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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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30958941


  요즘 들어 이석원님의 책을 섭렵하고 있습니다이 책이 세 권 중 마지막이자 유일한 소설입니다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얼마나 자신을 드러낼까요등단하지 않고도 베스트셀러를 쓰는 사람인 저자는 공교롭게도 이 책의 주인공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자신을 이 책 속에 교묘하게 녹여 둔 것입니다그냥 읽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저자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두 권의 산문집을 읽으며 그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처럼 화자가 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용휘가 신비스러운 인물로 묘사되며 사건을 수사하듯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책장이 술술 넘어간 이유이기도 합니다이웃인 용휘는 자신의 일정 부분을 숨긴 채 용우제롬과 관계를 이어갑니다점점 드러나는 그의 비밀들이 정말 흥미롭게 진행됩니다늘 궁금했던 소설가의 일상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한 여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베스트셀러를 쓰려는 작가지망생아이들을 싫어하는 동화 작가책을 읽지 않는데도 집안 가득 사서 꽂아 두고,책을 쓸 때는 제대로 된 섭생을 하지 못해 목과 배에 타이어가 둘리는 사람매일 밤 자신의 책 순위를 알아보기 위해 서점으로 달려가는 이용휘분명 일반적인 보통 사람은 아닙니다하지만 외제차를 타고온갖 인기를 누리는 그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그리고 주변에는 그의 인기를 시기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입니다그를 의심하면서도 추종하는 용우와 제롬출판을 돕는 소영그리고 강아지 워리까지 등장하는 인물은 많지 않지만 좋은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녁에 도서관에서 빌린 후 하룻밤 새 다 읽어버렸습니다마지막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이 작가 작품들의 공통점입니다문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한 아픔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의 가끔씩 보이는 약간은 정선되지 않은 문장들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내려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래서,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 나는 그날에야 비로소 그의 유난한 경쟁심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잇을 것 같았다. (137쪽)

- 집으로 들어가 제롬에게 그와 만난 얘길 해주었더니 처음 녀석은 그치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먹인 것이 꺼림칙하다며 용휘 걱정을 했다. 존 레논을 암살한 범인이 레논에게 총을 쏘고 나서 경찰이 올 때까지 보고 있던 책이라면서, 그러나 내 말을 다 듣고 권의 책까지 보고 난 녀석은 태도가 백팔십도 달라져 길길이 뛰며 용휘를 비난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김용휘 이 사기꾼."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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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보기 좋은 날 - 내 가방 속 아주 특별한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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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28804919


  시대와 나라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났습니다가끔 명화들을 소개한 책을 보면 감흥이 가지 않는 그림들을 듬뿍 실은 책도 있는데 이 책에는 소개하는 작품들마다 마음이 동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저자와 내가 예술적 취향이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모든 사람이 좋다고 하는 작품이 나에게 감흥이 없다면 그건 나에게 명화로서의 의미가 그다지 없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명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상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가의 얼굴을 보고 나면 그 작품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걸 경험하신 적이 있나요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 책에는 독특하게 각 작품들을 낳은 작가의 사진이나 자화상을 싣고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작품들을 만들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작가나 모델이 스스로 편지를 쓰면서 자신을 변호하는 형식의 글이 곳곳에 등장하여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누드화의 주인공이 사실은 전문 매춘부가 아니라 미술 학도였다는 사실연출에 의해 변신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예술가들의 사적인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화가들이 앞서 살다 간 화가들의 작품으로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는 것처럼우리들도 명화를 통해 영감을 얻고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명화를 감상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헤세의 말처럼 아름다운 것을 듣거나 보고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일은 풍성한 인생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그래서 예술 교육도스스로 예술적 소양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겠지요남들이 말해서 명작이 아니라 내 마음을 깊이 파고드는 명작들을 만나는 가을날을 보내고 싶습니다.



-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유니크’한 생각은 돈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다. 그(쇠라)가 공들여 찍은 점들은 땅에 내려앉은 별이다. 캔버스 위에서 총총 빛나는 별들이 말한다. 우리네 삶도 이렇게 숱한 순간들이 모여 합을 이룬다고. 그 합의 움직임이 일상을 바꾸고, 세상의 흐름을 바꿔나간다. (36쪽)

- 누군가는 "이건 나도 하겠어. 그냥 다 크게 만든 것뿐이잖아.(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에 대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반문할 거다. "넌 안했잖아."라고. 세상은 이미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변했다. 변하는 것을 지켜만 보다가 저런 것은 나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반응이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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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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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든 하지 않든 자신이 가진 사상이나 신념에 바탕을 두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나치목숨을 걸고 선교하는 사람들과 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동양의 고전을 남긴 이들도 그들만의 사상이 있으며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았습니다예와 인간관계를 중시 여겼던 공자의를 강조한 맹자자연과 더불어 순리를 주장한 노자부강한 나라를 위해 법이 최고라고 했던 법가……이들의 사상은 서로 상반되기도 하며, 독자마다 특별히 자신에게 맞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이 책의 저자는 이들의 주장이 무조건 맞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이들의 주장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

 

  인문학 모임에서 함께 읽지 않으면 영영 읽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책을 골라 읽는 편이라 이 책을 읽기로 한 후 한 달 동안 계속 짬짬이 읽었습니다생각했던 대로 방대한 고전만큼이나 독법을 역설한 이 책도 만만치 않게 심오했습니다읽을 당시에는 이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좋은 말이 참 많다고 감탄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여러 가지 말들이 섞이고잊혀 속상하기도 했습니다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깊이에의 강요>>에서 말한 문학적 건망증을 실감하며 읽었습니다.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철학자가 있습니다바로 노자입니다. 저자가 역사상 최초의 진보라고 표현한 그의 주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갔습니다모든 사람이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지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비합리적인 신호등이 있어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하게 만든다면 그 신호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입니다백성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임금이 진짜 임금이며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라면 그 기쁨만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293)

 

  그릇이 가득 차 있으면 사용할 수 없듯어딘지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이 더 인간적입니다. ‘물의 철학이라고도 불린다는 노자의 주장처럼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언젠가 다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시경』의 시가 바로 이러한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란 결국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비로소 진실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문학의 세계이고 시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1-62쪽)

-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대로 덕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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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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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18230806


  오래 전 <향수>라는 영화를 보면서 광기 어린 주인공의 눈빛에 경악하던 일이 기억난다그래서인지 동명의 소설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얼마 전 그 책을 쓴 저자가 <<좀머 씨 이야기>>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다른 스타일의 책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도서관 서가를 지나다 오래 전 이웃 블로그에서 보았던 <<깊이에의 강요>>라는 얇은 책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낡고 낡아 잘못 잡으면 찢어질 것 같은 책이어서 더 흥미로웠다지하철에서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곱씹으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깊이에의 강요승부장인 뮈사르의 유언이라는 세 편의 단편소설과 자신의 문학적 고백인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글로 구성되어 있다. ‘깊이에의 강요는 제목처럼 유망하던 여성 화가가 깊이가 부족하다라는 평을 극복하지 못하고 서서히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그녀가 죽은 후 평가가 깊이에의 강요가 숨어 있다는 같은 이의 평이 나오는데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한 사람의 날카로운 평가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 평가는 관점에 따라 칭찬도욕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승부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등장한다기존 챔피언도전자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이다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옮긴이의 말 그대로 우리 사회는 기득권을 가지고 그걸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과 새롭게 빼앗으려는 사람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왈가왈부하는 보통 사람들로 나누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물론 책에 등장하지 않는 방관자도 있겠지.언젠가 내려놓아야 할 챔피언 자리는 전성기를 누리고 생을 마감하는 우리 모두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이라는 소설은 소재가 정말 독특하다혼자만의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의 이야기 광인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다세상이 조개로 변해간다는 비밀을 알아버린 그는 빠르게 화석화되어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의 논리가 질서정연해 그럴듯하다심지어 그가 죽은 후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바스러질 듯 굳어버리는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정말 그럴 듯하게 써 놓아 감탄했던 소설이다.


  '문학적 건망증'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수없이 책을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문학의 대가도 다를 바 없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을 처음 읽는 책인양 빼들고 읽다가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하고 내 블로그에 검색해 오래 전 내가 쓴 리뷰를 발견한 적도 있다. 건망증은 불행인 동시에 축복이기도 하다.

 

  요즘 이야기들의 소재에 관심이 많다. 이 작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참 독특한 소재를 가져와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을 했다.쉽지 않은 일인데 그는 뛰어난 문장력으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그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향수>>도 읽어야하나? 영화와는 다르겠지.



- 체스 고수, 일흔 살 가량의 적잖이 비열하고 왜소한 남자는 모든 점에서 젊은 도전자와 정반대였다. 그는 프랑스 퇴직자들이 입는 제복, 여기저기 음식물 자국이 배어 있는 푸른색 바지와 모직 조끼를 입고 있었다. 떨리는 손에는 검버섯이 피어 있었고, 숱이 적은 머리와 포도주빛의 붉은 코, 그리고 얼굴에는 자줏빛 혈관이 불거져 있었다. 수염마저 깎지 않아 텁수룩한 모습에 눈 씻고 보아도 은근한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담배꽁초를 푹푹 빨아 내뿜었으며, 공원 벤치에 앉아 불안하게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미심쩍다는 듯 쉴새 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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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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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26131256


  어린 시절에 마을에 살던 이상한 행동을 하던 이에 대한 기억은 참 오래 가는 법입니다화자는 어린 시절 날 수 있을 정도로 몸무게가 적었던 시절부터 좀머 씨를 보았습니다그는 언제나 지팡이를 짚고 모자를 쓴 채 배낭을 메고 마을을 걸어 다녔습니다하지만 볼일이 그다지 많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배낭은 거의 빈 채로 다녔습니다사람들은 그가 왜 그렇게 늘 걷는지 물어보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만 하고는 바삐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 주인공은 점점 키가 크고 자라 가지만 좀머 씨의 기행은 한결 같습니다피아노 선생님께 혼난 날 무서운 결심을 했던 그의 앞에 나타났던 좀머 씨 덕분에 섣부른 일을 멈출 수 있었던 그가 엄청나게 컸을 무렵 좀머 씨의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됩니다.

 

  마을에서 사라진 좀머 씨는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금세 사라집니다주인공의 기억 속에서도 몇 번의 만남 이외에는 그저 걷기만 했던 그좀머 씨는 왜 그렇게 늘 걸어 다니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부했던 것일지 의문입니다사람들은 당시 시대 상황으로 짐작할 뿐입니다독특한 것은 저자가 좀머 씨 만큼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즐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화자도좀머 씨도 어쩌면 저자의 분신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관계 맺기를 거부했던 좀머 씨의 불행해 보이는 최후가 안타깝습니다그가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밀폐 공포증에 걸렸을까요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아니면 스스로 자신을 가두었는지몸은 바깥에 있었지만 정신은 자신 속에 갇힌 채 외로운 삶을 살았던 그는 어쩌면 우리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소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생각에 가득 쌓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아닐까요?



- 이상한 일은 그에게 아무런 볼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배낭은 버터 빵과 우비를 빼고는 늘 비어 있었다. 우체국에 가는 일도 없고, 군청에 가는 일도 없이. 모든 일은 자기 부인에게 다 일임하였다. (25쪽)

- 언제나 나는 뭔가를 해야 된다는 강요를 받았고, 지시를 받았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만 했다. 이것 해! 저것 해! 그것 하는 것 잊어버리면 안 돼! 이것 끝냈니? 저기는 갔다 왔니? 왜 이제야 오니……? 항상 압박감과 조바심.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고, 무슨 일이든지 항상 끝마쳐야 되는 시간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만 편안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무렵에는…….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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