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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든 하지 않든 자신이 가진 사상이나 신념에 바탕을 두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나치, 목숨을 걸고 선교하는 사람들과 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동양의 고전을 남긴 이들도 그들만의 사상이 있으며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았습니다. 예와 인간관계를 중시 여겼던 공자, 의를 강조한 맹자, 자연과 더불어 순리를 주장한 노자, 부강한 나라를 위해 법이 최고라고 했던 법가……. 이들의 사상은 서로 상반되기도 하며, 독자마다 특별히 자신에게 맞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들의 주장이 무조건 맞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들의 주장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문학 모임에서 함께 읽지 않으면 영영 읽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책을 골라 읽는 편이라 이 책을 읽기로 한 후 한 달 동안 계속 짬짬이 읽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방대한 고전만큼이나 독법을 역설한 이 책도 만만치 않게 심오했습니다. 읽을 당시에는 이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말이 참 많다고 감탄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여러 가지 말들이 섞이고, 잊혀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깊이에의 강요>>에서 말한 ‘문학적 건망증’을 실감하며 읽었습니다.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노자입니다. 저자가 ‘역사상 최초의 진보’라고 표현한 그의 주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갔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지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비합리적인 신호등이 있어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하게 만든다면 그 신호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입니다.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임금이 진짜 임금이며, 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라면 그 기쁨만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293쪽)
그릇이 가득 차 있으면 사용할 수 없듯, 어딘지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이 더 인간적입니다. ‘물의 철학’이라고도 불린다는 노자의 주장처럼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젠가 다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시경』의 시가 바로 이러한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란 결국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비로소 진실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문학의 세계이고 시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1-62쪽) -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대로 덕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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