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아침 문학과지성 시인선 437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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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인이라도 쓰는 시의 종류에 따라 여러 분야로 나뉘는 것 같다. 사랑 시를 주로 쓰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인생무상을 쓰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세상의 밝은 면을 포착하고, 다른 이는 구석구석에 서려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시를 쓰기도 한다.

 

  이 시들의 주인은 그 중 마지막 사람에 가깝다. 배 고파본 사람만이 배고픈 사람의 아픔을 알 수 있다. 여행을 즐기긴 하지만 작은 방에서 추위를 견디는 고독한 여행자였을 것이다. 시를 읽다가 어두운 곳곳을 찾아다니며 아픔을 위로했을 시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작품 속에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00920001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인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눈을 가진 것 같다. 100배는 더 예리한 관찰을 하고, 뒤집어 생각한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사물을 보고서도 시어들을 자아내는 것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찰나의 관찰에서, 그리고 조용한 사색에서 그 시들은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 눈을 갖기 위해 작은 것도 유심히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픈 사람과 함께 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시인처럼 그 아픔을 함께 유쾌함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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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 새벽의 주검
디온 메이어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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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 전 학교 원어민으로 오신 선생님이 남아공 출신이셔서 처음으로 남아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영국 출신의 부모님으로부터 태어나 바르게 자란 그 선생님은 부지런하고, 검소하고, 예의 바른 데다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해 나에게 큰 감명을 주셨다. 군인보다도 짧은 머리를 고수해 의아해 했었는데 남아공에서는 우리나라 남자들처럼 머리를 살짝 길러 파마한 사람을 보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던 것이 생각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선생님을 떠올린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배경도, 주인공도, 지은이도 모두 그 나라이기 때문이다.

 

  감성이 풍부해 음악을 즐겨 듣고, 홀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그는 화가인 어머니의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최근 들어 망나니처럼 살았다. 그가 되고 싶었던 경찰이 되고, 범죄심리학을 공부해 뛰어난 학식까지 갖추었지만 돌이키지 못할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동료를 잃는다. 이후 경찰을 그만두고 방황하다 사립탐정이 된 그는 한 사건의 조사를 의뢰받게 된다. 캐면 캘수록 점점 덩치가 커지는 사건을 7일 동안 조사하면서 겪는 일들이 그의 과거와 함께 나란히 진행된다. 3인칭과 1인칭이 번갈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개인의 삶을 통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남아공이라는 특수한 상황(오랜 기간 백인이 지배하고, 흑인이 지배를 받은 것)이 정치적 변혁에도 불구하고 동화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개개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책에는 유독 인종에 대한 묘사가 많았다. '백인 한 명, 흑인 한 명' 또는 '혼혈인'과 같이 인종을 나타내는 수식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어두운 사건을 은폐하려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덮어지지 않고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겉으로 보이는 바른 정부, 경찰의 뒷면에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어두운 비리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전직 경찰이지만 그는 오히려 경찰을 믿지 못하고 범죄 조직에 신변 보호를 부탁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첫 진행은 멜로적인 요소와 상황 설명으로 느리게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가서 엄청난 사건들로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가 재미있었다. 멜로와 액션 영화를 동시에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총기 사용이 금지된 우리나라와 달리 그 곳은 총을 구하기도 쉽고, 총기로 인한 사망자도 많이 생기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조직에 있는 동안에는 잘못된 관행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판 헤이르던 처럼 조직에서 나온 상태에서는 오히려 그 조직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국가든, 일개 조직이든 또는 개인이든 우리는 모두 선과 악의 생각과 행동을 모두 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것이 나쁘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작가는 그것에 대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자신이 무심코 하는 일들, 국가가, 회사가 늘 해 오던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자신만이 선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잘못만을 들추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98207501


- 사회적 관계와 직업적 관계에서 누구든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는 세계였다. (120쪽)

-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은 번거롭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지 않았다. 스미트라는 가짜 이름을 사용한 사람은 많은 것을 감추어야 했던 놈이 분명했다. (169쪽)

- 결국 당신은 겁쟁이라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면, 그래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까 조금이라도 생각해봐요. (232쪽)

- 하얀 가상 종이가 모니터에 깨끗하게 펼쳐졌다. 그는 키보드를 내려다보았다. 사우스아프리카 대학교에서 사용하던 타자기와 배열이 똑같았다. 그는 일어나서 CD플레이어를 켰다. <흥겨운 모차르트>였다. 가벼운 음악이어서 웃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한 단락을 썼다. 지웠다. 다시 썼다. 다시 지워버렸다. 또다시 썼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쓴 글을다시 지웠다. 의자에서 일어났다. 베토벤이면 도움이 될까? 피아노 협주곡 제 4번. 그는 커피를 끓였다. 전화기마저 내려놓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첫 문장을 썼다. `내 어머니는 화가였고, 내 아버지는 광부였다.` (5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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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5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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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타샤 튜터를 책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소녀와 같은 순수한 표정을 간직한 따스한 할머니였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그림 그리는 재능을 살려 삽화가가 된 그녀는 삽화를 그려 번 돈으로 넓은 땅을 사서 그 곳에 온갖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꿨습니다. 그 정원의 수많은 꽃들과 정원에서 뛰어노는 동물 친구은 그녀 그림의 주된 등장인물입니다. 그녀의 손주들이 모델이 되기도 하고, 그녀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즐겨 암송하던 구절들과 그림을 묶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연을 노래하고, 꿈을 꾸며, 남을 탓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그녀의 삶과 너무 잘 어울리는 구절과 그림입니다. 맑은 수채화 붓 터치 하나하나에서 행복이 묻어나옵니다. 초를 켜 잔잔한 어둠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현관 의자에 앉아 강아지가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그녀가 떠오릅니다. 


  옛날 의상을 입고 손수 정원을 가꾼 그녀는 이웃에게 조금은 독특해 보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호를 따라 살다 간 그녀의 용기가 멋집니다. 그녀는 몇 년 전 떠났지만 작품들이 남아 아름답고 순수한 감성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 오마르 카얌, <루바이야트>
하지만 아, 봄은 장미와 함께 사라지나니!
젊음의 향긋한 장을 덮어야 한다!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한 나이팅게일이
어찌하여 어디로 다시 날아갔는지 누가 알랴!

- 마크 트웨인, <적도를 따라서>
환상과 이별하지 말라.
환상이 사라지면,
그대는 여전히 존재할지라도
살아가는 것을 멈춘 것이니.

- 랄프 오라도 에머슨, <원>
열정 없이 이루어진 업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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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행복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1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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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엄마 옆에서 뜨개질을 하면서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에 빠졌었다. 그 후로도 겨울이면 옷이나 장갑을 뜨곤 했다. 지금은 잊혀진지 오래 되었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손으로 직접 염색을 하고, 털실을 잦고, 손수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그 때의 감성들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몇 년 전에 그녀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너무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번에 다시 그녀의 삶을 되새겨 보면서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도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녀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고, 자급자족해서 사는 삶. 저녁이면 아이들을 앉혀 놓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생활을 했다면 어땠을까? 공교육에 몸을 담고 있는 나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못 해봤기 때문에 그런 삶에 대한 동경이 있나보다. 이 책을 통해 직접 그런 삶을 살았던 그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한 느낌이다.

 

  초록이 싱그러운 그녀만의 정원에서 맨발로 거닐며 강아지랑 손주들의 재롱을 보는 재미가 얼마나 컸을까? 몇 년 전에 심은 구근에서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면 자신이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받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계절마다 지닌 기쁨을 만끽하며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는 삶. 평생 자연을 그렸던 그녀는 그곳에서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낮에 정원 일을 하고,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리던 그녀는 책을 읽으며 하루의 노고를 풀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지적 욕구들을 채워나갔을 그녀의 모습이 너덜너덜한 하드커버 책들을 통해 느껴졌다. 가장 신기한 것은 그녀의 3층짜리 인형 집이다. 조금한 도구들이 조로록 붙어 있는 걸 한참을 바라봤다. 그녀가 살던 곳이 지금은 어떻게 보존되어 있을까? 기회만 된다면 그녀의 정원에 놀러 가고 싶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95094208


- 지금이야 아주 대담하지만 어릴 때의 난 좀 불안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남달라서, 학교에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과거에 너무 집착해서 구식 드레스만 입고, 머리도 자르지 않았으니까. 어머니와 오빠는 내가 중요한 일에 무관심하자 몹시 실망했다.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 청년 연맹’과 ‘빈센트 클럽’을 심드렁해 했으니까. 보스턴 사교계에 데뷔하는 것도 그렇고. 난 오로지 정원에서 일하고 소젖을 짜고 싶어 했다. (33쪽)

- 1830년대의 미국인들은 젊은 조국에 대해 열등감을 지녔다. 그들은 유럽이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나라면 동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을 보면 안다. 이 순결한 나라를 상상해보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밑에 덤불이 자라지 않는 숭고한 나무들, 순수한 강과 호수. 하지만 우리는 이 나라의 숲을 없애버렸다. 나무는 사람들의 적이었고, 땅을 개간하느라 거대한 뿌리와 밑동을 태우는 연기가 하늘에 자욱했다. 우리 국민은 받은 것의 가치를 제대로 몰랐다. 토머스 제퍼슨이 그 광경을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을 텐데. 앤드류 잭슨(미국 7대 대통령)이 알았다면 욕을 퍼부었을 테고.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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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그림 정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5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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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타샤 튜터를 책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소녀와 같은 순수한 표정을 간직한 따스한 할머니였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그림 그리는 재능을 살려 삽화가가 된 그녀는 삽화를 그려 번 돈으로 넓은 땅을 사서 그 곳에 온갖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꿨습니다. 그 정원의 수많은 꽃들과 정원에서 뛰어노는 동물 친구은 그녀 그림의 주된 등장인물입니다. 그녀의 손주들이 모델이 되기도 하고, 그녀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즐겨 암송하던 구절들과 그림을 묶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연을 노래하고, 꿈을 꾸며, 남을 탓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그녀의 삶과 너무 잘 어울리는 구절과 그림입니다. 맑은 수채화 붓 터치 하나하나에서 행복이 묻어나옵니다. 초를 켜 잔잔한 어둠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현관 의자에 앉아 강아지가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그녀가 떠오릅니다. 


  옛날 의상을 입고 손수 정원을 가꾼 그녀는 이웃에게 조금은 독특해 보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호를 따라 살다 간 그녀의 용기가 멋집니다. 그녀는 몇 년 전 떠났지만 작품들이 남아 아름답고 순수한 감성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95063182


- 오마르 카얌, <루바이야트>
하지만 아, 봄은 장미와 함께 사라지나니!
젊음의 향긋한 장을 덮어야 한다!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한 나이팅게일이
어찌하여 어디로 다시 날아갔는지 누가 알랴!

- 마크 트웨인, <적도를 따라서>
환상과 이별하지 말라.
환상이 사라지면,
그대는 여전히 존재할지라도
살아가는 것을 멈춘 것이니.

- 랄프 오라도 에머슨, <원>
열정 없이 이루어진 업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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