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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진짜 여행에 대한 인문학의 생각
정지우 지음 / 우연의바다 / 2015년 12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70572292
노마디즘, 요즘 세태를 표현하는 말 중 하나다. 우리는 어느 곳에 소속해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고, 이사하고, 이직을 한다. 작은 의미에서의 이동은 ‘여행’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멀리 여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대대로 터를 잡고 농사를 짓던 시기에는 가족 중 한 명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한 자리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 그뿐 아니라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우리는 길든 짧든 자주 여행을 다닌다.
이 책의 주인공도 처음에는 패키지여행으로 관광지에 발을 찍고 오는 경험을 하지만 이후 배낭여행을 통해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맛보게 된다.이 책에는 여행에 대한 사회학자의 철학적 깨달음이 가득 담겨 있다.
시드니 거리에서 만난 그리스 아저씨, 맥도날드에서 만나 반나절 함께 여행한 중국 대학생, 시드니 호스텔에서 만난 잘 생긴 영국 청년들, 캄보디아 호텔 직원, 베트남 뱃사공, 브리즈번 호스텔의 수다쟁이 독일 아가씨들, 대마도에서 자전거로 지나가다 음료수를 건넨 일본 시골청년,……. 내가 여행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여행은 새로운 경험과 함께 놀라운 만남을 제공한다. 패키지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소중한 만남이다.
길 위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늘 다니던 곳, 늘 만나는 사람들, 늘 먹는 음식이 아닌 새로운 것들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배우고 시야를 넓히게 된다. 늘 바쁘게 지내던 시간에 외국의 한 마을에서 유유자적함을 누릴 수 있다면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라도 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녀왔지만 어디에 갔다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몸이 편했던 여행일수록 더 그렇다. 고통을 감수한 여행일수록 부딪혀 얻어내는 소중한 기억이 많은 법이리라.
이 책을 통해 여행에 대해 여행한 느낌이다. 무턱대고 시간 날 때마다 어디 가 볼 데 없을까, 생각했던 이유를 찾게 되고, 앞으로의 여행의 방향도 찾게 되었다. 관광지 투어나 쇼핑만이 아닌 조금은 고차원적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여행의 묘미에는 분명 ‘우연’이 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낯선 땅을 돌아다니다 보면 불운의 사고든, 행운의 인연이든 어떤 만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우연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여행에 뛰어드는 이들은 기꺼이 온갖 고생을 각오한다. 무슨 일이든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그만큼의 고생이 기다리고 있다. (46-47쪽) - 한 도시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든 짧든, 어떤 숙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넓은 세상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데는 호스텔에 머무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77쪽) - 의식은 우리가 기억에 몰입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의 몸은 그 억압 때문에 쉽사리 오랜 기억들을 풀어주지 못한다. 그러나 여행지의 어느 특별한 거리가 선사하는 ‘여유’는 우리에게 몽상을 허락한다. 우리는 하나씩 ‘모든 것’을 기억해낸다.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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