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 동인 수수밭길 제6호 수필집
동인 수수밭길 지음 / 한국산문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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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오랜 이웃 단영 솔나무님께서 올해도 동인지를 보내주시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셨다늘 받기만 하던 터라 죄송했지만 올해는 또 어떤 글들로 채워져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보내주시라고 하고나도 이번에는 작은 답례를 했다도착한 책 표지가 너무 예뻤다그전에 받았던 것보다 훨씬 완성도 있어 보였다내지의 두께와 색도 마음에 들었다매년 받을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내용은 더욱 그러하다책은 총 네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있는데 13시 6분부터 18시까지 독특한 시간 개념인 각 부는 대여섯 분의 글이 두 편씩 사이좋게 실려 있었다.

 

  이번에도 단영님의 글을 가장 먼저 읽었다남편 분을 따라 에어컨 설치를 하시는 이야기가 있었다여름이 끝난 가을에 에어컨을 500 대나 설치하게 된 이야기이다에너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취약계층에 무상 지원해주는 에어컨을 최소 비용만 받고 설치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이었다하루에 여러 집을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애잔하게 다가왔다없는 중에도 식사를 권하는 집도 있지만 밀린 집안일을 부탁하는 분도 계셨다심지어 에어컨보다 급한 다른 걸 지원받기를 원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아보며 한 집에서 본 작은 화분에 심긴 배추 같은 고단한 삶도 존중받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다음 글도 에어컨 설치를 하다가 있었던 일이다약사라는 동네에 방문했다가 실외기 아래에 있던 비둘기 둥지를 발견한 이야기이다자연을 대신한 아파트촌에 비둘기는 둥지 만들 곳을 찾다 에어컨 실외기에 깃든다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내 집 유리창에 수시로 비둘기들이 드나드는 것을 반가워할 이는 없을 것이다급기야 둥지를 쇼핑백에 담아 옮기고 배설물을 치운 뒤에야 실외기를 놓을 수 있었다원래의 주인을 쫓고 우리는 자연에 텃세를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단영님의 말처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다른 분들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읽었다작가마다의 색을 띤 이야기들이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한 편 한 편 흥미롭게 다가왔다짧아서 짬짬이 끊어 읽기에도 좋았다과거에 비해 문장도소재도 다양하고 수준 높아진 느낌이었다앞으로는 또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이분들의 등단 연도와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다연세 있는 분들도 꽤 많았다일찍 등단하신 분들도 있지만 작년에 등단하신 분도 계셨다. 사실 단영님과는 동문이다내가 먼저 다니기 시작한 디지털대 문예 창작과에 함께 다니시게 된 것이다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고내가 다른 일로 바빠 소설 동아리마저 못 가는 바람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수필 동아리 들어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열심히 활동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은 컸다결국 등단을 하시고 수필가가 되어 산문 월간지에 기고도 하시고이렇게 동인 수필집을 매년 내시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존경스럽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코로나 이야기로부터 가족의 죽음 이후학생과의 만남음식에 얽힌 추억글쓰기에 대한 고민 그리고 일상생활 속 해프닝부터 소설 같은 이야기와 주제에 대한 깊은 고뇌가 깃든 글도 있었다두 편의 글을 쓰기 위한 그들의 고민이 얼마나 오래였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괴로운 일들도 많이 있다좋은 일은 좋아서 좋고나쁜 일은 글 쓸 거리가 생겨서 좋다는 한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삶을 글로 남기기를 택한 이분들의 선택을 응원한다더불어 나의 건필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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