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의 비밀 - 초등4~중3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
김현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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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학기를 앞두고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중2를 갓 지난 아들이 있어 작년 한 해 동안 살얼음판을 걷는 듯 늘 노심초사해 하며 지낸 것 같습니다. 수월했던 형보다는 사춘기의 전형적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보며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 부모를 위한 책들을 하나씩 읽으며 서서히 극복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가장 좋은 수단이었던 것은 바로 '안아주기'였습니다. 어느 책에서 본 건지 겨울 방학 동안 아침에 아이들이 눈 뜨고 나오는 대로 달려가 안고 등을 두드려 주며 '우리 아들 잘 잤어?'하고 말해 준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다 큰 아이들을 안아주는 건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쉽진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안고 토닥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친밀감이 높아진 것을 느낍니다.

 

  안아주고 인정하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저에게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그대로 쏙쏙 들어왔습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다 실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찔리는 부분도 많았지요. 이제부터라도 책 하나 읽을 때마다 한 가지씩만 실천해 간다고 해도 아이들과의 관계를 훨씬 더 끈끈하게 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부족할 것이 없는 듯 보이는 요즘 아이들에게 결핍감이 있다는 말은 선뜻 와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만이 풍요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보다는 다른 양육자들과의 시간이 많았던 아이들. 커서도 학원 돌아다니느라 부모와의 대화가 부족했던 아이들에게 정신적 결핍감은 예전에 비해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아이가 한둘인 집에서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의 무게는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벅찰지 모릅니다. 그걸로 인해 오히려 자포자기해버리기도 합니다. 부모가 뭐든 다 해 주니까 무력감으로 아무 것도 하기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만 탓해서는 안 됨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부모들이고 사회 분위기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도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여유를 가져야겠습니다. 닦달해서 나아지지 않음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잔소리로 느끼고 부모와 자녀간의 담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차이점이 잘 나와 있는 걸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풀려 안심이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앞으로 아이들과 대화할 때 "힘들지?", "그렇구나!",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87527982

- 미국의 대상관계 정신분석이론가인 크리스토퍼 볼라스(Christpher Bollas)는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즉 정서적으로는 무감동하고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정상처럼 보이는 병(Normotic Illness)`이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속이 텅 빈, 과제만 해내면 다른 정서적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반영적 경청이나 성찰을 제공하지 않았던 양육의 결과로 빚어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50-51쪽)

- 빈곤 탈출이나 계층 이동을 꿈꾸던 부모 세대에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인내심이 중요한 덕목일 수 있었지만 자기실현과 재미있고 행복한 인생이 목표인 지금 세대에게는 흥미‧의미가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102-103쪽)

- 2차 성징이 출현하기 시작한 10대들을 위해 부모님이 할 수 있는 좋은 반응(136-137쪽)
1. 미리 얘기해 주고 안심시키라.
2. 축하해 주라.
3. 좋아하는 대상이 생길 수 있으니 데이트 자체에 대해 교육하라.
4. 몸에 대한 자존감은 인격에 대한 자존감이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5. 음란물이나 여러 건전하지 않은 성적 유혹이 있다는 것도 말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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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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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시대를 맞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미리 늙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책의 알란은 자신의 나이를 생각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는 것이 일반인과는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평생을 파란만장하다 못해 휘황찬란하게 살았습니다. 자신이 즐겨 터뜨리던 폭탄들처럼 말이죠.

 

  이야기는 두 가지로 진행됩니다. 100세 이전과 100세 이후입니다. 100세까지 그는 역사의 굵직한 현장을 누비며 유명 인물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 대단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폭탄 전문가로 전쟁터에서 활약을 하기도 하고, 핵폭탄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블라디보스톡에서 탈옥하여 북한에 가 김일성 부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좋게 말하면 역사 현장에 있었지만 한편으로 희대의 사기꾼에 가까운 그는 100세가 지나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양로원 창문으로 빠져나온 알란은 우연히 돈 가방을 훔쳐 달아나다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돈을 나눠 쓸 궁리를 합니다. 이런 황당무계한 일들을 읽기 전에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은 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다’고 작가는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을 당부합니다.


  얼마 전에 본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현대사의 한가운데 있었던 덕수처럼 알란은 세계의 근현대사 속에 있었습니다. 가상의 인물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재미나게 역사를 훑을 수 있습니다. 특히 유머가 풍부한 저자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는 걸 참을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를 잡아간 여우를 혼내주려고 폭탄을 터뜨릴 정도로 알란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데 명수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신념이라고는 없이 이쪽, 저쪽 편리한대로 가서 붙기도 합니다. 사람을 죽이고도 죄의식을 느끼기는 커녕 더 큰 거짓말로 둘러대는 뻔뻔함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웃으며 볼 수 있었던 건 가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젊은데도 나이 들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100세 노인 알란은 좀 더 활기차게 살라고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충고합니다. 하지만 젊든 나이 먹었든 도덕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알란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 알란은 왜 17세기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진득하게 기다리면 결국 다 죽게 될 텐데 말이다. 율리우스는 어느 시대고 사람들은 다 똑같다고 대꾸하고는,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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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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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보다 나은 영화를 찾기 어렵다. <<안나 카레니나>>도 어떤 버전의 영화보다 책이 훨씬 낫다고 여겨진다. 영화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일의 자초지종이 상세히 드러나 있는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작품은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이고, 진보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안나 아르카디예브나는 열정적인 여성이었다. 하지만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은 후 ‘이런 게 결혼 생활인가보다’하고 여기고 있었을 때 마음을 뜨겁게 동요하게 만든 브론스키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 그녀의 감정 변화가 재미있다. 평소에 늘 봐 오던 남편의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럽고 밉게 다가온 것이다. 심지어 사랑스럽던 아들까지도 낯설게 느낀다.

 

  사랑을 하게 된 열정적인 안나의 감정 변화로부터 일이 벌어지는 이 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에는 긴 이름을 가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얽히고설키며 애증의 관계들을 만들어 낸다. 과거 우리나라도 그랬듯 당시 많은 러시아 귀족들도 사랑 없는 정략결혼으로 결혼 생활 동안 불만족을 키웠고, 곁눈질을 했을 것이다. 안나도 그 대표적인 예다. 뒤늦게 나타난 인연으로 인해 그녀는 가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물론 처음에는 불같은 사랑으로 온전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외국으로의 도피행각 끝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되돌아온 페테르부르크였지만 아들을 만나고자 하는 그녀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그녀의 죄책감은 자신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불같이 뜨겁던 사랑이 식으면 남는 것은 질투일까? 안나는 브론스키가 차지하던 자리를 책으로 보내기 시작하며 박식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골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아편에 의존하며 정신적으로 나약해진다.

 

  또 하나의 사랑은 어리고 사랑스러운 키티에 대한 수줍은 레빈의 그것이다. 청혼을 거절당한 후 오랜 시간 기다려 이루어낸 결혼 생활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씩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의미 찾기에 골몰하던 레빈은 결혼 이후 그 해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사랑과 배신, 그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부축임과 질책은 이 책을 복잡하지만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간혹 등장하는 농노에 대한 엇갈리는 귀족들의 논쟁은 사회적 갈등의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톨스토이가 투영된 듯 한 레빈은 농노제 폐지를 소극적으로 주장했던 인물이다. 순수한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기 주변으로부터의 변화를 꾀하던 사람이다. 제목과 다르게 안나보다 레빈에게 비중이 느껴지는 건 부족한 듯 바람직한 그의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꽤 오래 전에 책을 구입했지만 첫 페이지 몇 장 넘기다 긴 이름에 질려 덮기 일쑤였다. 인문학 모임 2월의 도서로 선정되는 바람에 읽게 되어 뿌듯했다. 처음에는 긴 이름들을 수첩에 적어 가며 인물의 관계도를 그렸는데 인물들과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두꺼운 책이 조금은 잘 넘어갔다. 하지만 3권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올 때마다 이름에 동그라미를 쳐야만 했다. 상황 묘사나 연상되는 비유가 수준급인 데 놀랐고, 그의 예술적, 문학적 지식의 방대함에 감탄했다. 이 책을 읽고 소설을 술술 써 나갔다던 정유정 작가가 떠오른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 <<안나 카레니나>>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 이유를 알겠다.

- 그는 키티에 대한 자기의 행위가 일정한 명칭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바로 결혼하려는 의사 없이 처녀를 유혹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유혹이야말로 그처럼 화려하고 젊은 남자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의 하나라는 것을 몰랐다. 그에게는 자기가 이러한 만족을 발견한 최초의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만족스런 발견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1권 118-119쪽)

- 그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존경하고 있지 않았고, 똑똑히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의 분위기와 자기의 교양에서 비롯된 극도의 순종과 공경의 태도 외에는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속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적으면 적을수록 겉으로는 더욱더 순종하고 공손해지는 것이었다. (1권 125-126쪽)

-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이 집단이 못 견디게 싫어졌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들 서로를 속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 모임 속에 있기가 몹시 지루하고 거북해졌으므로 그녀는 백작부인 리디야 이바노브나에게서도 될 수 있는 한 발을 멀리하게 됐다. (1권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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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패턴 959 -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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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실화든 허구이든 우리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고 이야기하거나 듣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 조금 나아간다면 ‘구조가 짜임새 있다’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소설이든 영화든 이야기의 시작이 인상적이고,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며, 구조가 시간 순서대로만 된 것이 아니라 앞뒤로 진행되어 이야기의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짜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의 다양한 패턴이 실려 있다.

 

  우리가 겪은 일을 이야기할 때도 사람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런 느낌 없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나 영화감독을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피나는 노력에 의해서, 또는 정말 태어날 때부터 이야기의 패턴을 파악해 전달을 잘 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천부적인 재능을 갖지 않은 필자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시작과 마지막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 때 처음과 끝을 미리 구상하고 중간 부분의 여러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작도 끝도 여러 패턴이 있는데 그 시작은 배경제시, 일상제시, 인물 제시, 회상, 전체 압축의 다섯 가지 형태로, 마지막은 내화, 확장, 반전, 회귀, 개방의 다섯 가지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이런 패턴 중 하나에 거의 들어맞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서사를 예술로 보고 있다. 이야기를 재배열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과 맞먹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문학가들을 예술가와 동격으로 생각하나보다. 서사 진행도 아홉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단일 모티브, 도주와 추적, 만남과 엇갈림, 배신과 헌신, 버림과 도전, 비루와 숭고, 성장과 고백, 환상과 초월, 원형서사 활용으로 실제 이야기나 소설의 한 부분을 예로 들어 가며 설명하고 있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며칠 동안 재미있게 들고 다니며 읽다가 가방에 커피를 왕창 쏟는 바람에 윗부분에 커피 물이 들었다. 그래서 새 책을 사서 도서관에 대신 반납하기로 했다. 그 전까진 아직 내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줄을 긋지 못해 아쉬웠다. 커피 물이 든 이 책이 소설을 쓰고 있는 나에게 앞으로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76649271

- 서사예술의 완성은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잇는 핵심 장면이 빈틈없이 결합돼야 한다. 그리고 세 장면은 어느 게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보완하고 의미를 확장한다. 가령, 서사의 핵심 장면이 뚜렷해지면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윤곽도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뚜렷해지면 핵심 장면의 방향도 선명해진다.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유형이 있는 것처럼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잇는 중간 과정에도 유형이 있다. 그리고 모든 완성된 작품에는 이야기 전체를 질서화 하는 서사의 체계와 방법론이 있다. 작품을 쓴 작가가 그 질서를 의식하고 썼든 아니든 만들어진 작품 안에는 작품의 시작에서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질서화 하는 방법론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플롯은 흥미로운 출발에서 멋진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알리바이를 유기적으로 역동적으로 구축하는 방법론이다. 작가들은 각기 서사의 알리바이를 구축하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여행자마다 각기 다른 여행의 방법론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서사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방법론을 각자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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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고 싶은 그대에게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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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형님에 대해 알게 된 건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식상한 자기계발서에 지쳐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을 때쯤 다가왔던 그 책에는 다른 데서는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다. 그 후로 많은 책을 접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그의 문체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조용한 카리스마를 간직한 기억이 난다.

 

  2013년 4월, 60도 안 된 그의 사망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었다. 이 책은 돌아가시기 전 잡지에 연재되던 글과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집중하라는 그의 메시지가 더 강하게 전달되었다.

 

  너무 많은 일들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제대로 된 휴식 한 번 갖지 못하는 사람,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여 전문가가 되지 못하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를 읽으면서 나 자신이 찔려 반성하기도 했다. 인생을 시처럼 살기를 원했던 그답게 문학에 버금가는 그의 멋진 문장들을 읽으며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의 글에 아쉬워했던 만큼 소중한 책이었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78665523

- 프로가 되기 위한 원칙(17-19쪽)
1.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하나의 일에 집중 투입하라. 이때는 반드시 이를 지원하는 습관의 힘을 빌려야 한다. (매일 새벽 두 시간 글쓰기)
2. 번거로운 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라. 정신과 몸의 건강을 지켜주는 너만의 쾌락을 구하도록 해라.
3. 필요한 만큼의 금전은 벌어야 한다. 집중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너무 쪼들리면 안 된다.
* 네 안에 들어 있는 무수한 아마추어들에 맞서라.

- 기억해라 신은 누구에게나 공헌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맡겼다. 너를 잡다하게 써 낭비하지 마라. 너를 딱 맞는 네 일에 집중해 쓰도록 해라. 그리하여 오래 그 일을 배우고, 좋아하고, 이윽고 그 일로 먹고살고 즐길 수 있는 통달한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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