 그리고 이번에 읽은 게르트루트가 훨씬 좋다.

 

  음악가의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쿤(유명한 어깨받침 회사와 동명)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 왔다. 음악 학교에 입학하면서 집을 떠나게 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그리고 작곡을 배우며 그는 여자 친구도 사귄다. 한때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리디는 그에게 썰매를 타자고 제안을 하고 너무나 빠르게 달리던 썰매에서 넘어져 다리를 절게 된다. 한창 젊은 나이에 불구의 몸이 된 그는 그를 간호해 준 어머니와 잠깐 동안 관계를 회복하기도 한다. 넉넉한 부모님 덕분에 산에서 잠시 동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작곡을 시작하는데 학교에서는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음악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그는 점점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즈음 사귀었던 성악가 무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타이저 남매, 그리고 부유한 임토르의 딸 게르트루트는 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에게 찾아온 운명적인 사랑. 과연 운명은 쿤의 편일지?

 

  실제로 헤세는 8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할아버지가 음악가였다고 한다. 독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음악으로 유명한 나라다. 이웃 중에 아마도 음악 하는 사람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곡을 하고, 그 곡을 어느 집에서 초연하고, 연주자와 성악가들을 초대하여 파티를 여는 부러운 일상이 이 책에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쿤은 처음에 성악곡과 투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는데 나중에는 오페라나 오라토리오 같은 대작을 만들기도 한다.

 

  여인에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함께 버무려져 있다. 책 속에서 쿤도 말한다. “내가 그 따스한 봄날에 정원을 지나 고풍스러운 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나를 몰아치고 북돋우는 것이 내 작품인지 내 사랑인지 알 수 없었다.” (125쪽)

 

  이 책을 좋아한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연주자이기도 한 쿤이 연주하는 우아하고도 격정적인 소나타를 상상하며 글을 읽는 재미가 컸다. 불구라는 것으로 자신을 작게만 만들던 그의 오페라가 자신을 떠나 대중에게 사랑받는 장면은 나마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런가 하면 일생일대의 사랑 앞에서 과감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나를 사로잡은 것은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이 숨 쉬는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모조리 줄 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구입했다. 사실 헤르만 헤세 전집을 사고 싶었는데 참았다. 말로만 듣던 '황야의 이리'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수레바퀴 아래에서'도 함께 주문했다. 헤세의 행복한 늪에 빠졌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ZKUKVYuo3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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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 동인 수수밭길 제6호 수필집
동인 수수밭길 지음 / 한국산문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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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오랜 이웃 단영 솔나무님께서 올해도 동인지를 보내주시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다. 늘 받기만 하던 터라 죄송했지만 올해는 또 어떤 글들로 채워져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보내주시라고 하고, 나도 이번에는 작은 답례를 했다. 도착한 책 표지가 너무 예뻤다. 그전에 받았던 것보다 훨씬 완성도 있어 보였다. 내지의 두께와 색도 마음에 들었다. 매년 받을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내용은 더욱 그러하다. 책은 총 네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있는데 13시 6분부터 18시까지 독특한 시간 개념인 각 부는 대여섯 분의 글이 두 편씩 사이좋게 실려 있었다.

 

  이번에도 단영님의 글을 가장 먼저 읽었다. 남편 분을 따라 에어컨 설치를 하시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름이 끝난 가을에 에어컨을 500 대나 설치하게 된 이야기이다. 에너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취약계층에 무상 지원해주는 에어컨을 최소 비용만 받고 설치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 하루에 여러 집을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없는 중에도 식사를 권하는 집도 있지만 밀린 집안일을 부탁하는 분도 계셨다. 심지어 에어컨보다 급한 다른 걸 지원받기를 원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아보며 한 집에서 본 작은 화분에 심긴 배추 같은 고단한 삶도 존중받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다음 글도 에어컨 설치를 하다가 있었던 일이다. 약사라는 동네에 방문했다가 실외기 아래에 있던 비둘기 둥지를 발견한 이야기이다. 자연을 대신한 아파트촌에 비둘기는 둥지 만들 곳을 찾다 에어컨 실외기에 깃든다.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내 집 유리창에 수시로 비둘기들이 드나드는 것을 반가워할 이는 없을 것이다. 급기야 둥지를 쇼핑백에 담아 옮기고 배설물을 치운 뒤에야 실외기를 놓을 수 있었다. 원래의 주인을 쫓고 우리는 자연에 텃세를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영님의 말처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다른 분들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었다. 작가마다의 색을 띤 이야기들이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한 편 한 편 흥미롭게 다가왔다. 짧아서 짬짬이 끊어 읽기에도 좋았다. 과거에 비해 문장도, 소재도 다양하고 수준 높아진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또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 이분들의 등단 연도와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다. 연세 있는 분들도 꽤 많았다. 일찍 등단하신 분들도 있지만 작년에 등단하신 분도 계셨다. 사실 단영님과는 동문이다. 내가 먼저 다니기 시작한 디지털대 문예 창작과에 함께 다니시게 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고, 내가 다른 일로 바빠 소설 동아리마저 못 가는 바람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수필 동아리 들어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열심히 활동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은 컸다. 결국 등단을 하시고 수필가가 되어 산문 월간지에 기고도 하시고, 이렇게 동인 수필집을 매년 내시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코로나 이야기로부터 가족의 죽음 이후, 학생과의 만남, 음식에 얽힌 추억, 글쓰기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일상생활 속 해프닝부터 소설 같은 이야기와 주제에 대한 깊은 고뇌가 깃든 글도 있었다. 두 편의 글을 쓰기 위한 그들의 고민이 얼마나 오래였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괴로운 일들도 많이 있다. 좋은 일은 좋아서 좋고, 나쁜 일은 글 쓸 거리가 생겨서 좋다는 한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삶을 글로 남기기를 택한 이분들의 선택을 응원한다. 더불어 나의 건필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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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 삽니다
슛뚜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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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푹 빠진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이 책도 그분이 읽던 것이다. 보자마자 바로 인터넷 헌책방에 주문을 했는데 정성스러운 메모가 붙은 책이 도착했다. 한동안 다른 책 읽느라 손에 잡지 못하다가 스터디 카페에 가는 길에 다른 책들에 껴서 데리고 갔다. 잔뜩 챙긴 짐이 무색하게 두 시간 동안 이 책만 읽다가 왔다.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막내 밥을 챙기러 빵을 사서 집에 다시 왔는데 책이라면 설레설레 하던 막내가 요즘 자취 노래를 부르던 터라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재미있겠다, 하며 챙겼다. 엄마가 다 읽고 준다 하고는 급히 이 글을 쓴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가졌다. 책을 쓸 당시 27만 구독자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거의 100만이 다 되어 간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저자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비슷한 부분들이 없잖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실과 시간에 집안일은 매일 해야 하고, 고달프며, 누구 한 명이 몰아서 하면 불행할 수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유튜버는 혼자 살면서 그 모든 걸 즐겁게 다 한다. 물론 영상에는 즐거움만 있지만 왜 괴로움이 없겠는가마는 그래도 보기에는 참 행복해 보인다. 가족이 많은 내가 부러워할 만큼 자신만의 루틴대로 사는 삶을 살며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한다. 이 책의 저자는 베베라는 귀여운 강아지와 동거 중이다. 지금은 10살보다 더 많겠지만 사람으로 치자면 7~80대의 노년에 이른 셈이다. 강아지를 생각해 홀로 긴 외출도, 직장생활도 하지 않는 그녀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나는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독립을 하게 된다. 사연이 조금 살벌하긴 하지만 어쨌든 대학생활 한복판에 나와 산 것치곤 참 잘 살아왔다. 과외를 하며 월세를 벌고, 그런 중에도 이사를 다니며 늘어나는 짐을 줄이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건강을 위해 요리를 하는 생활을 서서히 다지는 중이다. 그 과정이 의미가 있기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작하고 한 달 만에 1000명의 구독자가 생긴 그녀는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50명도 채 안 되는 구독자를 가진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이유는 지나가던 누구라도 책 한 권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바라는 소박한 바람만 있어 갑자기 광고가 붙는 나의 영상에 화들짝 놀라기까지 한다. 구독자 48명도 감지덕지인 것이다. 오히려 너무 늘어 광고가 붙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명 한 명 늘 때는 뭘 보고 구독 버튼을 눌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고맙기까지 하다.

 

  넋두리였고, 스물셋에 독립한 그녀처럼 생각해 보니 나도 스물셋에 첫 발령을 받고 집을 떠나 머나먼 곳에서 월세를 살았다. 그때만 해도 이런 영상을 볼 수 없었지만 천을 사서 커튼을 만들고, 중고 가게에서 허름한 침대와 책상을 사서 작은 방을 꾸몄던 기억이 난다. 반찬은 구입했지만 작은 밥솥에 바닥에 깔리게 밥을 해서 아침을 꼭 먹고 출근했던 가난한 나의 초임 시절. 생각하면 애틋하기만 한 세월이다. 그에 비하면 저자는 참 많은 것을 갖추었다. 과외로 돈을 벌어 월세를 내고, 사고 싶은 살림살이를 하나씩 늘려 가는 설렘이 읽는 내내 전해져 왔다. 자취를 염원하는 딸에게 이 책을 권하는 게 조금 위험스럽긴 하지만 그렇게라도 책을 읽히고픈 엄마의 마음이 이겼다. 이제 바로 이 책은 딸의 손에 가는 것으로...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fSsgn1Yjd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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