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26131256


  어린 시절에 마을에 살던 이상한 행동을 하던 이에 대한 기억은 참 오래 가는 법입니다화자는 어린 시절 날 수 있을 정도로 몸무게가 적었던 시절부터 좀머 씨를 보았습니다그는 언제나 지팡이를 짚고 모자를 쓴 채 배낭을 메고 마을을 걸어 다녔습니다하지만 볼일이 그다지 많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배낭은 거의 빈 채로 다녔습니다사람들은 그가 왜 그렇게 늘 걷는지 물어보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만 하고는 바삐 지나갑니다.

 

  시간이 지나 주인공은 점점 키가 크고 자라 가지만 좀머 씨의 기행은 한결 같습니다피아노 선생님께 혼난 날 무서운 결심을 했던 그의 앞에 나타났던 좀머 씨 덕분에 섣부른 일을 멈출 수 있었던 그가 엄청나게 컸을 무렵 좀머 씨의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됩니다.

 

  마을에서 사라진 좀머 씨는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금세 사라집니다주인공의 기억 속에서도 몇 번의 만남 이외에는 그저 걷기만 했던 그좀머 씨는 왜 그렇게 늘 걸어 다니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거부했던 것일지 의문입니다사람들은 당시 시대 상황으로 짐작할 뿐입니다독특한 것은 저자가 좀머 씨 만큼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즐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화자도좀머 씨도 어쩌면 저자의 분신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관계 맺기를 거부했던 좀머 씨의 불행해 보이는 최후가 안타깝습니다그가 전쟁을 겪지 않았다면 밀폐 공포증에 걸렸을까요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아니면 스스로 자신을 가두었는지몸은 바깥에 있었지만 정신은 자신 속에 갇힌 채 외로운 삶을 살았던 그는 어쩌면 우리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소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생각에 가득 쌓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아닐까요?



- 이상한 일은 그에게 아무런 볼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배낭은 버터 빵과 우비를 빼고는 늘 비어 있었다. 우체국에 가는 일도 없고, 군청에 가는 일도 없이. 모든 일은 자기 부인에게 다 일임하였다. (25쪽)

- 언제나 나는 뭔가를 해야 된다는 강요를 받았고, 지시를 받았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만 했다. 이것 해! 저것 해! 그것 하는 것 잊어버리면 안 돼! 이것 끝냈니? 저기는 갔다 왔니? 왜 이제야 오니……? 항상 압박감과 조바심.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고, 무슨 일이든지 항상 끝마쳐야 되는 시간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만 편안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무렵에는…….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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