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패턴 959 - 이야기를 완성하는
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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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실화든 허구이든 우리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고 이야기하거나 듣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 조금 나아간다면 ‘구조가 짜임새 있다’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소설이든 영화든 이야기의 시작이 인상적이고,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며, 구조가 시간 순서대로만 된 것이 아니라 앞뒤로 진행되어 이야기의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짜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의 다양한 패턴이 실려 있다.

 

  우리가 겪은 일을 이야기할 때도 사람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런 느낌 없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나 영화감독을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피나는 노력에 의해서, 또는 정말 태어날 때부터 이야기의 패턴을 파악해 전달을 잘 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이르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천부적인 재능을 갖지 않은 필자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시작과 마지막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 때 처음과 끝을 미리 구상하고 중간 부분의 여러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작도 끝도 여러 패턴이 있는데 그 시작은 배경제시, 일상제시, 인물 제시, 회상, 전체 압축의 다섯 가지 형태로, 마지막은 내화, 확장, 반전, 회귀, 개방의 다섯 가지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이런 패턴 중 하나에 거의 들어맞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서사를 예술로 보고 있다. 이야기를 재배열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과 맞먹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문학가들을 예술가와 동격으로 생각하나보다. 서사 진행도 아홉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단일 모티브, 도주와 추적, 만남과 엇갈림, 배신과 헌신, 버림과 도전, 비루와 숭고, 성장과 고백, 환상과 초월, 원형서사 활용으로 실제 이야기나 소설의 한 부분을 예로 들어 가며 설명하고 있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며칠 동안 재미있게 들고 다니며 읽다가 가방에 커피를 왕창 쏟는 바람에 윗부분에 커피 물이 들었다. 그래서 새 책을 사서 도서관에 대신 반납하기로 했다. 그 전까진 아직 내 것이 아니라 이 책에 줄을 긋지 못해 아쉬웠다. 커피 물이 든 이 책이 소설을 쓰고 있는 나에게 앞으로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76649271

- 서사예술의 완성은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잇는 핵심 장면이 빈틈없이 결합돼야 한다. 그리고 세 장면은 어느 게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보완하고 의미를 확장한다. 가령, 서사의 핵심 장면이 뚜렷해지면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윤곽도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뚜렷해지면 핵심 장면의 방향도 선명해진다.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유형이 있는 것처럼 시작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잇는 중간 과정에도 유형이 있다. 그리고 모든 완성된 작품에는 이야기 전체를 질서화 하는 서사의 체계와 방법론이 있다. 작품을 쓴 작가가 그 질서를 의식하고 썼든 아니든 만들어진 작품 안에는 작품의 시작에서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질서화 하는 방법론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플롯은 흥미로운 출발에서 멋진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알리바이를 유기적으로 역동적으로 구축하는 방법론이다. 작가들은 각기 서사의 알리바이를 구축하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여행자마다 각기 다른 여행의 방법론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들도 서사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방법론을 각자 지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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